[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허가윤이 무대 위에서 빛났던 모습을 한껏 지우고 민낯으로 스크린에 섰다. 영화 속 허가윤을 보고 있노라면 온 힘을 다해 작지만 다부진 몸으로 이야기를 미는 힘이 느껴진다. 이처럼 허가윤은 스포트라이트와 박자 없이 스스로의 열기로 극을 채우는 배우 그 자체가 됐다.
허가윤의 첫 주연작 '서치아웃'(감독 곽정·제작 디엔와이)은 경찰 준비생 성민(이시언)과 취준생 준혁(김성철)이 같은 고시원에 살던 소녀의 자살 사건에 의혹을 품고 흥신소 해커 누리(허가윤)와 SNS 계정을 추적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범죄 중심부에 있는 '에레쉬키갈' 계정은 소녀 뿐만이 아니라 수십 명을 대상으로 갖은 범죄를 저질렀다. 에레쉬키갈이라는 익명을 쫓는 과정에서 성민, 준혁, 누리(허가윤)는 각종 위기 속에서 에레쉬키갈의 진실에 다가간다.
먼저 하가윤은 생애 첫 주연작 개봉을 앞두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기회를 준 곽정 감독님께 감사하다. 항상 열심히 했지만 첫 주연작이라 피해주지 않으려 더 열심히 했다"며 겸손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어 "여태껏 짧게 보여줄 수 있는 역할만 맡았기 때문에 '서치 아웃'을 통해서 길게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다른 작품들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이번 작품은 정말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덧붙였다.
'서치 아웃'의 모티브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 SNS를 이용해 유저를 극단적 선택을 하게끔 이끄는 끔찍한 온라인 게임으로 전 세계 20개국 청소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흰긴수염고래' 사건을 소재로 한 것. 온라인상에서 쉽게 가입해 단계별로 미션을 수행하면 되는, 진입장벽이 다소 낮은 게임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미션 초반엔 '공포 영화 보기', '지정곡 듣기' 등 쉬운 미션이 주어졌지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칼로 자신의 팔에 흰긴수염고래 새기기', '면도칼로 가족 중 한 명 찌르기' 등에 이어 마지막 미션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게임에 심취한 청소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연쇄 자살 사건이 일어난 실화를 비틀었다. '
이에 허가윤은 첫 주연작으로 '서치아웃'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SNS가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된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화인 것에 관심이 갔다. 다만 실화는 청소년이 범죄의 주된 대상이었다면 '서치 아웃'은 청소년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외롭고 공허한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는 범죄라 해서 더욱 와닿았다. SNS가 겉으로만 보면 행복해보이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같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다. 그런 점이 깊이 이해가 됐다"며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SNS로 이런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을 하니 무섭기도 했다. 관객들이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영화에 대한 다양한 지점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범죄들에 대한 경각심도 생길 것 같다."
서치 아웃 허가윤 / 사진=스톰픽쳐스 코리아 제공
'서치아웃'은 허가윤의 첫 주연작인 만큼 보다 더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야 했을 터. 특히 아이돌로서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 전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허가윤은 "오디션을 볼 때 많은 감독들이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밝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실제 내 모습은 무대에서 보여줬던 모습처럼 밝지 만은 않기 때문에 오디션을 볼 때 일부러 밝게 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차분한 모습도 '나'라 생각하고 나 만의 방향성을 찾았다"며 그간의 고민을 드러냈다.
이처럼 허가윤에게는 무대에서의 카리스마 짙은 모습을 배제한 채, 실제 허가윤을 고스란히 담아내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허가윤은 작품과 캐릭터에 적극 녹아들었다. 이를 두고 허가윤은 자신의 우려와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한 비결에 대해 선배 배우들의 조언을 참고했노라 답했다. 실제로 그와 함께 호흡했던 '마약왕' 송강호, '배반의 장미' 박철민 등, 많은 선배들이 그에게 연기적 조언을 건넸고 이는 그대로 허가윤의 자양분이 됐다. 이번 작품 역시 이시언의 "부담 없이 연기하라"는 조언이 있었다고. 또 허가윤을 배려한 이시언의 분위기 조성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극 중 허가윤은 명석한 두뇌를 지닌 흥신소 해커 누리 역을 맡은 만큼 냉철하고 이성적인 면모를 주로 드러냈다. 판단력이 빠르고 행동에 주저가 없는 누리의 역할은 극의 속도를 이끌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여운을 느끼게 만든다. 이에 "시나리오를 읽고 처음으로 떠오르는 생각으로 가져가는 편이다. 아직 연기 경험이 많진 않아 생각을 깊게 할수록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며 어려웠던 점을 토로했다. 자연스럽게 곽정 감독이 허가윤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누리 캐릭터가 시니컬하면서도 걸크러쉬 같은 면이 있다. 곽정 감독이 포미닛 때 활동하던 모습을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이후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셔서 만났는데 걸크러쉬한 매력과 캐릭터 실제 내 뒤에 가려진 여린 느낌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이처럼 무대 위와 스크린 속 파워풀한 면모를 가득 담아낸 허가윤은 사실 컴맹이라는 의외의 반전 매력까지 전했다. 극 중 까다로웠던 연기를 묻자 그는 "누리는 해커라 컴퓨터에 능숙한 캐릭터이다. 사실 나는 컴맹이라 인터넷 뱅킹보다도 은행가는 걸 더 선호하는 편"이라며 "컴맹처럼 보이지 않으려 키보드를 능숙하게 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반면 가장 만족스러웠던 연기에 대해 "극 중 준혁, 성민, 누리 셋이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누리가 힘들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 앞서 보여줬던 것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좋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시언,김성철과 원래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촬영 현장에서 두 배우는 허가윤에게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지지대가 됐다. 특히 어두운 배경이 많은 탓에 밤 촬영이 고될 법도 한데도 이시언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이처럼 허가윤은 첫 주연작으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이전 작품들은 적은 비중 탓에 촬영현장에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적었다면 이번 '서치 아웃'에서는 스태프와 함께 호흡하며, 현장의 흐름을 읽고 배우와 대화하며 스스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이에 허가윤은 더욱 연기적인 욕심을 갖게 됐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다음 작품, 그리고 계속해서 연기적으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들 준비하고 있다. 전보다는 배우로서 좀 더 활발한 모습 보여드리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큰 포부를 드러냈다.
2009년 걸그룹 포미닛으로 데뷔해 메인 보컬로 활약한 허가윤은 2016년 연기자 전향한 뒤 '빛과 그림자', '식샤를 합시다2' 및 영화 '아빠는 딸', '배반의 장미', '마약왕' 등에 출연했다.
2009년 그룹 포미닛으로 데뷔한 이후 메인 보컬로 무대에 서왔던 허가윤. 어느덧 드라마 '빛과 그림자' '식샤를 합시다2', 영화 '아빠는 딸' '배반의 장미' '마약왕' 등 크지 않지만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 만의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이를 두고 허가윤은 "매번 아쉬운 점들이 많다. 당장의 어제 일도 후회하는 것이 사람이다. 매번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조금 덜 후회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소회를 전하기도.
이어 허가윤은 배우로서의 자신을 두고 "어릴 때부터 가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한 덕분에 이해력이 빠른 것 같다. 또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허가윤은 '신선하다'는 말보다 '의외다'는 말이 더 마음에 남는다는 말을 전했다. 이처럼 허가윤에게는 아이돌 출신 배우기 때문에 선보일 수 있는 매력과 열정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응원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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