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밴드 딕훼밀리(Dick Family)의 서성원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사망했다. 한국 연예인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례는 서성원이 처음이다.
서성원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12일 저녁(현지시각), 병세를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서성원은 지난 7일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치료에 만전을 기했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서성원은 입원 6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아내이자 '날개'를 부른 가수인 허영란도 현재 자가 격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성원은 1970년대 초반 데블스의 전신인 앰비션스, 사랑과 평화의 전신 아이들, 이진동의 라이더스, 메가톤스 등을 거쳤다. 탁월한 리듬워크가 그의 특장점이다.
특히 서성원은 리더로서 딕훼밀리를 결성해 팀을 1970년대 인기 밴드의 자리에 올려놨다. 외국어 팀명을 쓰지 못했던 시절이라 딕훼밀리는 당시 서생의 가족, 서생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데뷔 앨범 크레딧에는 서성원(드럼), 이천행(기타), 박수호(베이스), 문옥(키보드), 김후락(보컬), 김지성(보컬), 이박무(테너 색소폰)까지 총 7명이 이름을 올렸다.
딕훼밀리는 순수한 노랫말과 친근한 멜로디로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한 밴드에 리드 보컬리스트가 두 명이라는 점을 활용한 유려한 화음도 딕 훼밀리의 특징이었다. '나는 못난이' '흰구름 먹구름' '또 만나요' 등 딕훼밀리는 다른 밴드에 비해 비교적 대중 친화적인 노래로 사랑받으며 당시 텔레비전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했다. 1971년 MBC 가요중창상, 1973년 뉴스타배 보컬경연대회 우수상, 개인 연주 부문 드럼상(서성원) 등 딕훼밀리는 남다른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나는 못난이'는 문학 작품과 영화로도 제작됐다. 1976년 김응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덕화와 전영록이 주연한 영화 '푸른 교실'의 시나리오 원안이 박정숙의 '나는 못난이'다. 이 원고는 영화진흥공사 입선작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라는 가사로 유명한 '또 만나요' 역시 발표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백화점, 마트 등 많은 곳의 폐점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공전의 히트곡이다. 어린이 피아노 교본에 수록되는 것은 물론 많은 대중에게 동요로 알려졌을 만큼 친화력 있는 노래다.
딕훼밀리는 1974년, 1976년 앨범을 연이어 히트시켰으나 1978년, 멤버 이천행과 김지성이 비둘기그룹으로 이적하면서 1980년 발표한 3집 '휘파람 / 흰구름 먹구름'은 서성원의 솔로 프로젝트 형식이 됐다.
이후 서성원마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밴드는 해체됐다.
서성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요계는 물론 팬들 역시 고인을 기리고 있다. 가수 위일청은 SNS를 통해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70년대 중반에 통기타를 치면서 살롱에서 노래 부르던 저를 가르치고 이끌주셨던 분"이라고 서성원을 언급하면서 "당시 그룹사운드 딕훼미리의 리더시며 최고의 드러머였습니다. 21살짜리 대학생, 음악 초짜배기를 데려다가 연습시켜 주시고 무대를 만들어 주셨던 그 분이 LA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라고 알렸다.
이어 그는 "저한테는 선배이자 스승이자 선생님같은 분이셨는데. 참, 인생이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에 진하게 닿는 날이 저한테도 이제 하나씩 생기기 시작하네요. 먼저 고인이 되신 서성원 형님에게 그리움을 전하며 이제부터는 하나님 곁에서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여러분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세요"라고 덧붙였다.
위일청은 또 "아침에 부고를 듣고 미국에 계신 유가족분들과 40여 년을 함께 했던 딕훼밀리 식구들 그리고 서성원 님을 알고 지내셨던 모든 지인들, 나아가 '나는 못난이' '또만나요'라는 국민가요를 알고 계신 모든 분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라고 고인을 애도했다.
위일청은 '70년대 최고의 그룹사운드 딕훼밀리 리더 서성원님이 별세하셨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기도 했다.
딕훼밀리 멤버인 이천행 역시 한 매체를 통해 "(서성원은) 실력도 있고 사람도 아주 좋고, 추진력도 있었던 음악인이었다. 지난 1월에 LA에 공연하러 가서 만났을 때는 굉장히 건강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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