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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김혜수·김서형, 돌아온 언니들의 전성시대 [ST이슈]
작성 : 2020년 04월 11일(토) 10:40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관록 있는 배우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부부의 세계'를 이끄는 김희애부터 '하이에나'의 김혜수, 그리고 '아무도 모른다'의 김서형까지. 각 드라마를 이끄는 주축이다. 여기에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까지 다 잡으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김희애 / 사진=DB


◆ '부부의 세계' 김희애, '불륜'도 아우르는 클래스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는 영국 방송사 BBC의 드라마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다. 김희애는 극 중 바람피운 남편 이태오(박해준)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는 지선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불륜'은 안방극장의 단골 소재다. 그간 숱한 작품에서 불륜을 다각도에서 다뤘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 '내 남자의 여자'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아내의 유혹' '있을 때 잘해' '돌아와요 순애씨' 등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많을 정도다. 이렇듯 불륜에 대해 나올 만한 이야기는 다 나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부부의 세계'는 다르다. 첫 방송부터 이태오의 불륜 상대가 여다경(한소희)이라는 사실이 공개됐고, 이들의 불륜을 주변 사람들이 감춰줬다는 점 역시 밝혀졌다. 지선우가 충격과 분노에 빠지고 복수를 결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첫 화에서 모든 것이 공개됐다면, 이후 회차에서는 복수를 실행하는 지선우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치밀하면서도 대담하게 이태오와 한소희의 숨통을 조였다.

중심에 있는 김희애의 열연은 단연 돋보였다. 남편의 불륜을 알아챈 순간부터 차갑게 복수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세세하게 표했다. 그가 짓는 단 한순간의 표정도 공감이 될 정도다.

특히 복수를 준비하는 그의 칼날이 날카롭다. 앞서 불륜 드라마에서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안 경우, 체념하거나 슬픔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지선우는 우선 이혼 전문 변호사를 찾아갔다. 또 여다경의 아버지에게 딸에게 남자친구가 있음을 전하고, 이태오의 친구인 손제혁(김영민)을 이용했다.

숨 쉴 틈 없는 전개와 김희애의 열연에 힘입어 '부부의 세계'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은 6%로 시작했으며 현재 14% 웃돌고 있다. 단 4회 만에 2배 이상 시청률이 뛴 것이다. 드라마가 아직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김희애가 보여줄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그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되는 이유다.

김혜수 / 사진=DB


◆ '하이에나' 김혜수, 돈과 성공 쫓는 여성 캐릭터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극본 김루리·연출 장태유)는 머릿속엔 법을, 가슴속엔 돈을 품은 '똥묻겨묻'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혜수는 극 중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해 돈을 좇는 진정한 하이에나 변호사 정금자 역을 맡았다.

돈과 성공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는 그간 여성 캐릭터에서 보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대게 여성 캐릭터는 선역과 악역의 경계가 뚜렷했다. 경계가 모호하고 선악을 넘나드는 입체적 캐릭터는 잘 다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정금자는 그 안에서 자유롭게 활개쳤다. 승리를 위해 윤희재(주지훈)와 위장 연애하고, 그의 뒤통수를 칠 때는 한없이 잔인하다가도 불의를 위해 맞서는 모습은 이 시대가 원하는 변호사 같았다. 김혜수는 이러한 간극 사이에서 중심을 잡은 것이다.

또 주지훈과의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풋풋한 사랑이 아닌,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은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정금자는 매달리는 윤희재를 능숙하게 다루면서도 순간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솔직함까지 보였다.

특히 이들의 키스신은 네이버TV 캐스트에서 120만 조회수를 돌파할 정도로 화제였다. 김혜수 역시 해당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시청률 역시 안정궤도를 달렸다. '하이에나'는 첫 회부터 14회까지 큰 변화 없이 10~11%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마니아층이 탄탄하다는 증거다. 이렇듯 김혜수는 시청률, 마니아층, 새로운 캐릭터, '케미'까지 무엇하나 빼놓지 않았다. 단 2회만을 남겨놓은 '하이에나'에서 김혜수가 어떤 마무리를 할지 기대를 모은다.

김서형 / 사진=DB


◆ '아무도 모른다' 김서형, 장르물도 압도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극본 김은향·연출 이정흠)는 "좋은 어른을 만났다면 내 인생을 달라졌을까"라는 경계에 선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이다. 김서형은 극 중 성흔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과 소년 고은호(안지호) 사건을 파헤치는 광역수사대 강력팀 팀장 차영진 역을 맡았다.

미스터리, 감성, 추적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자그마치 3개의 장르가 혼합됐다. 요즘 장르물의 혼합이 유행이라지만 3개의 장르가 결합된 경우는 드물다. 특히 장르물에 감성을 녹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때는 미스터리, 범인의 행적을 파헤칠 때는 추적, 차영진과 고은호가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나올 때는 감성적이었다.

3개의 장르가 혼합됐다는 복잡함 속 연결고리는 단연 김서형이었다. '아무도 모른다'로 첫 원톱 주연을 맡은 김서형은 범인을 추적하는 카리스마부터 고은호를 지키지 못했다는 좌절과 어린 시절의 자책, 그리고 잠깐씩 보이는 감성적인 면모까지 표현했다. 그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3개의 장르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앞서 김서형은 2019년 JTBC '스카이 캐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에 그의 차기작이 무엇일지 관심이 쏠린 상황이었다. 그런 김서형이 과감히 장르물을 선택했다. 장르물은 자칫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작품을 선택했고, 원톱 주연으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시청률 역시 꾸준히 9%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김서형에게 첫 원톱 주연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 성적 부분에서도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카멜레온 같은 그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야말로 돌아온 언니들의 전성시대다. 김희애, 김혜수, 김서형는 각 드라마를 이끌어갈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률과 화제성까지 잡았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더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안방극장을 찾길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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