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음원 차트 조작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해 블락비 박경이 쏘아올린 사재기 의혹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며 논쟁 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차트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사재기 논란이 재차 화두로 떠올랐다.
김근태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는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더 마케팅 회사 크레이티버가 불법으로 취득한 일반인의 ID를 악용해 음원 차트를 조작했다며 해당 ID 명단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후보는 불법적인 언더 마케팅을 시행한 가수로 고승형, 공원소녀, 배드키즈, 볼빨간사춘기, 송하예, 영탁, 요요미, 소향, 알리, 이기광을 언급해 파장이 일었다.
그러나 실명이 거론된 가수들은 일제히 사재기 의혹을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공원소녀 소속사 키위미디어그룹은 "음원 순위를 조작한 사실이 없다. 갑작스럽게 지목돼 황당하다"면서 "사실 저희가 인지도가 높은 팀도 아니고 차트인을 한 팀도 아니지 않냐.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법적 대응도 고려할 것"이라고 입장을 냈다.
볼빨간사춘기 소속사 쇼파르뮤직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크레이티버라는 회사 자체를 모른다.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려고 내부적으로 회의 중"이라고 전했다.
소향 소속사 준뮤직엔터테인먼트 또한 "음원 순위 조작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당사는 아티스트 음원과 관련해 그 어떤 조작을 의뢰하거나 시도한 적이 없다. 계속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법적 대응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리 소속사 소울스팅과 이기광 소속사 어라운드어스엔터테인먼트도 의혹을 부인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고승형 요요미 등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사재기 의혹에 휘말렸던 가수들도 다시금 의혹을 부인했다. 송하예의 소속사 더하기미디어는 "사실무근"이라며 "당사는 아티스트의 사재기를 의뢰하거나, 시도한 적조차 없다. 현재 전혀 사실무근인 내용으로 계속되고 있는 사재기 의혹에 대해 당사는 심각한 명예훼손을 입고 있으며 지금까지 송하예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들 모두 고소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탁 역시 "앞선 입장과 동일하다"며 음원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영탁의 소속사 밀라그로는 지난달 26일 "저희 회사와 관련된 음원 사재기 주장에 대해서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며 "규모가 작은 회사다 보니 가수 지원에 한계가 있었고 좋은 활동을 위해 주변에 조력을 구하며 여러 노력을 해왔으나 그 과정에서 회사의 미숙함으로 영탁에게 어려움이 되지 않았는지 무거운 마음이다. 영탁은 새로운 매니지먼트 시스템에서 지원을 받으며 열심히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불법이라 지목된 크레이티버 측도 차트 조작을 부인했다. 크레이티버 김 모 대표는 "사재기 가수로 거론된 이들 중 의뢰를 한 적도 없고, 사재기를 시도한 적은 당연히 없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사실상 음원 사재기 의혹은 수년째 가요계를 잠식하고 있는 골칫거리다. 체감 인기가 낮은 가수들이 갑작스레 차트 상위권을 뚫으며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JYP엔터테인먼트 수장인 박진영은 물론 가수 이승환, 윤종신 등 수많은 가수들이 사재기와 관련한 의문점을 제기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기정사실화되던 이른바 '사재기설'은 표류하고 말았다.
이 가운데 박경이 이례적으로 선, 후배를 막론하고 실명 저격을 하며 사재기 의혹에 불을 지폈다. 사재기를 둘러싸고 여러 증언과 반박이 맞부딪치며 사재기는 법의 영역으로까지 넘어갔다. 그럼에도 수개월째 명확한 실체가 잡히지 않으며 사재기 논란은 다시금 미궁에 빠지는 형국이었다.
이렇듯 내홍이 깊어지는 와중에 정치권이 가세하며 사재기 논란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놨다. 지난 1월, 정민당 창당준비위원회가 송하예가 사재기를 시도하는 장면이라며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국민의당이 차트를 조작한 정황 및 증거를 꺼내며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의혹과 논란으로 불신을 뿌리 내린 차트는 다시 바로 잡힐 수 있을까. 지루하게 반복 중인 사재기 의혹 결말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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