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KBO가 5월초를 개막 D-데이로 결정했다. 다만 팀당 144경기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BO는 7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2020시즌 개막 시기를 5월초로 잡았다. 오는 21일부터 구단 간 연습경기를 실시한 뒤, 5월초 정규리그를 시작해 11월말까지 팀당 144경기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치르겠다는 것이 KBO의 구상이다.
올 시즌 144경기 체제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리그 개막이 미뤄진데다, 올해는 2020 도쿄 올림픽 휴식기도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올림픽 휴식기 또한 사라졌다.
물론 올림픽 휴식기 없이 시즌을 진행한다고 해도 일정이 빡빡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KBO는 더블헤더, 월요일 경기, 포스트시즌 고척 스카이돔 개최 등 다양한 방안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전히 하루 수 십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144경기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한국에서는 다소 꺾였다고 하지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더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든 외부 유입을 통해 코로나19가 더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악화된다면 5월초 개막은 불가능하고, 혹시 5월초에 개막하더라도 다시 리그가 중단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144경기 체제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그때서야 다시 리그 일정 축소를 논의한다고 해도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도 문제다. 리그 개막이 연기되면서 선수들 역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뒤늦게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은 2주 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쳤다. 안그래도 완벽하지 않은 몸상태로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데, 강행군까지 이어진다면 부상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6월 장마철, 7-8월 혹서기, 10월 이후 쌀쌀한 날씨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경기 수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물론 KBO가 144경기 체제를 고집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경기 수에 따라 중계권료, 광고료 등의 수익과 선수들의 연봉과 인센티브, 옵션 조항 등에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그만큼 상황도 복잡해 진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지금 우선이 돼야할 것은 선수들과 리그 구성원들의 안전이라는 점이다. 현재 프로야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프로축구는 시즌 축소로 방향을 잡았다. 일정에서는 프로축구가 프로야구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프로축구는 선수와 팬들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시즌 축소를 논의하고 있다.
해외의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는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안 나왔지만, 시즌 축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들이 시즌 축소를 하면서 입을 경제적 피해는 국내 프로야구가 시즌 축소를 했을 때 받을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시즌 축소를 고려하는 것은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스포츠다. 1등 프로스포츠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또 선수들과 리그 구성원, 팬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보다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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