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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전설' 양동근 은퇴, 韓 농구계 역사로 남는다[ST스페셜]
작성 : 2020년 04월 02일(목) 07:30

양동근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한국 남자프로농구의 '터줏대감' 양동근이 17년간 누볐던 정든 코트를 떠났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 소속 양동근은 1일 서울 논현동 한국농구연맹(KBL) 센터에서 프로생활의 마지막을 알리는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긴 시간 농구공을 잡아온 양동근은 은퇴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여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지면 1년 간 코치 연수를 거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다.

양동근의 은퇴는 농구 팬들에게 꽤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이미 17년이라는 세월을 선수로 활동한 양동근이기에 은퇴 시기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제 그가 농구선수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팬들의 가슴에 자리 잡을 것이다.

양동근은 지난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전주 KCC에 지명된 뒤 곧바로 현대모비스에 트레이드돼 지금까지 줄곧 현대모비스에서만 뛰었다. 프로 데뷔 첫해 신인상, 수비5걸상을 거머쥔 양동근은 군 공백기를 제외하고 14시즌 동안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4회, 챔피언 결정전 MVP 3회를 수상했다. 시즌 베트스5에도 9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맛봤다. 모두 현대모비스에서 활동하며 쓸어 담은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통산 기록은 664경기 7864득점, 3336도움, 979스틸, 1910의 리바운드(2월27일 기준)다.

유재학 감독 양동근 / 사진=방규현 기자


올 시즌에도 나이가 무색할 만큼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40경기에 나서 경기당 평균 10득점을 책임지고, 28분24초를 뛰었다. 이러한 대기록 뒤에는 양동근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신인 때 주목받는 선수임이 틀림없었지만, 주무기가 없었던 그는 성실함으로 맞섰다. 경기·훈련 시간 이외에 왼손 드리블을 꾸준히 연습하는가하면, 나이 어린 후배에게 농구 조언을 듣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양동근은 전성기 시절 경기 조율 능력과 득점력을 모두 갖춘 '듀얼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고참이 돼서도 훈련량을 줄이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일절 없었다. KBL 이사회의 시즌 조기 종료 발표 직전까지도 흠뻑 젖은 연습복을 입고 있었다.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마땅한 양동근의 공식 은퇴식은 최근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고려해 2020-2021시즌 홈 개막전으로 미뤘다. 양동근을 상징하는 번호 6번은 영구 결번된다.

떠남을 알리는 은퇴 기자회견에서 양동근은 "운이 좋은 선수였다"면서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들과 코치님들 밑에서 행복하게 생활했다. 덕분에 우승도 많이 했다. 아껴주는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감히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며 "늘 은퇴를 마음속에 두고 뛰었다. 국군체육부대 시절 발목 수술을 하고 나서 생각을 많이 했다. 은퇴한 형님들이 아쉬움 없이 잘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미련 갖기 전에 오늘 열심히 하자'는 생각을 했다 . 그랬더니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동근은 다시 농구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을 기약했다. 그는 "선수로서 코트에 설 수는 없겠지만 저에게 보내 주셨던 응원과 사랑, 그리고 제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공부 많이 해서 코트로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농구 선수로 활약하는 양동근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겠지만, 17년을 농구와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경험했을 양동근이 지도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유재학 감독 양동근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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