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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 行, 최악의 사례로 남을까 [ST포커스]
작성 : 2020년 03월 26일(목) 10:21

사냥의 시간 / 사진=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결정하며 영화계가 시끄럽다. 이미 해외 선판매 계약을 완료한 해외 판매사와 배급사가 상이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법적 공방도 마다 하지 않는 모양새다. '사냥의 시간'의 성급한 넷플릭스 행 결정에 관객들은 벌써부터 기운이 빠진다.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제작 싸이더스) 측은 23일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잠정 연기한 '사냥의 시간'은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하던 중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4월 10일 단독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사냥의 시간'은 지난달 26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일은 잠정 연기한 바 있다. 때문에 '사냥의 시간'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넷플릭스 공개 소식에 반색했다. 그러나 곧바로 상황은 달라졌다.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를 맡은 콘텐츠 판다 측이 해외 선판매 계약 건을 이유로 국제 소송을 예고한 것.

콘텐츠판다 측은 "지난해부터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 세일즈 계약을 체결하고 1년 이상 업무를 이행했다. 현재까지 30여개국에 선판매 했으며 70개국과의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며 "그러나 리틀빅픽쳐스는 당사와 충분한 논의 없이 3월 초 구두 통보를 통해 넷플릭스 전체 판매를 위해 계약 해지를 요청해왔고, 3월 중순 공문발송으로 해외 세일즈 계약 해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는 차선책을 제안하며 이미 해외 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는 있을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하지만 리틀빅픽쳐스는 투자사들에게 글로벌 OTT사와 글로벌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알리는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만을 누락시켰다"고 설명했다.

또 콘텐츠판다는 금전적 손해를 주장했다. 콘텐츠판다는 "이는 그동안 해외 영화시장에서 쌓아올린 명성과 신뢰를 잃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단순히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으며, 당사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 자체의 신뢰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국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리틀빅픽쳐스와의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리틀빅픽처스는 콘텐츠판다 측 주장이 허위라고 밝히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리틀빅픽처스는 "전세계 극장이 문을 닫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많은 국내외 관객들을 가장 안전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 과정에서 콘텐츠판다뿐 아니라 국내 극장, 투자자들, 제작사, 감독, 배우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찾아가 어렵사리 설득하는 고된 과정을 거쳤다"며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양해를 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해외배급 '대행'사인 콘텐츠판다만 일관되게 넷플릭스와의 협상을 중지할 것만을 요구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해외판권판매의 경우, 개봉 전에는 계약금 반환 등의 절차를 통해 해결하곤 한다. 또한 천재지변 등의 경우 쌍방에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본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이번 계약은 무리한 해외판매로 손해를 입을 해외 영화계와 국내외 극장 개봉으로 감염 위기를 입을지 모를 관람객과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부득이한 조치였다"며 "작은 회사의 존폐도 문제였지만, 자칫 집단감염을 조장할 수 있는 무리한 국내외 배급을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도 손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양심적이고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며, 원만한 해결을 위한 협상도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냥의 시간 / 사진=DB


이처럼 양 측은 상이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법적 공방도 불사하겠다는 상황이다. 특히 '사냥의 시간'은 몇 년째 개봉일을 잡지 못하다 겨우 관객 앞에 나서려던 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며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였다. 개봉일을 미룰수록 제작비가 추가되고, 이에 따른 손익분기점이 높아져 치명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것이다.

회사의 존폐 위기까지 걸린 상황에서 '사냥의 시간'이 궁여지책으로 넷플릭스 행을 택한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은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가 넷플릭스로 노선을 바꾼 최초의 사례다. 여기에 계약이 온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위험을 안았다. 최초의 사례가 최악의 사례로 남을까 우려된다.

또 엄한 콘텐츠판다가 피를 봤다. 해외 선판매 계약을 완료해 이미 금전적인 거래가 오고 갔으며, 가장 중요한 신뢰 문제가 얽혀 있다. 이는 비단 '사냥의 시간'의 신뢰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 영화 수출에 있어서 어떤 형태의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로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는 위태롭다. 극장가는 연일 최저 관객수를 경신하고 있으며 영화 촬영 현장은 멈추거나 세트로 대체돼 피해 규모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투자사, 배급사, 제작사, 홍보, 광고 마케팅, 디자인 등의 피해도 심각하다. 모두가 힘든 와중에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사냥의 시간'이 딱 그렇다.

개봉을 앞두고 구설수와 더불어 법적 공방까지 예고한 '사냥의 시간'. 원만한 합의를 이뤄 넷플릭스 행 선례로 남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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