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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2' 김은희 작가, 손끝의 거대한 세계 [인터뷰]
작성 : 2020년 03월 23일(월) 10:05

킹덤2 김은희 작가 /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가 또다시 전 세계를 발탁 뒤집었다. 좀비라는 서구적 소재에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를 쓰며 글로벌 시장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이다. 잘 짜여진 그의 극본 안에는 인생과 신념, 그리고 서스펜스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손으로 거대한 세계를 그리는 김은희 작가다.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싸인' '유령' '쓰리 데이즈' '시그널' 등을 집필해 한국 드라마 장르물의 역사를 썼다. 또 2019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극본 김은희·연출 박인제)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의 지평을 열었다.

그리고 드디어 '킹덤'의 두 번째 시즌이 공개됐다. '킹덤2'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생지옥이 된 위기의 조선, 왕권을 탐하는 조 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린 왕세자 이창(주지훈)의 피의 사투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김 작가는 "시즌제를 처음 해보긴 했는데, 저한테는 잘 맞았던 것 같다. 처음 만나서 합을 맞추는 배우와 스태프가 아니라 시즌1부터 이어왔기에 척하면 척으로 호흡도 좋았다. 앞으로도 시즌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킹덤2'는 전 시리즈에 비해 격동적인 변화가 이루어진다. 다수의 주요 캐릭터들이 퇴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들이 대거 투입된 것이다. 김 작가는 퇴장한 캐릭터의 결말을 회상했다. 그는 "사실 주요 캐릭터의 퇴장이라 고민을 많이 했다. 그분들의 죽음에 관련된 시퀀스와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마지막을 보여드리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가장 아쉬운 건 배우 진선규의 퇴장이 아닐까 싶다.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퇴장을 한 것 같아서 작가로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극 중 허준호의 서사도 더 풀어보려고 노력했는데, 분량적으로도 그렇고 구성적으로 맞지 않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안현(허준호)의 엔딩은 쓰면서도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처음으로 절대 권력을 가진 조학주(류승룡)가 큰 대미지를 입는 부분이기도 하고, 안현과 조학주의 관계에서 봤을 때도 굉장히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허준호의 연륜을 누가 이길 수 있을까. 그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또 김 작가는 새로 투입된 캐릭터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그는 "김태훈과 박병은은 워낙 좋아하는 배우들이었다. 시즌1에 안 나오고 시즌2부터 나오는 게 부담이 됐을 수도 있는데 흔쾌히 출연해 주셔서 감사하다. 또 그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준 것도 감사하다. 두 분은 비하인드가 더 있다. 안재홍, 김강훈, 전지현 역시 시즌3에서 큰 역할을 보여줄 포지션이다. 앞으로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꾸준히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지훈은 도포 자락 하나만 휘날려도 멋있는 배우다. 그전에도 사극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 사극이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도포 자락이 이렇게 어울리는 배우는 주지훈이 원탑이 아닐까. 또 그는 만나서 극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누구보다 진지하다. 어쩔 땐 창작자 보다 더 고민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참 고맙다"고 했다.

배두나에 대해서는 "대본 해석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대본을 쓸 때 고치면서 마지막에 완성본이 나오는데, 사실 내 고민의 흔적이 행간에 묻어있다. 그걸 캐치하는 배우다. 참 섬세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김 작가가 가장 애정 하는 캐릭터는 누굴까. 그는 모두에게 애착이 있지만, 범팔(전석호)은 자신과 닮은 매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범팔을 쓸 때 우리 주변에 딱 보기 쉬운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잘 포기하고, 잘 순응하고, 자기의 안위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딱 나 같은 캐릭터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상상하며 캐릭터를 만드니 마치 친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석호는 시즌3가 시작하자마자 자신을 죽여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난 희망을 전달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같이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킹덤2 김은희 작가 / 사진=넷플릭스 제공


이렇듯 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캐릭터들과 거대한 세계는 섬세한 연출로 표현됐다. 특히 시즌2는 김성훈 감독과 박인제 감독이 협업해 아름다운 영상을 탄생시켰다. 이에 대해 그는 "김성훈 감독과는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을 할 때도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박인제 감독은 시즌2를 하면서 처음 알았는데, 그와 작업하며 내가 혼자 쓴 것에 이런 새로운 해석도 가능하구나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시즌2를 집필하며 가장 보고 싶었던 장면을 꼽았다. 그는 "시즌2를 쓰면서 꼭 보고 싶은 장면이 많이 있었다. 중전이 왕좌에 있고 좀비들이 덤비는 장면이 그랬다. 일국의 왕이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점복되는 느낌이 '킹덤'의 상징이 아닐까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표현됐다"며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있었던 장면은 호수의 얼음이 깨져서 수장되는 부분이었다. 내가 듣기로는 외국 CG로도 이런 장면이 없었다고 한다. 이게 진짜 가능할까 싶었다. CG 팀과 배우들이 너무 고생해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 끝에 탄생한 '킹덤2'는 공개와 동시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김 작가는 해외 인기 요인에 대해 "아무래도 처음 보는 좀비여서가 아닐까 싶다. 그전에 빠른 좀비도 있었지만, 가장 한국적인 좀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또 인간미가 있는 좀비라고 할까. 배고픈 좀비와 슬픈 좀비도 차별점이다. 여기에 한국적인 건축물과 자연이 잘 살아서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좀비물을 한국적으로 만드는 게 기획의도였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이렇게 하면 외국 사람들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쓰는 건 아니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기에 이런 얘기가 많이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기가 큰 탓인지 러닝타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반응도 있었다. 김 작가 역시 호흡을 늘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한 회의 러닝타임을 늘리기보다는 횟수를 늘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8부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다만 제작비나 상황들이 조율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작진들과 배우들과 상의를 해야겠다. 개인적으로 지금보다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작가는 평소 집필 스타일을 전했다. 그는 "집필할 때 주로 책에서 영감을 얻는다. 영화를 많이 보긴 하지만 뇌리에 남는 건 결국 책이더라. 소설이나 인문 서적 등 여러 가지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나의 영감이 어디서 나왔지 돌이켜 보면, 결국 1~2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필을 끝내면 맥주를 마시는 버릇이 있다"며 "또 작업실에 없어서 안 될 존재는 고양이다.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데 이들이 있어야 사람 사는 것 같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처럼 김은희 작가는 자신이 구축한 세계를 거대한 화면을 압도할 정도로 꽉 채웠다. 시즌1, 2에 이어 시즌3에 대한 구성까지. 손끝에서 탄생한 엄청난 세계관이다. 앞으로 김은희 작가가 보여줄 세계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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