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스포츠계를 미국프로야구(MLB)를 뒤삼킨 가운데 한국인 메이저리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뜻하지 않게 위기를 맞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20시즌 정규시즌 개막을 5월 중순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17일(한국시각)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에 따라 8주간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모임을 자제하고, 단체 훈련 또한 금지한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범경기를 중단하고 각 구단 스프링캠프를 해산시켰다. 다만 훈련시설은 개방하되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선수만 선택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훈련시설도 어느 정도까지 이용 가능한지 알 수 없어 캠프지에 남아있는 선수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비시즌이 길어지면서 류현진과 김광현은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등 다른 한국인 빅리거들은 연고지로 돌아갔지만, 이들의 상황과 다르다.
류현진은 캐나다 입국길이 봉쇄돼 토론토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수도 오타와 자택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캐나다 국민이나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들의 입국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 시민권자의 직계 가족과 미국 국민, 외교관 등에 대해서는 입국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캐나다팀 토론토에 입단한 류현진은 어느 조건에도 해당되지 않아 캐나다 입국이 어려워졌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선택도 쉽지만은 않다. 자칫 미국 재입국도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류현진은 캠프지를 차린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꼼짝없이 발이 묶였다. 류현진은 현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100%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최상의 상황은 아니다.
김광현 또한 플로리다주 주피터에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SK 와이번스를 떠나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김광현은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채 기다림의 연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선발 경쟁에 청신호를 켠 김광현은 지난 10일 미네소타 트윈스전까지 2차례 선발 등판을 포함해 4경기(2불펜 2선발)에서 8이닝 5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경쟁자 중 압도적인 탈삼진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 쉴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은 훌륭하고 강력한 경쟁자다. 어떠한 상황도 극복해낼 수 있는 선수"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김광현의 이 같은 활약은 코로나19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야심 차게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있던 김광현은 시범경기 취소로 선수단이 집으로 귀가한 상황에서도 한국행 대신 미국 잔류를 택했다.
주피터에 머물고 있는 김광현은 "지금 상황에서 구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롱 토스를 할 정도의 환경만 주어지면 좋겠다"면서 "지금은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은 "김광현이 주피터에 잔류했지만, 캠프 시설을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을지 몰라서 훈련 계획을 짜기 어렵다. 단기 임대한 집도 이달 말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호텔 예약 등도 고심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광현은 5선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상황에 따라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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