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노진주 기자] 임성재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생애 첫 우승에 크게 보탬을 준 사람이 있다. 바로 임성재의 '특급' 캐디 앨빈 최(캐나다 교포)다.
임성재는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파70, 7125야드)에서 열린 혼다 클래식(총상금 600만 달러 )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3개를 묶어내 4언더파 66타를 기록,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매컨지 휴즈(캐나다)를 단 1타 차이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임성재는 그간 무관의 설움을 깨끗하게 씻었다. 임성재는 지난해 9월 샘더스 팸스 챔피언십을 단독 2위, 10월 조조 챔피언십을 공동 3위로 마치며 매번 우승의 문턱에서 돌아선 바 있다.
임성재는 2009년 양용은 이후 혼다 클래식에서 두 번째로 챔피언에 오른 한국 선수가 됐다. 동시에 최경주(8승),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2승), 강성훈(1승)을 이어 한국인 7번째로 PGA 투어 우승자가 됐다.
공동 5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했던 임성재는 초반 5개 홀에서 무려 4개의 버디를 낚아채며 역전 우승에 청신호를 켰다. 7번 홀에서 보기로 잠시 흔들렸지만 11번 홀에서 버디로 만회해 중간 성적 6언더파로 단독 1위에 올렸다.
그러나 기쁜도 잠시 임성재는 12번 홀과 13번 홀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다시 어둠의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우승에 목말라 있던 임성재는 재빨리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15번 홀과 17번 홀에서 환상적인 아이언샷으로 버디 2개를 낚아채며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이어 마지막 18번 홀을 파로 막아내며 1타 차 2위까지 쫓아온 휴즈를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50경기 만에 우승을 맛본 임성재 뒤에는 그의 캐디 앨빈 최의 노력도 한 몫했다. 앨빈 최는 캐나다 교포 프로 골퍼 출신으로 이번 대회에 임성재의 캐디로 모습을 드러냈다. 앨빈 최는 지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후 임성재가 직접 건 전화를 받고, 캐디 신분으로 임성재와 함께하기 시작했다. 전문 캐디는 아니지만, 이 대회 코스를 미리 치러본 선배로서 앨빈 최는 임성재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 후 앨빈 최는 "아마 임성재 선수와 알고 지낸지는 한 2년반에서 3년 정도 된 것 같다. 콘 페리 투어에서 임성재 선수가 뛰던 시기에 같이 플레이 했고, 콘페리 투어 파이널 시리즈 때 애리조나에서도 아마 처음 얘기를 몇 마디 나누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임성재 선수와 조금 더 친해졌다. PGA 투어로 옮겨오면서 연락도 자주 했고 그러다 보니 이런 기회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에 어떻게 임성재의 백을 들게 되었나라는 질문에는 "리베리아 대회(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이후에 전화를 받게 됐다. 임성재 선수가 혼다 클래식을 위한 캐디를 찾고 있다고 했고, 아무래도 언어적으로 전 캐디들과 힘든 부분들이 있어서 내가 백을 들면서 조금 더 수월하게 경기를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선수로서 나도 이 경기장에서 플레이한 경험이 꽤 있었는데, 임성재 선수가 이 코스에 대한 경험이 많은 캐디를 찾고 있었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그 선택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서 정말 기쁘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나도 선수로서 이 코스에서 콘페리 투어 파이널 스테이지까지 친 적이 있었고 ,이 코스에서의 시합을 통해 콘페리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그래서 이 코스에서 얼마나 어렵고 어떻게 작전을 짜여 하는지를 알고 있으며, 이 대회가 주는 중압감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이 곳에서의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 경험이 오늘 성재의 플레이에 대해서 조언을 하는데 많이 도와준 것 같다. 같은 선수로서 시합 중에 선수가 어떤 부분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고 있기에 그럴 때 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얘기를 해 주었고, 임성재 선수가 계속 경기에 집중 할 수 있게 도우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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