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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그대로의 자넷서 [인터뷰]
작성 : 2020년 02월 29일(토) 10:00

자넷서 인터뷰 / 사진=GRID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20대 중반의 바이브가 아니었다.

지독한 우울감에 눈물 지어보고 이겨내보려 고독을 노래한, 수많은 처절한 경험치들은 26년 남짓한 인생을 답지 않게 단단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른 사람들도 위로하고 싶은 가수 자넷서다.

자넷서는 28일 첫 앨범 '프리미티브(PRIMITIVE)'를 내고 데뷔했다. "노래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비현실적이다. 원래 내가 살았던 생활과 너무 달라서 꿈꾸는 것 같다"며 벅찬 소감을 꺼낸 그다.

자넷서는 래퍼 서사무엘의 친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 데다 피아노를 잘 치던 오빠의 영향을 받으며 자넷서는 음악에 자연히 스며들었다. 그는 "노래 만드는 걸 좋아했다. 고등학교에서도 멜로디가 생각나면 '들어볼래?' 하고 친구들한테 노래를 불러줬다. 뭔가 재밌는 소재가 있으면 친구한테 박자를 타게 하고 내가 노래를 불렀다"고 밝혔다.

다만 데뷔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안정적으로 살길 바라는 부모의 열망이 컸던 탓이었다. 자넷서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는 안정적인 길로 가길 바라셨다. 저도 옛 어른들 말씀을 따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나름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교도 갔다. 근데 자꾸 음악에 대한 욕구가 생기더라. 오빠가 음악할 때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나는 참고 살아야겠다' 했는데 성인이 되고 내 삶에 책임을 지면서 '남은 인생 동안에 내가 뭘 하고 살아야 죽을 때 후회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거 열심히 해야겠다' 싶었다.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는 극심했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고. 그럼에도 자넷서는 '믿고 지켜봐 주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려 애썼다. 그는 "내가 뛰어나게 공부를 잘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해본 경험이 있으니 그런 마음가짐으로 음악도 열심히 매진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어느 정도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부모님께서도 응원해 주시더라"라고 털어놨다.

자넷서 인터뷰 / 사진=GRID 제공


그렇게 첫 앨범 '프리미티브(Primitive)'가 탄생했다. 자넷서는 "처음에 노래를 만들었을 때의 심정이 원시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이 커서 '프리미티브'라고 지었다. 또 이 앨범을 시작으로 나아간다는 뜻도 담았다"고 전했다.

'프리미티브'에는 타이틀곡 '모닝(Morning)'과 '투나 피시(Tuna Fish)' 2곡이 담겼다. '모닝'은 현대인들이 흔히 겪는 공허함, 외로움을 표현한 노래다. 자넷서는 "예전에 한동안 많이 우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 잠도 잘 못 자고 집 밖에도 잘 못 나갔다. 그런 감정들이 대부분 아침에 밀려왔다. 잠을 계속 못 자다가 해가 올라오는 새벽쯤에 또 하루가 시작되는데 나는 여전히 방 안에서 혼자 마음 아파하고 있었던 걸 생각해서 '모닝'이라 지었다"고 했다. 그는 얘기를 하며 당시를 떠올린 듯 살짝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행히 지금은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고.

'모닝'은 버벌진트, 다이나믹듀오, 스윙스, 넉살, 한해 등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한 ASSBRASS가 프로듀싱했다. 자넷서는 "회사 들어가고 나서 대표님께 '기존에 만들었던 것들에서 벗어나서 비트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께 받아서 해보면 조금 더 시야가 넓어질 것 같다' 말씀드렸더니 대표님이 너무 좋다며 열심히 찾아주셨다. 운이 좋게 ASSBRASS 님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유명한 분인데 받게 됐네' 싶었다. 신나서 비트 받자마자 그날 밤새서 7~8시간 동안 작업을 마쳤다"고 말했다.

'투나 피시'는 전에 살았던 삶의 틀에서 벗어나서 원하는 삶을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취업을 위해 진학한 컴퓨터공학과에서 공학도의 삶을 살다 가수로 도전하게 된 자넷서의 이야기다.

그는 "처음에 그 노래 만들 때 참치 캔을 먹고 있었다. 거기에 TUNA라고 써 있더라. 아무 생각 없어서 '투나투나' 하는데 그게 훅처럼 들리더라. 그다음에 '가사를 뭘 쓰지?' 했는데 Tuna Fish가 '두 낫 핏(do not fit)'처럼 들리더라"라고 했다. 이 언어유희가 가사에 담긴 것. 일상생활 모든 것들이 곡 쓰는데 영감을 주는 도구라며 그는 "뭔가를 할 때 의도를 해서 하는 것도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문득문득 오는 아이디어들이 한 번씩 좋을 때가 있다고 느낀다"고 웃었다.

'투나 피시'는 서사무엘이 프로듀싱했다. 자넷서는 "방에서 혼자 '투나 피시'를 만들고 있는데 오빠가 뭘 하나 싶었는지 들어와서 '뭐 하냐'고 묻더라. '나 곡 만들었어. 들어볼래?' 했더니 오빠가 엄청 좋은 것 같다고 보컬을 떠서 자기한테 보내보라고 하더라. 그게 너무 좋아서 '우와 감사합니다' 하고 보냈다. 근데 정말 오빠 보면서 놀라운 게 음악 만드는 감이나 속도가 정말 빠르다. 2시간도 안 돼서 보냈더라"라고 감탄했다.

자넷서 인터뷰 / 사진=GRID 제공


서사무엘 못지않게 자넷서도 빠른 작업 속도와 어마어마한 작업량을 자랑했다. 실제 그는 이틀에 하나씩 곡을 쓰려고 한다고. 어느 외국 싱어송라이터 다큐멘터리에서 본 '호스 파이프에 물을 넣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진흙물도 나오고 더러운 물도 나오는데 멈추지 않고 물줄기를 계속 뽑아내면 나중에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 나온다'는 말 덕분이었다.

그는 "노래 만들 때 처음에는 가사도 이상할 수 있고 멜로디도 말도 안 될 수 있는데 좋은 노래든 안 좋은 노래든 계속 뽑아내야지 나중에는 좋은 결과물을 쭉쭉쭉쭉 내보낼 수 있다 해서 나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작업한 파일들이 쌓이는 것 같다. 요즘엔 새로운 거 없을까 할 때 옛날에 했던 걸 꺼내서 들어보면 그때보다는 지식이 조금 더 쌓여서 그런지 거기서 얻는 아이디어도 있다"고 밝혔다.

수많은 곡들 중 '모닝'과 '투나 피시'를 고른 이유도 전했다. 자넷서는 "'투나 피시'는 내 귀가 더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된 곡이다. 오빠가 곡을 가져가서 피아노, 드럼 같은 걸 해주고 나니까 내가 그 전에 만들었던 작업물과의 차이를 느끼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야 되는구나' 생각이 들더라. 귀를 트이게 해줬던 첫 번째 작업물이라 의미가 깊어서 그 곡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모닝'은 회사에 들어오고 '진짜 열심히 할 거야' 이런 마음으로 했는데 ASSBRASS 님의 비트를 받지 않았나. 또 보통 비트를 받으면 한 번에 후루룩 써지는 비트가 있고 가다가 좀 막히는 비트가 있는데 '모닝'은 받자마자 너무 느낌이 좋아서 후루룩 써진 케이스였다. 회사에서 처음 만든 거고 의미가 깊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자넷서는 그의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위로받길 원했다. "가사도 그렇고 들어보면 슬프고 우울한 노랜데 너무 우울해지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공연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다들 너무 심각해지지 말고 정말 즐겁게 따라 불렀으면 좋겠다"는 그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또 계속해서 다시 찾아와서 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 보면 몇 년이 지나도 계속 찾아서 듣거든요. 힘들 때마다 찾아서 듣고 위로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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