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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채종협, 연기를 향한 날갯짓 [인터뷰]
작성 : 2020년 02월 23일(일) 09:07

스토브리그 채종협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인생은 유기적인 상황들과 선택, 그리고 우연이 맞물려 만들어진다. 아주 먼 과거의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미래를 꿈꾸게 한다. 채종협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연기를 향한 날개를 편 현재도 과거의 작은 선택으로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역사를 쓰고 있는 채종협은 미래가 참 궁금해지는 배우다.

중학교 시절, 채종협은 단순히 해외여행을 꿈꾸던 작은 소년이었다. 어머니를 졸라 여권을 만들고 처음으로 태국에 향하게 됐다. 채종협은 "처음에는 가족여행으로 태국에 갔다. 그런데 어머니가 '여기 있어라'고 말하며 유학을 권유했다. 당연히 나는 싫다고 말했으나 어머니는 완고하셨다. 그렇게 2주, 두 달이 흘렀다. 어머니가 국제 학교 시험을 보고 붙으면 한국에 올 수 있다고 말해주셨다. 그때부터 미친 듯이 공부했고 합격했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려니 공부한 게 아쉽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한국에 오니 어머니의 지인이 남아공 유학을 추천해줬다. 아무래도 태국보다는 영어권 나라여서 그런지 어머니가 나를 또 보내셨다. 남아공은 자다가 총소리도 들리고, 옆집 비명 소리도 들리고, 창문 깨지는 소리도 들리는 위험한 곳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모델이라는 꿈을 꾸게 됐다. 그런데 나는 남아공에서 데뷔할 수 없다고 하더라. 데뷔가 너무 하고 싶어서 4년 만에 한국 땅을 밟게 됐다"며 "막상 한국에서 모델 일을 시작하려니 막막했다. 그러던 중 서울종합예술학교 모델과에 들어가면 오디션 기회가 많다는 얘길 듣고, 지원해서 입학하게 됐다. 한 학기 정도 학교를 다닌 후 모델 회사와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스토브리그 채종협 / 사진=방규현 기자


모델로 활동하던 채종협이 연기에 대한 꿈을 꾼 건 작은 우연부터다. 그는 미국계 에이전시에서 미국 드라마 오디션 제의를 받았고,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보다 추억을 쌓고 싶었다. 그게 나한테 좋은 기억으로 다가오더라. 모델로 데뷔해 활동했을 때도 그 기억이 오래갔다. 회사에서도 시나리오나 시놉시스를 많이 줬던 것 같다. 계속 읽다 보니 큰 매력을 느꼈다. 모델 일보다 연기를 준비하는 게 생각할 거리와 공부할 것이 많았다. 이건 진지하게 빠져서 해볼 만하다고 느껴서 모델을 그만두고 배우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채종협은 배우가 되기 위해 늘 준비했다. 그리고 마침내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를 통해 안방극장에 데뷔했다. '스토브리그'는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다. 채종협은 극 중 드림즈에 선발된 슈퍼 루키인 투수 유민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채종협은 '스토브리그' 오디션 합격 통보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합격 통보를 받고, 여태까지 고민했던 것들이 생각이 나더라. 그토록 바랬던 거고 정말 원했던 거여서 그런지 듣자마자 눈물이 났다"며 "오디션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를 보여줘야 돼서 최대한 제가 보여드릴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게끔 만들어 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채종협은 야구선수 유민호와 만나게 됐다. 그러나 채종협은 야구를 접해본 적도 없는 초보였다. 어떻게든 프로 선수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야 되는 미션을 받은 것이다. 채종협은 "야구는 접해볼 기회가 아예 없었다. 본 적도 없고, 해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야구선수 역할을 맡은 만큼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처음에 감독님은 몸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체중도 최대한 늘리고, 근육도 늘리고 싶어서 헬스도 열심히 했다. 또 야구가 햇빛에서 하는 스포츠여서 좀 까무잡잡하게 나왔으면 싶었다. 그래서 선크림도 안 바르고 머리도 짧게 잘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마운드를 어떻게 밟는지부터 하나하나 계속 배웠다. 작가님은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유민호의 모티브라고 하셨다. 오타니 쇼헤이 영상을 자주 보며 틈틈이 섀도우를 한 것 같다"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 배우는 상황이라 즐거웠다. 던지다 보니 점점 느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스토브리그 채종협 / 사진=방규현 기자


채종협의 노력 대로 화면 속 유민호는 드림즈의 신입 야구선수 그 자체였다. 그가 외적으로 야구선수의 몸과 투구 폼을 익혔다면, 입스를 겪는 심리를 세심하게 표현해 내면 연기를 완성했다. 입스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공을 치거나 던질 수 없는 질병이다.

이에 대해 채종협은 "입스를 표현하기 위해 혼자 상상을 많이 했다. 나에게 입스가 오면 어떨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런 게 무색할 정도로 현장에서 선배들이 잘 끌어줘서 감정이 잘 나온 것 같다. 선배들이 큰 도움이 됐다"며 "입스라는 게 정신적인 문제로 근육을 통제하지 못하는 거라 공을 엄청 못 던져야 한다. 원래 투구 폼이 좋지 않아서 그냥 던져도 못 던질 텐데 더 못 던지는 척하려고 했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입스를 표현한 게 선배들의 도움이었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인 채종협은 현장에서 예쁨 받는 막내였다. 누구든 채종협과 함께 있으면 '케미'가 산다는 평이다. 실제로 이신화 작가는 채종협에게 '왜 유민호는 어떤 선배와 붙여도 '케미'가 나는 걸까요. 그래서 선배들과 맡이 붙이고 싶었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라고. 채종협은 "아무래도 선배들이 잘 이끌어줘서 그런 것 같다. 선배들에게 의지도 많이 했다. 현장에서 선배들을 비롯해 감독님과 스태프분들까지 나를 귀여워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고 했다.

스토브리그 채종협 / 사진=방규현 기자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 19.1%가 나올 정도로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자랑했다. 아무래도 작품의 인기가 현장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채종협은 "촬영장에서도 시청률 얘기를 많이 한 것 같다. 나는 '스토브리그'가 첫 작품이라 시청률에 대한 감이 없었는데, 선배들은 되게 잘 나오는 거라고 하더라. 어디까지 나올지 장난스럽게 내기를 하곤 했다"고 전했다.

소위 '대박' 난 드라마였으나 채종협은 작품의 성공을 예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에 붙고 무조건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지, 시청률이 잘 나올 거라는 생각은 안 한 것 같다. 그냥 작품을 하게 된 게 마냥 기뻤다. 그런데 첫 방송을 보니 너무 재밌더라. 다만 내가 나온 부분은 부끄러워서 숨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성공에 팬들도 응답했다. 팬들은 여느 작품보다 '스토브리그' 속 캐릭터에 몰입했다. 채종협은 "누리꾼들이 정말 유민호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런 데서 힘을 얻기도 하고 더 노력해야지 마음먹었다"며 "내 SNS에 팬들이 '너 그럴 때 아니다. 연습해라' '민호야 연봉은 괜찮냐' '팔꿈치는 괜찮냐'고 댓글을 달아줬다"고 말했다.

이렇게 막 연기의 길에 접어든 채종협은 미래를 꿈꿨다. 그는 "앞으로 10년, 20년 뒤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수식어가 붙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가장 바라는 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채종협'이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이렇듯 채종협은 우연히 접한 연기의 길을 주저 없이 선택했고, 이제 막 날개를 폈다.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그의 다음 날갯짓이 궁금해진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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