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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배우라는 끝나지 않을 꿈 [인터뷰]
작성 : 2020년 02월 22일(토) 10:00

김정현 /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자신의 연기에 안주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 반성한다. 남들이 자신의 연기에 박수를 보낼 때도, 그는 채찍질을 멈추지 않는다. 끝나지 않을 꿈을 향해 달려가기에 더 아름다운 김정현이다.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김정현은 2018년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뒤 드라마 '시간'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주목받는 '라이징 스타'가 됐다. 그러나 '시간'의 제작발표회에서 무성의한 태도 및 중도 하차 논란을 겪었다.

김정현은 수면 섭식 장애를 호소하며 심적, 체력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라 '시간'에서 중도 하차했고, 10개월간의 공백기를 가지게 됐다.

건강 상의 문제였지만, 김정현의 논란에는 대중들의 좋지 않은 시선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복귀작 결정을 참 많이도 망설였다. 그리고 망설이는 그의 손을 단단하게 잡아준 것은 바로 이정효 감독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김정현과 사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조심스럽게 '사랑의 불시착'의 대본을 건넸다. 이 감독은 "너 말고는 다른 사람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너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는 말로 김정현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김정현은 "감독님이 저를 참 좋게 봐주셨다. 그래서 저도 자신감을 갖고 기분 좋게 참여할 수 있었다. 감독님도 저를 많이 신뢰해 주셨고, 현장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놀다가 돌아갈 수 있게끔 현장을 잘 조율해주셨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정현은 자신을 믿어주는 연출과 좋은 작가, 현빈, 손예진과 같은 좋은 선배들과 복귀작을 함께하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여겼다. 드라마의 인기나 시청률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순간순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촬영에 임했고, 그러자 시청자들의 사랑이 '선물'처럼 따라왔다.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회는 시청률 2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넘으며 '도깨비'를 넘고 tvN 역대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정말 그렇게까지 잘 나올지는 몰랐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지만,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열심히 한 것에 대한 의미와 결과를 가지고 마무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웃었다.

김정현 /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회가 끝난 후에는 현빈도, 손예진도 아닌 김정현이 연기한 캐릭터 구승준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내렸다. 구승준이 주연 캐릭터 중 유일하게 '죽음'이라는 새드엔딩을 맞이했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드러낸 것.

김정현 또한 시청자들의 이러한 반응을 접하고,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는 "(구)승준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많이 사랑받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로서는 굉장히 뿌듯했다"고 웃었다.

이어 "시청자들이 아쉬워하시는 마음만큼 저도 아쉬운 게 없지는 않지만, 작가님이 많이 고민하시고 제 캐릭터가 기억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도록 결말을 잘 써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그 누구도 구승준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정효 감독은 "다른 캐릭터도 총을 맞고 살아났기 때문에 승준이도 살아날 거다"라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김정현은 "근데 16부 대본을 보니 죽었더라. 심장 박동이 멈추는 구급차 신에서는 대본에 쓰여진 걸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죽기 전 애틋한 마음으로 연기를 했지만, 이후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상상은 시청자의 몫이다. 구승준의 죽음을 확정 짓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김정현은 결말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작가님도 죽음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으시면서, 살아있을 거라는 여지를 둔 것 같다"며 "방송을 보신 시청자분들이 '단이의 첼로 가방에서 나오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계속 회자된다면 승준이는 어딘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 그런 상상을 해보는 것도 재밌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작가님이 열린 결말에 여지를 두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정현 /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구승준의 마지막 모습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남긴 것은 김정현의 연기가 설득력을 부여한 덕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김정현은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자신의 연기력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김정현은 희망이 없는 구승준의 상황 속에서도 절망이나 압박감에 함몰되지 않는 것에 포인트를 잡았다. 그는 "절망이 밖으로 표현되면 인물이 무너지기 때문에 더 능글맞고 능청스럽게 행동했다. 유일하게 감정을 다 토해냈던 장면이 '꽃제비' 장면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장마당에서 독립된 공간에 들어가 제 처지를 생각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승준은 복수를 할수록 허전함을 느끼고, 한 단계 성장한다. 충분한 돈이 있음에도 누군가에 쫓기고, 편하지 않고, 나름대로 복수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의미함을 느꼈던 것 같다"며 "그 감정선으로 마지막에 서단(서지혜)를 구하러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자신만의 캐릭터 해석, 그리고 표현력으로 연기 호평을 받았던 김정현이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점수를 매겨달라는 요청에 "그나마 시청자분들이 많이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75점 정도 주고 싶다. 제 연기로만 보면 10점도 못 줄 것 같다"고 답했다.

김정현은 "저는 제 연기에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하고, 부족함을 느낀 부분을 구체적으로 나열할 수 없지만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며 "항상 '저게 최선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표정이나 발음에 있어서 스스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기에 지나치게 냉정한 것은 아니냐고 묻자 "항상 자기 검열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대본을 많이 읽고, 인물을 접근할 때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우선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현장에 가서 감독님과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서 완성해 나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현 / 사진=오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그의 노력에 힘입어 '사랑의 불시착'은 소위 '대박'을 터트렸고, 김정현 또한 수혜자가 됐다. 그에게 '사랑의 불시착'은 배우 김정현의 떨어진 자존감을 세워준 작품이다. 김정현은 "매 작품이 얻는 게 있고, 잃는 게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가장 크게 얻은 건 시청자들의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웃으면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현장이었다. 좋은 작가님, 좋은 배우들과 작품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에너지를 받으면서 준비를 했고, 촬영에 임했다"며 "모든 퍼즐이 잘 맞춰진 현장에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작품을 마무리 한 지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으로 복귀를 마친 김정현이지만,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한다.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은 시작할 때와 다를 게 없다는 것. 그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저 스스로 연기를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선택 기준"이라며 "배우 김정현의 필모그래피에 필요할 것 같은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시청자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정현은 어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작품을 보지는 않는다. 그는 "액션이나, 코미디, 로맨스 등 어떤 장르를 하고 싶다는 인간 김정현의 욕심이 있으면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 흐려지더라. 제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제가 구현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걸 정해두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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