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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열의 새로운 얼굴 [인터뷰]
작성 : 2020년 02월 12일(수) 21:21

김무열 정직한 후보 / 사진=NEW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김무열이 그간 진중하고 어두웠던 캐릭터를 한 겹 벗고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생애 첫 코미디 극. 도전에는 큰 용기가 필요한 법. 김무열은 특유의 긴 다리로 성큼 걸어 그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김무열이 주연을 맡은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 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다. 극 중 김무열은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을 맡아 코믹 연기에 도전한다.

먼저 김무열은 작품을 개봉한 소감으로 “영화로는 코미디 연기가 처음이라 설렌다. 또 긴장도 된다. 제가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봤다. 관객들도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직한 후보'는 2014년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동명 원작 영화를 한국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극중 배경은 물론 주인공의 성별부터 주요 인물, 정서까지 차이가 많아 기본적인 설정을 제외하고 많은 것들이 각색됐다.

그간 ‘인랑’, ‘기억의 밤’, ‘은교’, ‘연평해전’ 등 무게감 있는 캐릭터를 소화했던 김무열에게 '정직한 후보' 속 코미디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계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김무열은 사실 장유정 감독과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고. 2007년 장유정 감독의 연출작인 뮤지컬 ‘김종욱 찾기’로 무대에 섰던 김무열은 자연스럽게 장유정 감독의 의중과 의도를 몸에 배게 됐던 것.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지며 쌓인 신뢰와 믿음이 그를 ‘정직한 후보’로 이끈 것.

이에 김무열은 ‘정직한 후보’ 대본을 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너무 재밌었다. 원작을 잘 살렸다. 또 제가 대본을 받았을 때는 라미란이 이미 캐스팅됐다. 라미란의 주상숙을 상상하니 너무 잘 할 것 같았다. 현장에서 라미란과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무열 정직한 후보 / 사진=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그러면서 김무열은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며 “평소 코미디 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에서도 준비를 많이 했다. 이번 작품에선 다른 배우들 모두 출중해서 제가 생각한 것보다 그 이상이 만들어졌다.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같이 머리 맞대는 것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는 리액션만 했다. 한 게 없다”고 덧붙이기도.

앞서의 ‘리액션만 했다’는 겸손한 표현과 달리 극 중 김무열은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부터 라미란과의 티키타카 호흡으로 즐거운 연기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또 주상숙을 묵묵히 지키고 보필하는 보좌관 역을 완벽히 소화했다는 호평을 받는 중이다. 이처럼 열정 넘치는 보좌관 캐릭터를 만난 김무열은 작품에 임하기 전 숱한 고증과 연구를 거듭했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먼저 김무열은 캐릭터 박희철의 세심한 성격과 전혀 다르다며 “실제로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물론 박희철처럼 의리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긴 한다. 작업할 때도 그 부분을 많이 신경쓰는 편이다. 배려하려 노력하지만 남을 잘 챙기는 성격은 못 된다. 잘 잊어버리고 빠뜨린다. 대신 화나는 일이 있어도 뒤끝이 없다. 담아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무열은 “캐릭터 연구를 위해 직접 보좌관들을 만나 이야기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보좌관을 오래 했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지 보고 들으면서 컸다. 어렸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 국회의원이고 비서관 아저씨들이 나를 돌봐주기도 했다. 전국을 돌며 인터뷰를 했다더라. 그 모습에 반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면서 “제 캐릭터 박희철이 주상숙의 라디오 생방송 전 세팅을 해놓고 앵커에게 참견 아닌 참견을 하는 장면에서 공감했다. 또 라미란의 유세 동작과 춤을 보고 정말 정치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몸 동작이 정치인 같더라”며 홀로 웃기도 했다.

“촬영하는 매 순간 라미란을 보며 감탄한 순간이 많았다. 웃겨서 연기를 못할 정도다. 극 중 주상숙이 허깅을 하는 장면에서 욕을 하는 장면도 애드리브다. 방심을 하면 안 됐다. 서로 웃겨서 NG도 많이 냈다. 정말 준비 안 하고 약속 안 한 애드리브였다. 저도 즉각적으로 애드리브가 나왔다. 진지하게 해야 하는데 너무 웃겼다. 계속 애드리브가 나왔다. 매일 입술을 꽉 깨물고 연기했다.”

이어 김무열은 거듭 “라미란이 너무 잘 해줘서 쉽게 했다. 날로 먹었다. 애드리브도 리액션 위주였다. 나는 어디서 나서서 돋보이려 하지 않고 보조하는 역할, 즉각적으로 신선하게 해야겠다는 요소에 집중했다. 또 무게추, 중심을 잡으려는 역할도 있었다. 다만 혼자 너무 진지해지는 것 같아서 전사에 대해 배제한 부분이 있다. 박희철은 그저 주상숙의 인간적인 면을 믿고 움직이는 인물”이라며 서포터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라미란과 김무열은 작품을 이어가며 의원과 보좌관 못지않은 남다른 우정을 쌓았다고. 김무열은 “평소 낯을 많이 가린다. 저보다 나이가 적어도 말도 못 놓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라미란은 어렸을 때 알고 지낸 누나처럼 가감 없이 편하게 대해줬다. 사과의 말을 드리고 싶다. 제가 너무 함부로 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서스럼없이 대한다. 주연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얼굴 붉힐 일이 없더라. 98% 분량을 책임지는 체력이 거기서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싫은 내색이 없이 항상 밝다. 지칠 법도 한데 카메라가 꺼지니 노래하고 춤을 추더라”고 전했다.

2020년 필모그라피를 가장 코믹한 캐릭터로 장식하게 된 김무열. 그의 코미디 도전기는 즐거움보다 부담감이 더 컸다. 웃겨야 하는 부담감이 중압감으로 다가오며 치열한 고민을 야기시킨 것. 김무열은 관객들이 웃을 수 있고 또 공감할 수 있는 선을 줄곧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인 만큼 현장 모든 이가 머리를 맞댄 채 토의를 이어갔다는 속 사정이 함께 전해졌다. 이처럼 어려웠던 코미디 장르, 김무열은 다시 한 번 도전할 용의가 있을까.

이에 김무열은 “제의가 오면 다 한다. 제가 아직 골라 먹을 위치가 아니다. 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않다. 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경계한다. 다양하게 하고 싶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제 꿈은 일을 못 할 때까지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것이다. 배우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다양한 모습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작품으로 해본다는 것 자체가 기회다. 직업적 소명이다. 제 스스로 만족스러웠던 적은 아직 없다”고 진지한 연기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무열은 스스로에게 굉장히 혹독한 편이라며 “항상 제 작업 모습에 대해 항상 반성하고 회의감을 갖는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저를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걸 시작하면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라 털어놓았다.
“매 작품마다 매너리즘과 슬럼프를 겪고 경계한다. 극복에 대한 정답은 없다. 배우라는 존재는 관객들이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번 매너리즘에 빠지고 되풀이한다. 사실 경계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다. 모르고 있는 것이 더 위험하다. 자아도취에 빠지는 것이다.”

이처럼 김무열은 스스로가 만든 경계선 안에서 끊임없이 자정하고 또 고민하는 배우다. 그의 필모그라피가 전혀 가볍지 않은 까닭이다. 투철한 고민으로 현재 진행형의 길을 걷는 김무열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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