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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 라미란의 원맨쇼 [무비뷰]
작성 : 2020년 02월 12일(수) 10:34

정직한 후보 라미란 / 사진=영화 정직한 후보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그간 다양한 장르로 연기파 배우 이미지를 굳혀왔던 라미란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작품을 만났다. 잘 차려진 캐릭터와 서사, 또 4.16 총선을 앞둔 정치인 소재라니. '정직한 후보'에서 라미란은 '물 만난 물고기'면서 서사 속을 부유하는 '인어공주'다.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은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극 중 라미란은 국민들 앞에서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지만 속내가 시커먼 주상숙 역을 맡았다.

작품은 앞서 개봉한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했으나 장유정 감독의 각색을 통해 완전한 한국식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주인공의 성별은 물론이며 고부 갈등, 여성 정치인으로서 겪는 에피소드, 주상숙만을 바라보는 보좌관 박희철(김무열)의 역할 등을 극대화하며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 과정에서 뮤지컬 '그날들',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으로 무대 연출 등으로 이름을 알린 장유정 감독이 뮤지컬의 재미를 톡톡히 털어 넣었다. 극 중 '아모르 파티'를 부르는 주상숙의 모습을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꾸며 이야기의 속도감과 볼 거리를 만들었다. 장 감독의 감각적이면서도 탁월한 무대 연출력이 엿보인 지점이다.

라미란 정직한 후보 / 사진=영화 정직한 후보 스틸컷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라미란의 천연덕스러움과 적절한 강약 조절에 의존한다. 라미란이 아니었다면 결코 만들어내지 못했을 웃음들이 곳곳에 포진한다. 라미란의 철저한 계산 하에 완성된 웃음 코드 덕분에 이야기 내내 잔잔한 미소부터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는다. 극 중 주상숙으로부터 쏟아지는 가감 없는 대사들은 국내 여성 배우 중 오직 라미란만 소화할 수 있을 터. 모든 상황에서 카멜레온처럼 여러 색채를 띄며 '날아다니는' 라미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물론 라미란을 뒷받침하는 서포터들 역시 제 몫을 다 해낸다. 배우 인생 처음으로 코미디에 도전하는 김무열은 능청스럽게 라미란의 모든 걸 흡수한다. 받아치는 핑퐁보다는 번번이 삼켜 버리는 스펀지 같다. 또 거침없는 키스신까지 선보인 윤경호도 웃음을 보탠다. 바쁜 정치인 아내만큼 바쁜 내조의 왕 봉만식은 어느 장면에서든 라미란이 빛날 수 있도록 등을 내어준다. 아울러 나문희와 라미란의 '케미' 역시 볼 맛이 난다.

작품이 말하는 메시지는 결코 정치와 가깝지 않다. 정치인을 소재로 했을 뿐 특정 정당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에 장유정은 정당의 색깔을 고르기 위해 전국 모든 정당의 대표 색을 비교하며 보라색을 골랐다. 누군가는 현 여당과 야당의 혼합색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장 감독이 현장을 발로 뛰며 완성한 고증과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만나 제법 재치 있는 풍자극이 완성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직업적 편견에 충실한 재미가 있다. 현실에서 자주 흘러나온 정치인들의 비리, 권력층 간의 협상, 군대, 취업 특혜와 원정 출산 논란, 또 휠체어를 타고 기자들을 유유히 떠나는 해결 방법까지 특정 정치인을 표방하지 않지만 대중에게 너무 익숙한 모양새다. 아울러 선거 유세 후보자들 간의 우스꽝스러운 견제는 실제 있을 법한 상황들처럼 제법 현실감 있게 다가간다. 또 4.16 총선을 4.15 총선으로 우회적으로 표현한 센스까지 겸비했다. 이처럼 풍자와 희화를 두 손에 잡은 '정직한 후보'는 12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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