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스타일뉴스 황인선 기자] 미국 유명 만화캐릭터 스폰지밥이 노란 한복 저고리에 숨었다. 눈길이 멈추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런 한복도 있구나!
신진 패션 디자이너를 조사하다 이노주단 오인경 대표를 알게 됐다. 전통한복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땡땡이와 체크무늬 심지어 만화 캐릭터가 패턴이 되어 저고리와 치마를 장식하고 있다. 소재도 현대의복에서 쓰일법한 면과 린넨, 레이스가 자유롭게 등장해 눈길을 끈다.
문득 프랑스 명품 설립자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es)가 남긴 명언이 이해됐다. “혁신과 전통 가치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 모든 걸 바꾼다”.
오인경 한복 디자이너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에 위치한 이노주단을 찾았다. 미국 스트리트 패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이가라 펌 헤어스타일과 타투를 한 여인이 흰 버선에 검정고무신을 신고 등장했다. 그가 선택한건 커피대신 오미자차 였다.
◆ 한복을 사랑하게 된 ‘미국에서 온 한국 여인네’
▲ 이노주단 대표 한복 디자이너 오인경 / 스타일 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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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한복공부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한복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겼을 때가 ‘서른’이었어요. 미국에 사는 가족들의 만류도 심했죠.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를 탔어요. 결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어릴 적부터 ‘공부는 늘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왔기에 두려움보다는 설렘으로 받아드렸던 것 같아요. 덕분에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선생님과 단국대 전통의상학과 고부자 교수님과 인연이 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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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는?
친구들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미국 LA에서 패션관련 기술대를 다니고 있었어요. 50~6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학교였죠. 패션계의 이단아(?)라 불릴 만큼 개성 강한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들었어요. 대부분이 자신의 나라를 상징하는 옷을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죠. 그런 친구들 속에 있으니 저도 제 뿌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복에 빠지게 된 거죠.
◆ 예쁘고 예쁘고 편안한 한복을 짓는 ‘이노주단’
▲ 이노주단 대표 한복 디자이너 오인경 / 스타일 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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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주단에 대해 소개한다면?
예쁜 한복(웃음). 이노주단 식구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한복은 첫째도 예뻐야 하고 둘째도 예뻐야 하고 셋째는 편안해야 한다는 것. 예뻐야 눈길이 가고, 눈길이가야 찾게 되고, 입었을 때 편안해야 또 입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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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모델을 선정한다면?
지드래곤이요. 옷을 잘 즐기는 것 같아요. 성별이나 색감, 디자인 등에 구애받지 않고 때로는 파격적이기도 하고요. 제 한복도 그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해 낼 것 같아요. 혹시 이 인터뷰를 본다면 언제 한 번 시간 내어 창덕궁길 이노주단으로 놀러오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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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주단 한복의 영감이 되는 것은?
음악이요. 한복 디자이너를 꿈꾸기 전에 음반프로듀서가 하고 싶었어요. 패션관련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도 늘 음악과 함께였죠.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 편이에요. 클래식에서부터 재즈, 팝 등 그날 그날 달라요. 좋아하는 뮤지션이요? 바흐, 마돈나, 미국 록 밴드 킹스 오브 리언(kINGS OF Leon) 등이 있어요. 최근에는 샤이니 태민에게 반했어요. 계속해서 ‘괴도’를 반복재생하며 듣고 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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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지난봄에 찾아 온 프랑스 부부가 생각나네요. 한국에서의 마지막 해이기도하고 딸의 돌잔치 기념으로 온 가족이 한복을 맞춰 입기로 했다며 한복을 주문하셨어요. 아무래도 외국인이고 보기만 했던 한복을 직접 입는 것이니까 ‘편안한 착용감’에 주안을 뒀어요. 소재도 현대복식에 쓰이는 면과 린넨을 이용했어요. 반응이 어땠냐고요? 함박웃음 짓고 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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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한복 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출토 복식이요. 무덤에서 발굴한 유물을 재현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1년 전이었어요. 사진과 서적을 통해 연구하면서 복원작업 동참했죠. 신나게 몰두했던 것 같아요. 한복 디자인에 대한 영감도 많이 받았어요. 복원을 한 유물을 보고 그에 어울릴 법한 한복에 대해 상상을 했죠. 그렇게 이노주단 한복을 만들고 있어요.
◆ ‘한복 입고’ 길을 걷는 디자이너 오인경
▲ 이노주단 대표 한복 디자이너 오인경 / 스타일 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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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주단에서의 하루일과를 공개한다면?
오전 10시에 문을 열어요. 제일 먼저 시작하는 것은 ‘청소’입니다. 모두 소매를 걷어붙이고 구석구석 깨끗하게 정리해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하루일과 중 하나죠. 옷감을 제대로 보관하려면 부지런히 닦아야하죠. 쉽게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재질이 얇고 상하기 쉬워요. 또 한복은 색감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내기도 하니까 빛바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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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복을 즐기는 편인가?
그럼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가 만든 한복을 입어요. 어떻게 스타일링을 하냐고요? 제멋 대로죠.(웃음) 규칙은 없다고 생각해요. 원래부터 빈티지와 믹스매치를 즐기는 편이였거든요. 한복에 빅 사이즈 클러치 백을 포인트로 들기도 하고 팔찌를 여러 겹 겹쳐서 리드미컬하게 연출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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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복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정말 많은 친구들을 만났어요. 한복을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점차 입지 않는 옷이 되다 보니 최소 1년 이상을 지구력 있게 버티기가 쉽지 않아요. 공통적으로 “방향과 길이 안 보인다”고 하소연해요. 이런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한 사람이 가고 또 다른 사람이 가고, 누군가 또 가게 되면 결국 길이 된다는 것. 걱정하지마세요. 마음을 단단하게 굳히면 해낼 수 있어요!
스포츠투데이 스타일뉴스 황인선 기자 sunnyday@s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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