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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미화도 왜곡도 없다 [무비뷰]
작성 : 2020년 01월 21일(화) 22:11

남산의 부장들 / 사진=영화 남산의 부장들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남산의 부장들'의 강점을 꼽자면 느와르와 스파이 장르를 오가는 긴박함이다. 계략을 꾸미는 이들의 욕망이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한 덕분일까. 정치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나이 많은 관객들에게 작품은 익숙한 역사의 흐름을 복기시킨다. 또 젊은 연령대는 이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에게 다양한 관전포인트를 자랑하는 '남산의 부장들'이 대중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킬까.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다. 10·26 사태 40일 전의 긴박한 이야기를 그렸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통, 실제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등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으며 영화 '내부자들',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 작품이다. 이병헌은 극 중 헌법 위에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이자 권력 2인자였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맡았다. 매 작품마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이병헌이 다시 한 번 저력을 과시한다.

먼저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만큼 객관적인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 먼저 실존 인물인 김재규를 김규평(이병헌), 차지철을 곽상천(이희준)이라는 허구의 이름으로 대체해 이야기를 그렸다. 근현대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조명하면서도 차갑고 냉정한 시선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각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등 실제로 대중에게 익숙한 대사들이 이어진다. 실제 인물들과 외형적인 싱크로율 역시 높다. 극 중 내내 '박통'으로 불리는 이성민은 박정희를 묘사하기 위해 특수제작한 귀를 분장해 누가 봐도 확실한 인물을 재현했다. 이희준 역시 묵직한 덩치의 차지철을 표현해내기 위해 25kg의 증량을 해냈다.

남산의 부장들 / 사진=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연출적으로 꽤 고심한 지점이 여실히 느껴진다. 극 중 박통과 부장들이 정치적으로 거사를 도모하는 순간 카메라는 박통의 뒷모습을 담는다. 결코 순간의 표정, 기색을 담아내지 않으리라는 우민호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를 보는 관객들은 예기치 못한 사태에 분노했거나 혹은 조금 지쳤을 박통의 표정을 그려낼 법하다.

이처럼 작품은 실제와 허상의 가운데에서 관객들에게 많은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아울러 이미 모두가 알려져 있는 사실임에도 긴장감이 빼곡하다. 김규평이 총을 장착한 순간부터 흐르는 적막과 초조한 기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는 단연코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기에 가능한 서사다. 이성민부터 이병헌까지 감정의 완급조절이 가능한 명배우들의 열연이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꽉 찼다. 눈빛, 제스쳐 만으로 만감을 선사하는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빼곡한 감정 갈등이 다소 피로도를 자아낼 터. 어느 한 군데 빠지는 연기 없이 배우들은 모두 자신의 역할 그 이상을 해내며 퍼즐처럼 제 자리를 메꾼다.

앞서 '내부자들'의 이병헌이 거친 말투의 캐릭터로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은 매력을 선보였다면 '남산의 부장들'의 이병헌은 깔끔하면서도 눈빛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한다. 같은 날 동시 개봉하는 '미스터 주'의 주역 이성민 역시 180도 다른 면모로 다양한 연령대를 공략한다. 이처럼 배우들의 간극 역시 보는 재미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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