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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맨' 웃음 찾다 놓친 개연성 [무비뷰]
작성 : 2020년 01월 21일(화) 11:13

히트맨 / 사진=히트맨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코미디, 액션, 애니메이션까지 볼거리로 가득 채워진 '히트맨'의 밥상은 화려하다. 그런데 막상 먹을 건 없다. 코미디라는 이름 아래 억지스러운 설정이 이어지고, 개연성은 떨어진다. 과한 설정의 연속은 피로도만 쌓인다.

영화 '히트맨'(감독 최원섭·제작 베리굿 스튜디오)는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국정원을 탈출한 비밀 프로젝트 방패연 출신 전설의 암살 요원 준(권상우)이 술김에 그리지 말아야 할 1급 기밀을 웹툰에 그리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예상치 않게 웹툰은 하루아침에 대박이 나지만, 그로 인해 준은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된다.

작품은 어린 준이 방패연 교감 덕규(정준호)를 만나며 시작된다. 이후 준이 에이스 요원으로 거듭나고, 진짜 꿈인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죽음을 위장하는 과정이 스피드하게 그려진다. 애니메이션이 가미된 전개는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흘러가며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또 준이 암살 요원이었던 신분을 감추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부분은 현실적인 요소들이 배치되며 공감을 이끌기도 한다. 현실에 찌든 가장의 모습은 코믹하고 왠지 슬프며 이 시대에 있을 법하다.

문제는 이후 상황이다. 술김에 1급 기밀을 웹툰으로 그린 준은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아내 미나(황우슬혜)와 딸 가영(이지원)은 각각 납치당한다. 준이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며 전개 속도는 급속도로 낮아진다. 초반 준이 에이스 암살 요원에서 평범한 가장이 되고, 웹툰을 실수로 그리는 장면이 30분 동안 빠르게 진행됐다면, 가족을 구하는 우여곡절이 90분 동안 보인 것이다.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20km로 속도를 줄인 셈이다.

히트맨 / 사진=히트맨 스틸컷


이쯤 되면 편집의 문제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려야 하는 시점에서 모든 장면을 살리려다 보니 호흡은 길어지고 지루해졌다. 코미디, 액션, 가족애, 애드리브, 애니메이션까지 전부 보여주려는 욕심이다. 후반부 완급조절에 신경 썼더라면 더 흡입력 있는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에 캐릭터의 과한 설정은 개연성을 떨어트리는 데 한몫한다. 코미디적인 장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거슬린다. 코미디라는 이름 아래 용인되는 것에 한계를 넘었다. 형도(허성태)는 최고 국정원 책임자다. 그런 그가 시종일관 소리만 질러대고, 후배들에게 린치를 가한다. 또 빌런인 제이슨(조운)은 만화에서 나올 법한 웃음만 짓는다. 긴장감을 선사하지 못한 빌런 캐릭터는 작품을 허술하게 만든다. 화룡점정으로 극 말미 모든 캐릭터들이 고성만 질러대니 피곤할 뿐이다.

그나마 기억에 남는 건 관록 있는 권상우의 화려한 액션신과 몇몇 애드리브다. 화장실 액션, 차량 액션, 그리고 마지막 제이슨과의 결투는 깔끔하게 이루어진다. 그 안에서 권상우는 제게 꼭 맞는 옷을 입고 물 만난 물고기 마냥 날아다닌다.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며 상대 배우까지 끌고 가는 모습이다.

적재적소에 들어간 애드리브 또한 재미 요소로 작용한다. 위기의 순간 툭 튀어나온 "언제 한 번 식사나 하시죠"나 준이 아내 미나와 키스를 할 때 딸 가영의 눈을 가르는 장면은 웃음을 선사한다.

이처럼 '히트맨'은 권상우 표 액션과 생활 애드리브로 웃음을 꾀했으나 급속도로 늘어진 전개가 아쉽다. 다만 설 특수는 노려볼만하다. '히트맨'과 함께 개봉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너무 무거운 분위기거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동물 소재를 다룬다. 그렇기에 '히트맨'은 무난하게 가족들이 함께 볼 영화로 설 명절에 적절하다. '히트맨'이 이름대로 '히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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