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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언제나 정점을 지키는 배우 [인터뷰]
작성 : 2020년 01월 19일(일) 19:59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 사진=쇼박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배우 이병헌이 쉽지 않은 난제를 만났다. 역사적 인물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내야 하는 과제를 두고 힘들었다는 투정이 이어지기도 했다. 매 작품마다 흔들림 없는 연기로 대중을 매료시킨 그에게 ‘남산의 부장들’은 꽉 막힌 미로처럼 압박감을 선사했다. 그럼에도 이병헌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한계 없는 연기력을 입증하며 관객들의 열광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다룬 영화다. 10·26 사태 40일 전의 긴박한 이야기를 그렸다. 대한민국 대통령 박통, 실제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등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했으며 영화 ‘내부자들’로 날카로운 시선을 선보였던 우민호 감독 작품이다.

이병헌은 극 중 헌법 위에 군림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이자 권력 2인자였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을 맡았다. 매 작품마다 탁월한 연기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저력을 과시한다.

먼저 이병헌은 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본 소감으로 “고증을 많이 거쳤기 때문에 대중에게 익숙한 대사와 모습이 나온다. 실존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은 내 개인적인 생각을 집어넣을 수가 없다. 오히려 내가 캐릭터를 이해하고 온전히 알아야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그 지점이 가장 힘들었다. 같은 소재를 한 것 중에 참고한 것은 없었다. 다만 예전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다. 다큐멘터리와 증언을 토대로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전했다.

많은 고민을 안고 작품에 임한 이병헌은 고증에 대해 철저하게 다가가기로 각오했다고. 사실과 너무 다르거나 가벼이 여겨질 수 있는 지점은 모두 제외했다. 실제 인물들과 사건을 재조명하는 만큼 위험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작품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증을 많이 한 인물은 틀에 박혀서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답답하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던 지점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풍요롭게 만드는 것 없이 움직여야 했다. 가공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기댈 수가 없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앞서의 고민들이 있기 때문에 이병헌은 가히 천재적인 연기를 완성시켰다. 특유의 해석력과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극 중 김규평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 다수의 작품에서 많은 애드리브로 유행어를 탄생시켰던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사뭇 엄숙한 태도로 임하며 전혀 애드리브를 시도하지 않았다는 비하인드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는 역사의 기록 속으로 들어가기 전 외형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확인했다.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 사진=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사람들의 심리와 갈등을 보여주는 만큼 깊이 있는 전달을 위해 연출 역시 각별한 신경이 필요했다. 이를 두고 그는 “올백 머리를 하고 정장을 입고 분장을 하고 카메라 테스트를 했다. 너무 옛 스타일로 배우가 분장했을 때 우스워 보일 수 있겠더라. 그동안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본 적이 없었다. 심각해보여야 하는데 누군가 웃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화면을 보니 정말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만족했다”고 말했다.

앞서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로 완벽한 호흡을 맞췄던 우민호 감독과 이병헌의 재회로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끌어 모았다. 이를 두고 우민호 감독은 “‘내부자들’보다 더 치열했다. 이병헌과 함께 해 영광”이라며 극찬을 전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극 중 김규평의 눈빛, 걸음걸이, 행동 하나 하나을 묘사하면서도 역사의 반복이 아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관객들에게 세세한 감동으로 전달됐다. 특히 곽상천(이희준)과의 몸싸움은 일촉즉발로 벌어지며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를 두고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 몸싸움 장면을 보고 난장판이 되겠거니 예상했다. 정말 말 그대로 ‘엉망진창’. 말이 섞이고 옷이 다 찢어질 정도다. 말도 손도 동시에 나간다. 난장판일 거라는 생각을 한 후 오히려 마음을 놔버렸다. 아마 이희준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 엉망진창의 상태가 우민호 감독이 원하는 지점이었을 것 같다. 동시에 떠들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찍었다”고 회상했다.

힘들었다는 투정이 무색할 만큼 이번 작품에서 그의 눈빛 연기는 최고조에 다다른다. 묵직한 인물의 특성상 끊임없이 눈으로 표현하려 하는 이병헌의 모습은 담백하면서도 강렬하다. 이야기가 절정에 접어들 때 김규평의 떨리는 눈가는 그 어떤 대사보다도 많은 감정을 야기한다. 이에 이병헌은 “나도 모르는 습관”이라면서 “내가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부자들’ 부터인가. 그때부터 눈가를 떨었다. 내가 그 안에 녹아들게 되면 나도 모르게 감정에 이입했다. 때에 따라서 순간 느껴질 때도 있다. 직업병이 아닐까”라면서 한껏 웃어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외로 대체 불가라는 정점에 도달한 이병헌. 그는 사실을 소재로 하는 인물의 서사를 두고 무수히 많은 고민을 거쳐 왔을 터. 또한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제기했다. 이병헌은 기록 속으로 사라진 인물을 대변하는 역할이었기에 ‘좋은 연기’ 이상을 이끌어내야 했다. 그 누가 근현대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이병헌만큼 덤덤하게 정제시킬 수 있을까. 치열한 고충과 필사적인 연기로 매 순간 연기의 절정을 선보이는 이병헌의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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