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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칼 빼든 '그알'이 몰고 온 가요계 폭풍 [ST포커스]
작성 : 2020년 01월 05일(일) 16:36

그것이 알고싶다 / 사진=SBS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그알'이 음원 사재기 의혹 폭로로 칼을 빼들었다. 사재기로 지목된 이들은 즉각 해명했고, 수많은 가수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음원 사재기의 뿌리를 뽑아야 된다고 입을 모았다. 팬들 역시 음원 사재기 가수 실체가 밝혀지길 촉구했다. 그야말로 가요계에 분 폭풍이다.

4일 방송된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으로 꾸며져 음원 사재기에 대해 파헤쳤다.

첫 번째 주인공은 가수 닐로였다. 닐로는 지난해 4월 대형 기획사 아이돌이 컴백한 가운데 음원 차트 상위 순위에 링크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1위를 할 만큼 인지도가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음원 차트에)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을 안 한 건 물론, 공연을 통해 팬덤을 단단히 굳힌 상황도 아니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닐로 측은 바이럴 마케팅의 결과라고 해명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 사진=SBS


두 번째 주인공은 바이브, 송하예, 황인욱, 장덕철 등이었다. 그룹 블락비 박경이 자신의 SNS에 실명을 언급하며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고, 의혹을 받은 가수들은 곧바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알' 측은 이들 모두 바이럴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에 주목했다.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음원 순위를 올릴 수 있을까.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좋아요' 숫자가 되게 많은 몇 십만 혹은 몇 백만 정도 되는 SNS 페이지를 갖고 있고 여기에 올리면 사람들이 굉장히 반응이 빠르게 온다. 그걸 통해서 음원 검색량이 늘어날 거고 그러다 보면 순위가 올라간다는 게 그들의 논리"라며 "새벽 1시에 광고로 영상을 접했다고 사람들이 왜 전부 음원 사이트에 득달 같이 가서 그 노래를 재생을 하면서 잠이 드는가? 합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경우"라고 반박했다.

'그알'은 "여러 사람의 아이디를 접속한 뒤 해당 음원을 자동 재생하게 하는 일명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가짜 인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컴퓨터 보안 전문가를 통해 한 대의 컴퓨터로 작동하는 수십 대, 수백 대 컴퓨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방송은 가요계 최대 관심사였다. 가수 아이유, 선미, 현아, 솔비, SG워너비 김진호, 래퍼 아이타운키드 등은 일제히 자신의 SNS에 본방사수 인증샷을 게재했다. 이들은 모두 음원 사재기 근절을 주장했다.

아이유는 "그래도 하지 맙시다"라는 글과 함께 "왜 음원 사재기를 하는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제보자의 멘트가 담긴 사진을 올렸다. 선미는 방송 캡처와 함께 못마땅한 듯한 표정의 이모티콘을 붙였다.

현아 솔비 / 사진=DB


현아는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게 사실 되게 슬퍼요"라는 멘트가 담긴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솔비는 "'그알' 방송을 통해 문제 제기가 된 만큼 다시 한번 정당한 문화운동의 씨앗이 시작되길 바란다. 창작자의 권리는 창작자가 소리 내야 하며 소비자의 권리는 소비자가 되찾아야 한다. 더 이상 음원 플랫폼의 불공정한 실시간 차트로 인한 아티스트들의 부당한 경쟁은 사라져야"한다는 글과 음원 사재기 관련 국민청원 캡처 사진을 게재했다.

김진호는 "연예계 관계자들 중 '그알'를 보고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며 "자신의 마음을 다 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명할 수 있을 예술에 지혜가 없이 모인 자들이 자해하는 줄도 모르고 폼을 잡는다. 예술의 '예'를 빼고 '술'만 타서 타서 돌리는 겉멋 싸움, 수많은 지망생들과 동료들이 그들의 욕심에 희석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이타운키드는 "Mnet '고등래퍼3' 촬영 당시 사재기 제의를 받은 게 사실이다. 나는 사재기를 이해도, 옹호도 하지 않는다"며 "차트 안에서 기계 돌리는 사람들 보면 음악 하면서 정말 보람을 느낄지 이해가 안 되더라. 다들 행복해서 하는 음악, 창피할 짓 하지 말자"고 말하며 '그알' 최초 제보자였음을 밝혔다.

이렇듯 '그알' 방송이 화제가 되자 사재기 의혹을 받은 가수 측 소속사도 움직였다. 그룹 바이브의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공식입장을 통해 "당사는 '그알' 제작진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워 19일 약 6시간 30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가 준비한 311페이지에 이르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한 장 한 장 보여주며 당사에 대한 여러 의혹들에 대해 하나도 남김없이 설명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방송에서는 우리에 대한 각종 의혹을 해명한 내용이나 방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전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자료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취재진이 처음 의도했던 각본에 맞추어져 6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용 중 단 3장면, 그중에도 저희가 의혹에 대해 해명한 부분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뉴이스트 / 사진=DB


또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그룹 뉴이스트다. '그알' 측은 자신의 아이디가 '음원 사재기'에 이용됐다는 제보자의 메일함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블러 처리가 덜 된 뉴이스트W의 곡 '데자부'가 등장하며 갑작스러운 음원 사재기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이에 소속사는 '그알' 측에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소속사는 "당사 소속 아티스트와 관련 없는 사건이 해당 방송으로 인해 '음원 사재기 의혹 가수'로 방송 화면에 그룹 실명이 그대로 노출된 부분에 대한 제작 과정에 실수 인정, 사과와 다시 보기 등 정정을 요청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뉴이스트 팬덤은 '총공(총 공격)'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한 음원사이트는 무작위로 작성한 이메일로도 회원가입이 가능해 무심코 사용한 이메일 주소가 누군가가 사용 중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그알' 음원 사재기 방송은 가요계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간 실체 없이 심증만으로 여겨졌던 음원 사재기가 수많은 제보자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자세한 수법까지 공개된 것이다. 이로써 음원 사재기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끝났다. 이제는 명명백백 밝혀질 일만 남았다. 어중간한 의혹은 누군가에게 '사재기 가수'라는 오명만 남길 수 있다. 애꿎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대책이 필요할 때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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