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KBO 리그가 새해 초부터 연이은 폭력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KBO 리그를 향한 야구팬들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는 가운데, 위기감을 느껴야할 야구계에서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NC 다이노스 2군 코치 A씨는 4일 오전 인천 남동구의 자택에서 가정폭력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찰과상을 입었고,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불과 며칠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LG 트윈스 투수 B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여자친구와 다투던 중, 이를 말리던 남성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됐다.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들은 KBO와 소속 구단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NC는 “(해당 코치를)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품위손상행위로 신고했다”면서 “경찰 조사결과에 따라 코치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와 KBO 역시 징계 절차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징계와 상관없이 이미 야구팬들은 한 번 더 KBO 리그에 실망을 했다는 점이다. 현재 KBO 리그는 위기다. 4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했던 KBO 리그는 지난해 약 728만 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가을잔치라 불리는 포스트시즌의 흥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0개 구단 체제 확립, 신구장 건설 등 인프라가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야구팬들의 마음이 KBO 리그로부터 떠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KBO 리그는 최근 몇 년간 전현직 구성원들의 잇따른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았다. 이번과 같은 폭력 사건뿐 아니라 음주운전, 옥중경영, 도박, 승부조작 등 다양한 사고가 벌어졌다.
KBO는 그럴 때마다 물의를 빚은 구성원들에게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징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사례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는 KBO 리그에 대한 인식 저하와 팬들의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팬들도 이제는 무관심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한 번 떠나가기 시작한 마음을 다시 붙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10여 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KBO 리그이지만 이대로라면 2000년대 초반의 암흑기가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2020년은 KBO 리그가 재도약에 나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0개 구단의 전력 평준화로 모든 구단이 가을야구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고, 온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도쿄 올림픽도 있다.
하지만 차려진 잔칫상까지 걷어차 버린다면 팬들이 KBO 리그에 다시 애정을 줄 이유는 없다. 이제는 모든 구성원들이 위기감을 느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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