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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목보5' 강효준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작성 : 2020년 01월 04일(토) 11:47

너목보5 강효준 인터뷰 / 사진=휴맵컨텐츠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인터뷰를 앞두고 마주한 '너의 목소리가 보여5' 강효준 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건설현장 식당 알바생'으로 나온 강효준은 마치 '음치'처럼 무대에 올라서서는 입을 뗀 첫 순간, 청아하면서도 몽환적인 음색으로 머리를 울렸다. 그의 노래에 한참 빠져들던 중 '고등학교 시절 뇌종양을 앓아 병원에서 지내야만 했습니다. 삶의 의지를 잃었던 그때 아버지가 사준 기타 하나. 그 이후로 저는 음악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습니다'는 자막이 지나갔다. 뇌종양, 건설현장 식당 알바, 그를 함의한 키워드들이 너무도 무거워서 불현듯 눈물이 흘렀다. 몹시 두렵고도 설레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그렇게 강효준을 만났다. 죽음 앞에 초연할 사람은 없다 생각했는데 죽음 문턱까지 이르렀던 그는 너무도 큰 상처를 지나보낸 탓인지 무던하다 못해 굳어져 딱딱했다. 형언할 수 없는 처연함에 또 눈물이 흘렀다. 인터뷰가 끝난 후 그는 CD에 '눈물은 이제 그만!!'이라고 적었다. 그다운 위로였다.

너목보5 강효준 / 사진=방송 캡처


강효준은 3일, 헤어진 연인을 향한 애절함이 돋보이는 90년대식 감성 발라드 '그 한마디를 못해서'를 발매했다.

'그 한마디를 못해서'는 강효준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 그는 "이별하면서 소심하게 하지 못했던 말을 담았다. 이별 노래인데 요즘에 나오는 이별 노래랑은 조금 다르게 표현을 약하게 했다. 제 성격이 나오는 노래 같다"고 설명했다.

강효준은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했다. 한다고 하는데 내 사람이나 내 가족에게는 잘 못하는 '츤데레' 같은 면이 있단다. 그는 "싫어도 싫은 내색을 안 한다. 어렸을 때부터 참는 게 습관이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누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집에 없었다. 학교 늦게 가는 날은 혼자 놀이터에 있었다. 딱히 취미도 없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서 외롭고 힘들었는데 그냥 견뎌냈다"고 회상했다.

심지어 '남보다 내가 더 불편한 게 낫다'는 주의였다. 그는 "사실 난 나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 주변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뭘 잘하면 행복해하신다. 그걸 위안 삼고 사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이 답답하다고 '너만의 감정 쓰레기통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는데 난 그러기 싫다. 모든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싶고 이쁨 받고 싶다. 내가 좀 더 불편하더라도 남들이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름대로 사회생활을 많이 해서 '이 상황이 흘러가면 어떻게 되겠다' 그런 게 그려져요. 젊은 친구들은 힘들면 다 표현하잖아요. 상사든 누구한테든. 근데 힘든 건 진짜 잠깐이거든요. 사실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져요. 불만을 표출하면 그 사람들 눈에는 선입견이 생겨요. 힘들어도 참고 싹싹하게 굴면 혹여 실수해도 이쁨을 주시더라고요."

이 같은 성격은 노래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딴에는 열심히 노래를 표현하는데 남들은 그저 '편하게 노래하는 줄 안다'는 것. 그는 "표정 변화가 없어서 그런지 편하게 들으신다. 그것 때문에 혼난 적도 많다. '표현 좀 해라. 감성이 없나' 하신다. 그래서 이번엔 모션이나 표정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밝혔다.

너목보5 강효준 인터뷰 / 사진=휴맵컨텐츠 제공


이번 곡은 추억의 향수를 자극하는 아날로그 사운드의 악기로 구현됐다. 레트로한 감성을 담아낸 솔로 데뷔 싱글 '너는 꽃을 피웠지'에 이어 또 '레트로' 감성을 꺼내온 그다.

강효준은 "레트로는 나의 추억이다. 추억은 내 안에 깊게 스며 있다. 거기서 마인드맵을 펼쳤다"면서 "악기 고를 때에도 예전 악기를 선호하는 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무서움이 있다"고 했다.

이토록 과거에 집착하게 된 데는 아팠던 기억이 크게 작용했다. 뇌종양으로 투병하던 당시 '잘못될 수도 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미래가 아닌 과거를 생각하게 됐다고. 그는 "그 말을 듣는데 '주변 사람들한테 좀 잘할걸. 하고 싶은 걸 좀 잘해볼걸' 싶더라. 그때부터 미래보다는 현실, 과거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끝없는 과거로의 반추는 사실 미래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한 나름의 발버둥이었다. 그는 "추억을 자꾸 풀어놓으면서 덜어내는 거다. 좀 가벼워진 다음에 앞으로 갈 수 있게. 이 노래를 계기로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자꾸만 추억을 곱씹는 그에게 가장 좋았던 추억을 물으니 "아팠을 때"란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강효준은 "싫은 걸 수도 있는데 아팠을 때 부모님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까 좋았다. 항상 없던 부모님인데 갑자기 있으니까. 아프니까 돌아가고 싶진 않은데 그건 좋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병원에서 몸이 조금 괜찮아질 때쯤에 생생우동이 너무 먹고 싶은 거다. 어머니는 밀가루 절대 안 된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게 없으니까 어머니 잘 때 몰래 식당 가서 먹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모르실 거다. 그런 기억도 있다"며 빙글 웃었다.

좋은 추억이었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하니 그가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지 궁금했다. 그에 대한 답도 뜻밖의 울림을 줬다. 강효준은 "고등학교 때 밴드밖에 안 했다. 공부도 안 하고 친구들이랑 더 어울리지 못했다. 밴드하고 나도 모르게 '난 음악인이야' 생각했는지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학창시절 추억이 딱히 없다. 추억을 다시 그리고 싶어서 돌아가고 싶다. 그림이 모자라니까"라고 했다. 행복한 순간이 아닌 새로 추억을 만들고 싶은 때를 꼽은 그였다.

너목보5 강효준 인터뷰 / 사진=휴맵컨텐츠 제공


이어진 "다시 태어난다면"에 대한 질문에는 "죽음"이 먼저 언급됐다. "예전에 꿈이 뭐냐고 하면 '행복하게 죽고 싶다'는 거였다"면서 그는 "'행복할 때 죽어야지. 안 좋을 때 죽지 말자' 했다. 그거랑 연관 있는 것 같다. 부모님이 안 계시면 태어나기 싫고, 지금 부모님 그대로면 부모님의 부모님이 돼보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아프기 전, 부모님이 잘해주시진 않았다. 나이가 조금 들고 부모님 불화가 있는 걸 아니까 '그래서 그런 식으로 날 사랑해주셨구나'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나이도 많으신데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못하시니까 너무 안쓰럽다"고 털어놨다.

행복할 때 죽고 싶다는 그는 정작 '행복'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강효준은 "'뭘 할 때 행복하지?' 생각해보면 없다. 음악 할 때 잠깐 행복하지만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다. 계속 행복을 찾고 탐구해야 한다. 그게 인생이지 않나. 누군가는 그게 인생의 묘미라고도 하고 살아가는 원동력이라고도 하더라.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탐구하고 발전하는 것 아니겠나. 정해놓은 목표가 있으면 도달했을 때 얼마나 허탈하겠나. 산이라는 것도 올라가면 허무하듯이. '풍경 이쁘네' 하지만 내려갈 걱정도 되고. 그래서 전 목표라는 것도 뚜렷하진 않다. 그때그때 다르다"고 말했다.

지금의 목표는 "불안정한 게 조금 안정화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란다. 생활 패턴, 음악 생활, 경제적인 부분을 모두 아우른다며 그는 "모든 게 평탄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그 한마디를 못해서'를 낸 그에게 딱 한마디 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무슨 한마디를 하고 싶냐고 했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그는 어머니 아버지에게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겠다며 애틋한 메시지를 전했다.

"병원에서 '힘들 것 같다'고 했을 때 아무런 조치도 안 할 수 있었는데 어머니가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셨거든요. 차트 뽑아서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여러 곳을 알아보시고 수술 잘하는 의사님한테 가서 수술했어요. 어렸을 때 외롭다 보니까 사고도 많이 쳤는데 항상 지켜주셨거든요. 감사해요."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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