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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이상윤, 선한 남자의 반란 [인터뷰]
작성 : 2019년 12월 27일(금) 10:00

VIP 이상윤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이상윤은 늘 반듯했고, 선했으며 듬직했다. 일명 '사위 삼고 싶은 남자', '상견례 프리패스상'이라고 불리며 어머니들의 사랑을 독차지 한 그였다. 이런 그가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돌아왔다. 이상윤의 도전이자 변신이다.

그간 이상윤은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내 딸 서영이' '불의 여신 정이' '엔젤아이즈' '공항 가는 길' '귓속말' '어바웃타임' 등에 출연하며 따뜻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특히 서울대 출신이라는 지적인 이미지가 어우러져 남다른 아우라를 풍기게 만들었다.

이런 이상윤이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연출 이정림)를 통해 파격적인 불륜남으로 변신했다. 'VIP'는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오피스 멜로다. 이상윤은 극 중 아내 나정선(장나라)을 배신하고 하유리(표예진)와 불륜을 저지르는 박성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희대의 불륜남 캐릭터에 이상윤은 주변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친구 와이프들이 특히 격한 반응이었다. 죽이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다. 어쨌든 역할이다. 작가가 써준 인물이고, 내가 연기를 한 거다. 그런 인물을 쓴 거니까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이렇게 분노하는 게 맞다. 시청자들이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상윤은 'VIP'는 사전 제작 드라마였기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은 1회부터 불륜녀가 누구였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시작됐다. 과연 사람들이 어떻게 봤을지 궁금했다. 초반부터 반응을 확인했다. 사전 제작을 했기에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다만 본격적으로 상황이 밝혀진 후에는 시청자들의 감정이 깊어져 격한 반응이 보이더라. 그때부터는 안 봤다"고 했다.

'VIP' 방송 내내 악플이 쏟아졌다. 데뷔 이래 가장 안 좋은 반응이었다. 그는 "박성준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다만 이상윤이라는 사람 자체를 연결 지어 욕을 하는 분도 있었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박성준에 대한 악플은 예상했어도 나를 욕할 줄은 몰랐다"며 "어떻게 보면 악플러들이 기회를 잡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때다 싶어서 욕을 하더라. 캐릭터가 답답할 뿐인데 '이상윤은 원래 연기가 답답했다'는 반응은 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박성준은 배신자다. 이상윤은 다소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그는 "나정선 입장에서 보면 배신자다. 또 한편으로는 이 사람의 사정을 알고 연기해서 그런지 그 부분에 대해서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에 생각을 많이 했다. 박성준은 묵묵히 나정선 곁에서 지켜주려고 하고, 만회하려고도 했지만 계속 나정선은 가시만 세운다. 미안한 마음에 잘 해보려고 했는데 상대방이 날카롭게 반응하니까 연기하면서도 답답했다. 잘못한 걸 알지만 노력을 안 봐주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촬영장에서도 이상윤은 분노의 대상이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반응도 안 좋았다. 여자 스태프들이 다 싫어했다. 그래도 나는 박성준 입장에서 계속 몰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VIP'는 서사 자체가 나정선 위주로 돌아간다. 시청자들은 나정선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지 않냐. 아마 나의 모든 행동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VIP 이상윤 /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이렇듯 이상윤은 촬영하는 순간부터 방송이 된 후 주변 지인, 시청자들에게 이르기까지 평생 먹을 수 있는 욕은 다 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상윤은 불륜 캐릭터를 선택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우선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작가가 이런 얘기를 쓴 거고, 그 얘기가 너무 재밌었고, 뒷 내용이 궁금해졌다. 초반 대본이 이렇게 좋으니 분명 계속 잘 쓸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작가가 박성준 캐릭터를 만들 때 나를 염두에 뒀다고 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반듯한 이미지의 이상윤을 불륜남 캐릭터로 염두에 둔 작가는 도대체 그의 어떤 모습을 통해 이미지를 만들었을까. 이상윤은 "오히려 반듯한 이미지에서 주는 반전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반듯한 이미지를 활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청자들은 내가 실제 불륜이 아니었을 거라고 끝까지 기대하지 않았냐. 반전을 위한 장치였다. 작가는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면, 이상윤은 그 안에서 박성준 캐릭터를 만들며 마음껏 표현했다. 그는 "처음에 (불륜을) 숨기고 있는 단계에서는 밑에 있는 진짜 감정을 숨기고 속임수를 쓰는 연기를 했다. 초반에는 불륜녀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청아, 곽선영, 표예진이 범인 후보지 않았냐. 이들과 번갈아 가면서 연기했고, 누가 불륜녀인지 알 수 없게 이 세 명에서 비슷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토록 캐릭터에 집중한 이상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실 불륜 상대가 밝혀지고, 나정선 대신 하유리에게 간 장면이 힘들었다. 물론 하유리에게 갈 수 있다. 다만 나정선하고 이야기를 먼저 할 수 있지 않냐. 장나라 역시 이 장면을 힘들어했다. 나는 누군가를 선택해야 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장면으로 기억한다"며 "사실 초고는 더 셌다. 촬영장에서 조금 순화한 거다. 나의 감정도 강했지만, 나정선의 감정도 강했다. 서로 상의하에 뺄 건 빼고, 다른 표현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VIP'는 불륜부터 복수까지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 터트렸다. 특히 나정선은 남편과 부하 직원의 배신으로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결말은 다소 미지근했다. 나정선이 직접적인 복수를 이룬 것은 아니며, 누구 하나 크게 다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상윤은 "이렇게까지 왔으면 다 때려 부수고 끝나야 되지 않냐. 나는 망가지는데 나정선이 부순 게 아니다. 나정선은 부질없다고 생각해 빠지고, 다른 사람이 복수를 한다. 솔직히 실망스럽다고 여길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정선이 판을 깔았고, 잘못한 사람은 부서지긴 한다. 그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 같다"며 "박성준 입장에서는 그동안 해온 선택이 있기에 결코 좋은 쪽으로 마무리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상윤은 미래를 그렸다. 그는 "'VIP' 촬영 이후 바쁘게 달려와 아직 차기작은 결정하지 않았다. 막연하게 지금 드는 생각은 박성준이라는 인물이 시청자들에게 박혀있고, 생각보다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박성준이 조금 희석될 때까지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작품이건 다음 인물을 연기한다 해도 지금은 박성준을 떠올릴 것 같다.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상윤은 반듯한 사위에서 희대의 불륜남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착하고 선한 남자의 반란이었다. 이제는 나쁜 남자가 된 이상윤이 또 어떤 연기 변신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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