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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단순 재난 영화로 생각하면 오산 [무비뷰]
작성 : 2019년 12월 19일(목) 10:45

백두산 / 사진=백두산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단순한 재난 영화가 아니다. 총격전이 난무하고, 스파이가 등장하며 그 안에 휴머니즘이 존재한다. 또 백두산 폭발이라는 거대 사건 속 남과 북은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미국과 중국은 간섭한다. 어쩌면 현재 정세와 닮아 있다. 이 모든 것은 한층 진화한 CG로 구현된다. 한국 영화의 발전과 미래를 제시한 '백두산'이다.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제작 덱스터픽쳐스)은 대한민국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발생하며 한반도가 아비규환에 빠진 상황 속 남과 북을 집어삼킬 추가 폭발이 예측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강남의 초고층 빌딩들이 무너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사상 초유의 재난을 막기 위해 전유경(전혜진)은 백두산 폭발을 연구해 온 지질학 교수 강봉래(마동석)의 이론에 따라 작전을 계획한다. 이에 전역을 앞둔 특전사 EOD 대위 조인창(하정우)이 작전의 키를 쥔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 리준평(이병헌)과 접선하기 위해 북한으로 향한다.

그야말로 방대한 이야기다. 그동안 국내 재난 영화는 재난 상황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왔다. 영화 '해운대' '타워' '감기' '연가시' '터널' 등이 그러했다. 그러나 '백두산'은 첩보 영화 요소가 배치되며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린다. 재난 영화와 첩보 영화의 장점을 영리하게 섞은 셈. 재난 상황과 스파이 리준평의 도발이 번갈아 나오며 지루할 틈이 없다.

재난 상황은 긴장의 연속이다. 자칫 관객들의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을 터. 그러나 '백두산'은 적재적소에 웃음 코드를 심어 놓으며 능란하게 완급을 조절한다. 특히 이는 배우 하정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더해져 빛을 발한다. 하정우는 극 중 전역을 앞둔 폭탄 해체반이다. 그의 임무는 핵폭탄을 해체해 실전 팀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얼떨결에 작전팀을 이끌 리더를 맡게 되고, 여기서 오는 어색함을 코믹으로 연결한다. 하정우는 특유의 말투와 능글거림으로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능청스럽게 연기해낸다.

이병헌도 마찬가지다. 그는 극에 긴장감과 코믹함을 동시에 선사하며 중심을 잡는다. 이런 두 사람의 시너지는 함께 있을 때 극대화된다. 주고받는 대사, 액션, 눈빛 등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다. 특히 두 사람은 신념은 다르지만 아버지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 공감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휴머니즘적 요소를 통해 통합을 이루는 순간이다.

백두산 / 사진=백두산 스틸컷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으로 직결된다. 조인창과 리준평은 각각 남과 북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다. 아이는 미래를 상징하는 만큼 영화는 남과 북이 하나 돼 미래를 위한 희망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아이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제시했다면, 중국과 미국의 등장으로는 과거 아픈 모습을 재현한다. 조인창과 리준평은 해체한 핵무기를 들고 백두산으로 향한다. 이 땅의 비극을 막기 위한 일이다. 그러나 중간에 중국과 미국이 개입해 총격전을 벌인다. 한반도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치한 상황은 외세의 개입 속, 남과 북의 운명이 결정됐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렇기에 조인창이 "우리나라에서 나가라"고 외친 장면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듦과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결국 외세가 물러나고 우리의 힘으로 고난을 극복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모든 것은 가본 적 없는 땅, 북한이 배경이다. 북한의 건축, 물건, 의류 등이 구현되며 현실감을 높인다. 여기에 화산 폭발 후 회색빛이 더해지며 남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감독의 고민과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점이다.

또 한층 높아진 CG가 눈을 즐겁게 한다. 극 초반부터 무너지는 건물과 다리, 차량 추격전 등이 화려하게 그려진다. 특히 거대한 백두산이 위용을 자랑하며 폭발하는 장면은 장관일 정도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CG 기술의 집약을 보는 듯하다. 이처럼 '백두산'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수준으로 한국 영화의 CG 수준을 높였다.

이렇듯 '백두산'은 한국형 거대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알렸다. 화려한 CG부터 작품이 주는 메시지, 그리고 이병헌과 하정우의 만남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올 연말을 화려하게 장식할 '백두산'은 19일 개봉됐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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