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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속 펼쳐진 중국-홍콩전, 큰 사고 없이 마무리 [ST현장]
작성 : 2019년 12월 18일(수) 18:05

입장 게이트에서 압수된 티셔츠

[부산=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그라운드 안보다 바깥의 열기가 더욱 뜨거운 경기였다.

중국은 18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3차전에서 홍콩을 2-0으로 격파했다.

중국은 1승2패를 기록하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홍콩은 3전 전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중국과 홍콩은 이날 경기 전 이미 2패로 우승이 좌절된 상황이었다. 두 팀의 맞대결은 3-4위 결정전에 불과했기 때문에, 경기 자체에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묘한 긴장감 속에 펼쳐졌다. 평소와 다른 시국이 문제였다. 홍콩에서는 송환법 개정을 계기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중국과 홍콩 모두 서로에 대한 감정이 크게 상해 있는 상황이다.

이날 경기 전에도 홍콩 응원단은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1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홍콩 응원단들은 몸을 뒤로 돌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과 중국의 경기가 펼쳐지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었다.

입장 게이트에 붙은 안내문


경기 전 분위기부터 심상치 않았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홍콩 팬들이 입장하는 N31 입장 게이트에서는 평소보다 철저한 소지품 검사가 이뤄졌다. '정치적 행위와 표현,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한 설치물 반입, 차별적 언행과 행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게시물이 붙어 있었지만, 홍콩 팬들의 소지품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담은 물건들이 다수 발견됐다.

'광복홍콩 시대혁명' '5대 요구 수용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가 적발되기도 했다. 먼저 입장을 시도한 관객이 티셔츠를 압수당하자, 뒤에 입장하는 관객은 티셔츠를 안에 껴입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실랑이도 벌어졌다. 안전요원들의 소지품 검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자, 한 홍콩 팬은 "왜 우리는 입장할 수 없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안에 껴입은 티셔츠를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은 팬은 "왜 그래야 하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경찰은 N31 게이트 바로 옆에 대기하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다. 일부 팬들은 경기가 시작된 뒤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경기장에 입장한 뒤에도 소란은 이어졌다. 경기 시작 전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되자, 홍콩 응원단은 이번에도 몸을 뒤로 돌렸다. 중국 팬들은 확성기로 국가를 불렀지만, 그보다 홍콩 응원단의 야유 소리가 더 컸다.

홍콩 응원단은 경기 내내 '위 아 홍콩'이라는 구호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몰래 정치적 의미가 담긴 현수막을 반입한 팬들도 있었다. 전반전 한때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HONG KONG IS NOT CHINA), '광복홍콩 시대혁명'이 적힌 현수막을 든 팬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안전요원들이 이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실랑이가 벌어졌다.

홍콩 응원단의 목소리는 홍콩 선수와 중국 선수가 충돌하는 장면이 나오면 더욱 높아졌다. 중국 선수가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찰 때는 핸드폰 라이트를 켜 집중력을 흔들려 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라운드 안에 큰 영향을 미친 사고는 없었다. 여러 소란과 이야깃거리 속에 중국과 홍콩의 경기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 됐다. 내내 긴장하고 있던 경찰과 안전요원들도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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