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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를 빌려줘' 장철준 "성악가 출신, 오페라 100% 라이브 맞아요" [인터뷰]
작성 : 2019년 12월 13일(금) 18:13

장철준 / 사진=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성악가가 코미디 연극 무대에 섰다. 이 의외의 조합은 공연장을 울리는 오페라 음악의 웅장함으로 놀라움을 주면서 동시에 쉼없이 관객을 웃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프로듀싱한 연극 '테너를 빌려줘'다.

'테너를 빌려줘'가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전설적인 테너 티토가 공연 당일 아침 사망했다는 오해를 받고, 테너 지망생 조수 맥스가 그로 분장해 무대에 대신 오르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평소 모든 곡을 외우고 있던 맥스 덕분에 공연은 무사히 마무리되지만, 나중에 티토가 깨어나면서 상황이 점점 꼬이게 된다.

성악가 장철준은 티토 대신 티토인 척 연기하는 맥스 역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계속 해왔지만 연극 무대는 올해 처음 발을 디뎠다. 또 다른 세상에 와서 새로운 작업을 하며 내가 몰랐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면서 "특히 연극 작품이기에 나의 연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극중 장철준은 한 여자(매기)만 바라보는 소심한 오페라단 조수에서 세상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잘난 성악가 티토의 대역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1인 2역 수준으로 달라지는 그의 연기는 극의 반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장철준은 "한 작품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소화하기도 힘든데 계속 변해야 하는 캐릭터를 맡아서 연기자 선배님들께 물어가며 조언도 많이 듣고 혼도 많이 나면서 계속 연구를 했다. 이리저리 바뀌면서 몸의 태도나 목소리 변화 상황에 맞는 제스처들을 이끌어내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도 더 좋은 게 없나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변신 만큼이나 장철준은 맥스의 감정과 대사에도 집중했다. 그는 "맥스 역할로 사랑하는 매기를 바라보는 감정과 티토 역할로 내가 맥스란 것을 들키지 않고 매기를 바라보는 감정의 선을 잘 끌고 가는 게 신경 쓰이고 어려웠다"고 했다. 또 그는 "대사 분량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거의 1인극 수준의 대사 분량에 노래도 4개의 곡을 해야 돼서 두뇌를 풀가동했다"고 회상했다.

힘들고 어려운 만큼 '테너를 빌려줘'는 장철준이 연기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성병숙 박준규 노현희 김재만 선배님처럼 연기에 노련하신 선배님들과 같이 작업하면서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피드백을 계속 받았던 게 너무 좋았고 많이 배웠다"며 "후배로서 너무 감사드린다. 한 무대에서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큰 힘이 된다. 그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연기에 대해 많은 것을 얻어가는 느낌이다.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신다"고 웃었다.

장철준 / 사진=윤스토리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테너를 빌려줘'는 배우들 간의 합이 맞지 않으면 진행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케미'가 중요한 작품이다. 배우들은 실제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극에 맞게 사고 없이 약속된 패턴들을 연기하려 많이 연습하고 뒷풀이 시간도 자주 가지면서 친해지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배우들의 특별한 합은 공연 말미, 100분간 진행된 공연을 1분 30초 안에 그대로 재연하는 앙코르 부분에서 폭발한다. 장철준은 "처음엔 '과연 1분 30초안에 100분의 공연을 다 넣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다 들어가더라. 이제는 점점 더 빨라져서 뒤에 시간이 조금 남는 여유도 있다"고 자랑했다.

장철준은 관객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객들이 호흡이 무대 위에서 느껴진다. 함께 웃어주시고 즐겨주시면 그 순간 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고 뿌듯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연극이 끝나고 포토타임에서 사진을 찍으시면서 저한테 항상 물어보시는 것이 있다. 노래가 립싱크인지 라이브인지 정말 많이 물어보신다. 아무래도 성악가들이 연극 무대에 서는 공연이 많지 않아서 '정말 성악가일까' 하는 생각이 많으셔서 그런 것 같다. 노래는 백프로 라이브"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주인공 맥스와 매기의 사랑의 결실이라는 큰 나무를 그리면서 나머지 6명의 배우들이 순차적으로 들어오며 이루어지는 오해와 해프닝을 코믹적으로 그려낸 작품이기에 각각의 캐릭터들의 다양함과 코믹적인 요소들을 보시면 재미있는 공연 관람이 되실 것 같아요. 한 순간도 쉼없이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니 '테너를 빌려줘' 많이 보러와주세요."

장철준은 단국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성악가 출신이다. 성악을 전공한 만큼 오페라와 코미디가 접목된 이번 연극이 더 남다를 법했다. 그는 "시즌 1과 시즌 2 무대를 서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오페라는 연기적인 요소보다는 음악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있고, 연극은 연기에 중점을 두고 있기에 이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기란 쉽지만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오페라는 노래하기 전, 호흡을 가다듬어야 하기에 큰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준비를 하고 노래를 이어가는데, '테너를 빌려줘' 장르는 코미디라 무대를 쉴새없이 돌아다니지 않나. 뛰다가 갑자기 노래를 하는 게 만만치는 않다. 대사도 소리 지르는 게 많아서 성악 전공자들이 힘들어 하는 작품이긴 하다. 근데 오페라에서 필요로 하는 연극적 요소와 연극에서 필요로 하는 음악적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니 시너지 효과가 엄청난 것 같다. 연극이 더욱 고품격화 되는 것 같다. 이런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미디가 섞인 오페라 스타일은 장철준과 잘 맞았다. 그는 그만의 오페라 스타일을 묻자 "저는 오페라에서도 특히 부파(코믹 오페라)를 좋아한다. 어둡거나 우울한 공연보다는 밝고 경쾌한 공연이 제 성격에 어울리는 것 같다. 제가 표현해내기도 훨씬 부담이 없다. 제 오페라 스타일이라면 이런 표현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편안함, 즐거움, 그리고 그안에 있는 음악적 묵직함이다. 아무리 편하고 즐거워도 음악적으로 소홀하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철준은 이준영, 윤다음과 함께 크로스오버그룹 스토리다음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테너를 빌려줘'가 오페라와 연극의 만남이었다면 스토리다음으로는 클래식과 실용음악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보고 싶다. 각각의 장점들을 살려서 대중에게 부담없는 음악을 선사해드리고 싶다"고 했다.

"내년 2월에 호주로 한인들을 위해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를 공연하러 갑니다. 여기서는 심술고약한 놀부 역으로 만나뵙고요. 6월엔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서 '사랑의 묘약' 벨꼬레 역으로 만나뵐 것 같아요. 그리고 디지털 음반작업과 음악회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바리톤 장철준 기억해주시고 공연장 많이 찾아와 주시고 클래식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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