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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양날의 검을 잡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12월 11일(수) 12:30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 사진=KTH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은 이시언이 1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았다.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얼간이' 캐릭터인 코믹한 모습으로 인기를 끈 그의 변신이다. 배우에게 예능은 양날의 검이라고 했던가. 이시언은 기꺼이 그 검을 잡기로 했다.

2009년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로 데뷔한 이시언은 '응답하라 1997'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인기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며 대중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상어' '모던파머' '호구의 사랑' '순정에 반하다' '더블유' '투깝스' '라이브' '어비스'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다작 배우로 거듭났다.

어느덧 데뷔 10년이다. 참으로 많은 작품을 만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동시에 '나 혼자 산다'에서 일명 '대기 배우'라는 다소 장난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이시언이 이번에는 진정 대배우의 길을 걸을 준비를 마쳤다. 그는 10년 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 '아내를 죽였다'(감독 김하라·제작 단테미디어랩)를 통해 관객과 인사하게 됐다.

'아내를 죽였다'는 술에 취해 잠이 든 채정호(이시언)가 눈을 뜬 다음 날 아침, 별거 중이던 아내 정미영(왕지혜)의 살해 소식을 듣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채정호는 유력 용의자로 몰리며 알리바이를 입증하고 싶지만 간밤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어젯밤 행적을 따라 기억의 퍼즐을 맞추게 된다.

이시언은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재밌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동안 안 보여줬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 주연을 맡을 수 있다고 해서 끌린 건 아니었다.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에 대한 욕심이었다"며 "사실 감독님도 나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은 도박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검증이 덜 되지 않았냐. 그래도 감독님이 상상하셨을 때 내 모습이 그려졌기에 캐스팅한 거라고 생각하다"고 첫 주연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첫 주연을 맡은 이시언은 겸손했다. 조연이었을 때와 비교해도 주연과의 차이점은 없었다. 그는 항상 근면 성실했고, 늘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했다. 그는 "조연이었을 때 내 것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사실 조연이었을 때 더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연은 작품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 않냐. 주연은 만나는 사람이 조금 한정적인 느낌이다. 그렇게 조연으로 살아왔기에 주연이라고 임하는 자세가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연이라고 딸려가자는 느낌으로 연기해본 적 없고, 주연이라고 누구를 끌고 가자고 연기한 것도 아니었다"며 "만약 조연과 주연의 차이를 뒀으면 주연을 맡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냥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 접근했다. 책임감은 비슷하다. 다만 내 이름을 걸고 영화가 나오니 기분이 다를 뿐이다. 촬영에 임하는 느낌과 자세는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내를 죽였다 이시언 / 사진=KTH 제공


조연을 맡았을 때와 주연을 맡았을 때의 책임감이 많았다는 이시언. 이러한 소신은 조연이었을 때 연기와 작품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그는 "연기에 대한 고민은 늘 있었다. 촬영 전에 준비를 하면서 감독님이 원하는 정답을 준비했다에 대한 고민이 컸다. 이를 위해서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애드리브 등에 유연하게 대처를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깡철이' 촬영 당시 유아인과 호흡을 맞췄다. 나는 이렇게 해석을 했는데 상대방은 그 느낌이 아닌 거였다. 이거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유아인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때부터 유연하게 연기하는 방법들을 훈련했다. 성동일의 조언도 있었다. 과거 무조건 밖으로 뱉는 연기를 했었다. 그러던 중 성동일이 '네가 생각한 호흡을 밖으로 뱉지 말고 가져가라'고 조언하더라. 그걸 바탕으로 표현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대한 유연함도 준비됐고, 표현력도 길렀다. 준비된 배우 이시언의 모습을 대중 앞에 뽐낼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벽이 있다. 그는 '나 혼자 산다'에 약 4년 동안 고정 출연하며 코믹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았다. 묵직한 연기 뒤로 코믹한 이미지가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을 터. 이에 이시언은 접근 방식이 다르기에 우려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 혼자 산다' 멤버들이 방송에서는 얼간이 캐릭터로 나오지만 자기 분야에서는 다들 천재다. 예능 프로그램은 일상을 보여주지 않냐. 일에 쏟는 열정과 평소에 사는 열정은 다르기에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알아주시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이어 "예능프로그램은 장시간 녹화하고 재밌는 순간을 뽑아서 편집한다. 그래서 내가 재밌어 보이는 거지 사실 매번 그렇게 살면 좀 이상하지 않을까"라며 "녹화 자체가 기분이 좋고 힐링하는 것 같다. 일주일을 힘들게 지내고 무지개 회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다"고 애정을 표했다.

다만 이시언은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게 두렵다고 했다. 그는 "'나 혼자 산다'가 인기를 얻고, 또 나에게 코믹한 이미지가 구축될수록 연기에 대해 진중하게 얘기하는 게 자칫 포장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두려웠다. 이전에는 내가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면 수용해주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예능 출연 후 '너 따위가'라는 생각을 하실까 봐 말하기가 망설여진다.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시언은 '나 혼자 산다'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예능과 연기는 양날의 검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그래도 나는 나가라고 할 때까지 '나 혼자 산다'와 함께하고 싶다. 내가 재밌는 사람도 아닌데 나와 함께하지 않냐. 이게 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시언은 배우로서 소신을 전했다. 그는 "배우로 일하면서 정말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허세 부리지 말자'다. 타선에 젖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내가 하는 것 이상으로 사랑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예능프로그램 등으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이 사랑과 관심이 덜 하는 날이 올 텐데 나는 그때를 대비하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이렇듯 이시언은 겸손한 자세로 주연작과 만났다. 오랜 기간 연기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거쳐 주연에 오른 이시언, 이제는 진정한 주연으로 거듭날 때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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