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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아빈, 가지 않은 길 [인터뷰]
작성 : 2019년 12월 09일(월) 18:04

아빈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

'처음' 가는 길은 그 자체로 신묘하다. 척박하고 고단한 길이다만 그만큼 큰 설렘과 기대를 수반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길은 그대로 하나의 역사가 된다.

한국의 첫 DJ 앨범이 나왔다. 미국에서 프로듀서, DJ로 활동하며 'EDC 라스베가스 2019' 한국 대표 최초 공연은 물론 에이셉라키 오프닝 무대 등에 서며 이름을 알린 아빈이 그 주인공이다.

아빈의 데뷔 앨범 '트랜치(TRANCHE)'가 5일 발매됐다. '트랜치'는 아빈의 '일부분'이라는 프랑스어로 그의 인생 일부분을 음악으로 해석해 담은 앨범이다. 총 11명이 피처링에 참여한 8곡이 수록됐다.

그는 "제가 욕심이 많다. 어떻게 생각들을 풀어내볼까 하다가 일부분의 감정들을 한 곡, 한 곡 풀어내면 좋겠다 싶었다. 스타일도, 내용들도 다양하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미래지향적인 이야기, 분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빈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타이틀곡은 '테이크 잇 어웨이(TAKE IT AWAY (FEAT. PH-1, 페노메코))' '그로테스크(GROTESQUE (FEAT. 하온, 매드클라운)', 두 곡이다. 독특하게도 두 곡은 정반대의 이유로 타이틀에 낙점됐다.

'테이크 잇 어웨이'는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진 일종의 편견을 깨는 대중적인 곡이다. 한국에서 처음 하는 스타일의 일렉트로닉이라고. 아빈은 "어떻게 하면 일렉트로닉 장르에 마음을 열고 들어주실 수 있을까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어렵다고 생각한다. 왠지 뛰어야 되고 세다는 느낌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집에서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일렉트로닉 음악에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쉬운 곡이다. 그래서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듣기 편한 음악을 할 수 있는 분들을 생각하다가 페노메코 형이 랩 메이킹도 잘하고 곡 구성도 잘해서 섭외했다. 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곡이라 그런 걸 거리낌 없이 잘 할 수 있는 분이 누가 있을까 해서 PH-1 형을 떠올렸다"고 덧붙였다.

'테이크 잇 어웨이'가 편안하게 다가가고 싶다는 대중적인 측면에 집중했다면 반대로 '그로테스크'는 아빈 특유의 DJ 색깔을 낼 수 있어 타이틀곡이 됐다. 아빈은 "신선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고 이해를 못하겠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솔직히 밝혔다.

아빈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그로테스크'는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한다. 그에게 영감과 자극을 준다는 김하온의 영향이 컸다. 아빈은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사람들 중에 이상하게 멋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하온이가 저한테는 그런 사람"이라며 "같이 이야기하다가 나온 곡이다. '요즘엔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미래를 기다리자'고 했다. 평소에도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요즘 고민거리를 얘기하는데 하온이가 '50년 뒤에는 우리의 수명이 두 배로 늘어날 거고, 뇌로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이 와서 손을 안 대고 물을 마실 수 있다' 그런 어려운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걸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하다가 매드클라운 형이 생각났다. 특이한 형이어서 부탁을 드렸다"고 비화를 전했다.

분노에 대한 이야기는 '워(WAR (FEAT. 저스디스))'로 구현됐다. 그는 "저스디스가 헤이터나 자신에 대해서 모르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해주셨다. 저는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시는 분들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정말 조금이라도 잘 되려고 하면 시기질투하는 분들이 많다. 저를 잘 모르시면서 나이가 어리다며 섣부르게 판단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제가 해오는 것들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아빈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아빈은 가수가 아닌 'DJ'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 앨범을 만들었다고 수번 강조했다. 그는 "가수 이미지가 강하면 DJ의 이미지가 가려질 것 같았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한국 DJ 음악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 DJ라 하면 클럽에서 가볍게 DJ하는 걸 생각하지 않나. 해외에서 DJ는 우선 음악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자기 음악을 만들고 그걸 무대로 가져가서 사람들한테 들려주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DJ 학원 가면 음악 만드는 것부터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기계부터 만진다. 다른 사람들 노래로 틀게 만드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제 강점은 무대에서 제 음악을 튼다는 것 같아요. 50~60곡 정도는 쌓여 있거든요. 이 앨범이 한국에서 나오는 최초의 메이저 DJ 앨범일 거예요. DJ 음악으로 앨범을 낸 사람이 아예 없어요. 이 앨범으로 'DJ도 음악을 만드는구나' 'DJ 음악이 이런 음악이구나'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불모지에 내딛는 첫걸음이다 보니 어려움도 클 법했다. 하지만 아빈은 당연한 것이라며 의연히 답했다. 처음 맛본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화려한 피처링진을 내세우고 듣기 좋게 예쁜 스타일로 다듬었다고 전했다.

아빈 인터뷰 / 사진=방규현 기자


다행히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아빈은 DJ로서의 출발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K팝이 해외를 무대로 급부상 중인 만큼 시기가 잘 맞았다는 자평이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록페스티벌을 갔다. 5년 전부터 힙합 페스티벌이 생기더니 1~2년 전부터는 EDM 페스티벌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해외는 유명한 가수들보다도 DJ들이 훨씬 더 페이를 많이 받기도 한다.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빈은 DJ Mag에서 주관하는 올해의 DJ 톱 100 진입을 목표로 했다. DJ를 평가하는 지표가 되다 보니 순위권에 들어가 이를 바탕으로 여러 페스티벌에 나가 공연하고 싶다는 그다.

"자신의 색깔을 가진 가수들은 본인 노래 하나잖아요. 전 많은 색깔로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피처링 진으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들어가는데 그게 결국은 제 음악이니까.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좋은 게 그런 점인 것 같아요. 내가 빨간색인 가수라고 치면 그림을 그릴 때 사과, 해를 그릴 순 있지만 하늘은 못 그리잖아요. 저는 그 색깔들을 언제든 가져올 수 있어요. 빨간색 가져와서 해를 그릴 수 있고, 초록색 가져와서 들판을 그릴 수 있잖아요. 여러 색깔을 가져와서 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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