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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생은 살만해"…임상춘, 안방에 준 소확행 [ST이슈]
작성 : 2019년 12월 03일(화) 09:53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30대 초중반 여성으로 추정. 본명 알려진 바 없음. 스타 작가 반열에 올랐지만 알려진 건 드물다. 가명으로 활동 중인 임상춘 작가가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쌈, 마이웨이'에 이어 '동백꽃 필 무렵'까지 3연속 히트작 행진을 이어갔다. 시청자는무엇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평범한 일상, 따스한 성격

임상춘 작가는 선하다. 관계자들은 그를 '심성이 여리고 착한 작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으로 정의했다. 임상춘 작가는 푸근한 외할머니 아래서 자라왔다. 할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던 걸까. 임상춘 작가는 늦은 밤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보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당시 목표는 "유쾌하고 편안한 드라마를 쓰겠다"는 것이다.

현실은 순탄치 않았다. 임상춘 작가는 별도의 전문 교육을 받지 못했다. 대본을 많이 구해 독학하는 것이 전부. 그러나 오랜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MBC 드라마 공모에 응모한 게 인연이 돼 단막극 '내 인생의 혹'으로 데뷔한 것이다.

지극히도 평범한 삶이었지만 이는 임상춘 작가의 필력이 되고 그만의 강점이 됐다. 겪어온 평범한 일상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와 등장인물들로부터 시청자들은 친숙함과 공감을 느꼈다.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 촌스럽지만 사연 있는 등장인물

평범한 인물에 각자의 색깔을 입혔다. 임상춘 작가는 '동백꽃 필 무렵' 남자 주인공으로 재벌 2세가 아닌 '옹산' 촌구석의 순경 용식(강하늘)을 선택했다. 동백(공효진) 역시 한 번쯤 볼 법한 미혼녀다. 두 사람 모두 저마다의 장애물에 부딪혀 웅크리기도 했다. 사람들은 꿈의 언저리에서 지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며 공감했다. 그러다 용식과 동백이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을 마주하자 시청자들 역시 역경을 이겨낸 듯한 감정을 느꼈다.

조연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 임상춘 작가는 출연 배우 한명한명에게 저마다의 삶과 역할을 부여했다. 남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향미(손담비),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해 어긋난 명예욕을 가지게 된 태규(오정세), 모든 걸 갖췄지만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자영(엄혜란), 궁핍한 생활로 사랑하는 딸을 버려야만 했던 정숙(이정은) 등이 그 예다. 각자의 사연이 공개되니 사람들은 공감했고, 그들의 엇나간 감정들도 이해를 하기 시작했다. "미운데 사연을 알고나니 미워할 수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사진=KBS2 동백꽃 필 무렵

◆ "당신은 잘하고 있다"

위로 또한 임상춘 작가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실제 많은 시청자들은 임상춘 작가에게 응원을 받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회에서는 "인생의 그 숱하고도 얄궂은 고비들은 넘어 매일 '나의 기적'을 쓰고 있는 장한 당신을 응원한다"는 문구로 감동을 선사했다.

답이 없는 삶에서 확신을 주려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당신은 지금 무척 잘하고 있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춘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하려 했던 말은 마지막회에서 묻어났다. 그가 선사한 위로로 실제 시청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 임상춘, 존경을 받는 작가

임상춘 작가는 출연 배우들에게도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그가 써내려간 대본에는 정확한 디테일과 저마다의 사연이 담겼다. '동백꽃 필 무렵' 출연 배우들은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서 완벽한 극본에 감탄한 적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등장인물의 대사는 물론 행동, 디테일한 표정까지 적혀 있었다는 것의 그들의 설명. 임상춘 작가가 좋은 극본을 써내려가고 출연진 하나하나에 애정을 들였고 배우들은 출중한 연기력으로 보답했다.

임상춘 작가의 주인공들은 우리의 얼굴을 닮았다. 경찰, 자영업자, 야구선수, 안경사, 변호사 등 다양한 직업군을 작품에 활용하고 있다. 길을 걷다 한 번쯤은 마주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에 시청자들은 자신을 이입했다. 자극적인 내용의 방송 콘텐츠가 주를 이루는 요즘, 시청자들은 임 작가의 따듯한 일상성에 위로를 받는다. 가장 추운 겨울 피는 동백꽃처럼, 드라마는 힐링을 안겨줬다. 하루 빨리 임상춘 작가의 후속작이 보고 싶은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최혜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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