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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 "'동백꽃' 좋은 사람 오듯 느닷없이 찾아온 행운"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30일(토) 07:55

오정세 / 사진=프레인TPC 제공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좋은 사람은 느닷없이 인생에 나타나듯 작품도 똑같다. '동백꽃 필 무렵'은 제게 그런 작품이었다."

이렇듯 '동백꽃 필 무렵'을 '행운'이라고 표현한 오정세는 작품에 대한 깊은 여운이 남은듯 보였다. 그러나 그는 노규태와 이별하고 또다시 자신을 찾아올 좋은 작품을 위해 묵묵히 가던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옹산 마을을 배경으로 고아로 자라 편견에 갇힌 동백(공효진)과 그런 그를 사랑해주는 황용식(강하늘)의 달콤한 로맨스를 담은 얘기다. 극 중 오정세는 옹산의 최고 자산가이지만 본인의 능력은 없어 변호사 아내 홍자영에게 눌려 살며 인정에 목말라 있는 외로운 노규태 역을 맡았다.

지난 9월 6%대의 무난한 시청률로 시작된 '동백꽃 필 무렵'은 40회, 23.8%를 기록하며 수목극 1위라는 영예를 안고 화려한 막을 내렸다. 그저 옹산이라는 시골 마을에 사는 순박한 청년 황용식과 동백의 잔잔한 사랑 얘기인 줄 알았지만 '동백꽃 필 무렵'은 연쇄살인마 까불이라는 흥행 비밀병기를 품고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시청자들의 마음을 정신없이 흔들었다.

이 밖에도 옹산 마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매력적인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오정세는 홍자영(염혜란)의 '연하남', 향미(손담비)의 '돈 많은 오빠', 동백의 악덕 '건물주' 등 다양한 수식어를 얻으며 주연보다도 주연 같은 조연 연기를 뽐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았았다.

'동백꽃 필 무렵'의 '신 스틸러'로 자리 잡은 오정세는 "이 작품을 하면서 주변에서 위로받았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며 "근데 저 역시도 이 작품한테 사실 너무 많은 위안을 받은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하다"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오정세 / 사진=프레인TPC 제공


연기에 있어 워낙 많은 호평을 얻어낸 '천생 연기자'인 것만 같았던 오정세이지만, 역할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그는 "사실 노규태는 저에게 정말 쉽지 않았던 캐릭터였다"고 운을 뗀 오정세는 "노규태라는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자칫 잘못하면 미움만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근데 작가님이 저한테 '규태도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말 한마디를 해주셨는데 그 말이 마음에 박혔다. 그래서 스스로 '선은 넘지 말자. 규태도 좋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마음에 담고 또 담았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노규태를 밉지 않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외로움'이라는 단어에서 방향성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오정세는 '이 친구가 외로워서 누구를 사랑한다기보다 그냥 사람한테, 물건한테 실물한테 이렇게 훅훅 행동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노규태를 나쁜 사람이 아닌 2% 부족한 인물로 설정했다며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은 캐릭터로 진행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런 그의 말들에는 놀라울 정도로 깊은 캐릭터에 대한 분석과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겨 '배우'가 가진 창작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게 할 정도였다.

또 '동백꽃 필 무렵'에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중들은 '실제로 노규태와 오정세는 닮은 점이 많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그는 "닮은 점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굳이 꼽자면 2% 부족한 느낌이 닮은 것 같다"며 "같이 한두 시간만 있으면 '아 저 사람 모자르다'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거다"라고 웃음을 지었다.

또 노규태를 누구보다도 깊게 알고 있었을 그에게 실제 노규태를 만나게 된다면 친해졌을 거 같냐고 묻자 그는 "초반에는 안 맞는 사람일 수 있는데 속이 너무 투명하게 보이는 사람이라 어느 순간부터는 그를 이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인 든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노규태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지만 수가 다 보이는 투명한 사람이다. 그래서 정말 못 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마치 다 보이는 귀여운 거짓말을 하는 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정세 / 사진=프레인TPC 제공


이어 그는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즉흥 연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청자들은 오정세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대체 어디까지 대본일까'에 대한 의문점이 많았다. 실제로 몇몇 인터뷰에서는 그의 연기가 즉흥으로 나온 것이 많았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실 대본이 너무나도 완벽했기에 즉흥연기는 5%에 불과했다"며 "나머지 95%는 모두 대본이었다. 저는 단지 그 5% 안에서 노규태를 조금 더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화면에 잡히지 않았지만 의상이라던지 방안의 소품이었던 책 같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라도 그는 완벽한 대본을 최대한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노규태의 두 명의 여인이었던 연상 변호사 부인 염혜란과의 호흡과 손담비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염혜란 씨 같은 경우에는 10년 전 연극에서 처음 봤다. 그때 참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마음이 열려있는 상태로 촬영을 해서 그런지 합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손담비와의 연기에 대해서는 "사실 다들 캐릭터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향미라는 인물이 정말 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손담비 씨가 참 건강하게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고 해내더라. 그래서 정말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그는 베일에 싸여있는 임상춘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사실 작가님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오롯이 글만 쓰고 싶은 정서를 가지신 분이어서 조금 그렇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라고 운을 뗐다.

오정세가 임상춘 작가에게 어떻게 이런 글을 쓰게 됐는지 물으니 "'그냥 소도시에 창문 하나 있는 술집에 한 여인을 생각했고 그 술집 안에 있는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은 여인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만들게 됐다"고 대답했다고. 그는 "그런 작품을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겠냐. 어떻게 모든 걸 쏟지 않을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임상춘 작가의 작품이라면 마을 47번 단역, 은행 기다리는 남자 1번도 좋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정말 좋은 작품들도 많았지만 '동백꽃 필 무렵'은 제가 했던 작품들 중 높은 곳에 자리 잡을 작품임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운 시기에 만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작품도 사람과 같은 것 같다. 좋은 사람은 느닷없이 나타나듯 좋은 작품도 그렇게 다시 저를 느닷없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또 그는 그런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또다시 묵묵히 주어진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스포츠투데이 백지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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