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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라' 인교진의 작은 나라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29일(금) 11:00

나의 나라 인교진 / 사진=키이스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누구나 꿈꾸는 나라가 있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를, 누군가는 정치적 신념을 표현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여기 스스로 만든 작은 나라인 가족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소탈한 남자 인교진이다.

인교진은 그간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 '란제리 소녀시대' 등에 출연해 구수한 사투리를 보여주며 감초 연기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특히 그는 카메오로 나왔던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충청도 사투리 연기를 선보이며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이러한 인교진이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극본 채승대·연출 김진원)에서 다시 한번 존재감을 입증했다.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그려낸 드라마다. 극 중 인교진은 전국 곳곳의 전장에서 10년을 보낸 박문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박문복은 군역으로 10년을 보낸 인물이다. 인교진은 이를 파격적인 비주얼로 해석했다. 그는 새까만 치아부터 똑 단발까지 사극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인교진은 "사극은 다들 수염도 붙이고, 옷도 비슷하게 입지 않냐. 군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놓인 만큼 나 하나쯤은 특이한 걸 해보자 싶었다. 전장에 있다 보니 이를 오랫동안 못 닦지 않았을까 싶어서 치아를 까맣게 칠했다. 또, 사극이라면 상투를 틀거나 산발이 돼야 되는데 박문복은 외모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 단발을 하게 됐다. 이렇게 캐릭터가 탄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분장을 했는데도 잘생겨 보인다는 반응이 있었다. 그렇게 봐 주시는 거에 감사하고, 예전과는 다르게 결혼을 하면서 얼굴이 나아진 것 같다"며 "사랑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박문복 캐릭터는 파격 비주얼과 더불어 충청도와 전라도를 넘나는 사투리 연기로 사랑받았다. 인교진은 "원래는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이다. 아무래도 내가 충청도 사람이다 보니 전라도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라도와 충청도 접견 지역의 인물이라는 상상을 했다. 각각의 특징을 섞어서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며 "사투리를 구사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는데 비슷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섞어본 거다. 그런데 내가 연기했으니 나의 색은 완전히 지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역할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니 달라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캐릭터에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충청도 남자 인교진은 사투리 연기의 비결을 전했다. 그는 "사투리 연기를 처음 시작한 건 '백희가 돌아왔다'였다. 평소에 멀쩡하게 생겼는데 웃기다는 얘기를 들었다. 충청도 사람들이 의외로 웃기다.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해 주시니까 내가 굳이 서울말을 능수능란하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란제리 소녀시대'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재밌더라. 이번 '나의 나라'에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했다"며 "이 연기들에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교진화 됐다는 거다. 충청도 느낌의 경상도 사투리, 충청도 느낌의 전라도 사투리였다. 오히려 내 것을 가미하니 거부감이 없어진 것 같다"고 했다.

나의 나라 인교진 / 사진=키이스트 제공


이렇게 박문복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인교진은 까만 치아와 사투리로 외면을 표현했다면 '의리'로 내면을 완성했다. 박문복은 전장에서 만난 서휘(양세종)를 위해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강한 의리를 보였다. 인교진은 "나를 비롯해 양세종, 지승현, 이유준이 일명 '휘벤져스'로 불린다.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이들이 왜 의리가 생겼는지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드라마 제목이 '나의 나라'인 것처럼 캐릭터마다 각자의 나라가 있고, 서사가 있었다. 그런데 표현할 시간이 부족해서 다 보여주지 못했다"며 "박문복은 누이가 감기에 걸려 죽는 모습을 보고 미쳐서 군역에 끌려온 사람이다. 그렇기에 서연(조이현)을 지키려는 서휘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한다. 내가 겪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리의 남자 박문복이 꿈꾸던 나라는 안정적인 삶이었을 거다. 사람마다 욕망의 기준은 다르다. 운동선수는 좋은 기록, 배우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라며 "박문복은 재물을 좋아한다. 전장에서 죽은 병사들의 주머니를 털 정도다. 그저 군 제대하고 돈도 벌고 잘 살아야지라고 생각하는 인물일 거다. 또 예쁜 각시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있을 거다. 소시민에게는 이런 게 '나의 나라'지 않을까. 밥 세끼 꼬박꼬박 먹고, 가족을 지키는 거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인교진의 말마따나 소시민이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박문복이다. 우리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한 것도 그였다. 그는 화월(홍지윤)과의 로맨스를 보여주며 설렘을 선사했다. 이에 대해 인교진은 "사실 극 초반에 이도 까맣게 칠하고 나오는데 누가 나를 사랑하냐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다소 무겁고 진지한데 활력소가 돼줄 로맨스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이미 분장도 해놨는데 어쩔까 싶었다. 그래서 칫솔의 창시자로 설정해 이도 미백했다"며 "10년 동안 모은 재산을 바칠 정도로 화월을 사랑했다. 아마 누이를 잃은 게 가장 큰 점인 것 같다. 돈은 기회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써야겠다 싶어서 준 것"이라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이처럼 인교진은 톡톡 튀는 감초 연기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터. 이에 대해 그는 "이쯤 되니 재밌는 역할에 특정화된 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었다. 그럴수도 있지만 나는 잘 해낼 것 같았다. 작품마다 캐릭터가 다르고 배경도 다르다. 또 그때마다 아이디어들도 많이 떠오른다. 그런 것들이 합쳐지면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라며 "정극도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보시는 분들이 받아들여 주시기만 하면 좋겠다. 기회가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차분하고 진지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인교진은 오랜 무명시절을 겪으면서도 배우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았다. 그는 "처음에는 유명해지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긴 시간을 투자했는데 서럽더라. 속상함이 또 원동력이 돼줬다"고 설명했다.

또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긴 후에는 가족을 위해 자랑스러운 아빠가 돼야겠다는 마음이 원동력이 됐다. 지금은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이 원동력"이라고 털어놨다. 인교진은 2014년 10월 소이현과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인 하은, 소은 양을 두고 있다. 그는 "새롭게 생긴 나의 작은 나라가 원동력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가족이라는 작은 나라에 울타리가 된 인교진은 새로운 원동력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길 꿈꾼다. 감초 연기의 대명사가 된 인교진이 기대되는 이유다. 또 정극에서 묵직한 연기를 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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