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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27일(수) 08:25

이승기 /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말 그대로 '쾌속 질주'였다. 15년간 쉴 틈 없이 달리며 다방면에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완성한 이승기는 '딱 남들만큼의' 숨 고르기에 들어가고자 한다.

14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의 주연배우의 이승기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배가본드'는 국내외를 오가며 펼쳐낸 화려한 영상미와 배우들이 몸 바쳐 이뤄낸 고강도 액션신, 탄탄한 스토리까지 완벽하게 어우러져 시청자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배가본드'는 최고 시청률 13%(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며 종영했다.

이승기는 거대한 권력에 맞서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싸우는 차달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도저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차달건 캐릭터에 진정성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을 설득시켰다.

'배가본드'가 사전제작 드라마인 탓에 촬영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연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한 이승기는 "사전 제작 드라마는 저도 처음 하는 경험"이라며 "시청자의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찍은 저도 기억이 잘 안 나니까 다음 방송이 궁금하기도 하고, 제일 큰 차이는 저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촬영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고충도 있었다. 그는 "드라마는 순차적으로 찍을 수가 없다. 그런데 촬영이 길어지니 얼굴 컨디션, 분장도 미세하게 차이가 날 때가 있다"며 "감정 표현도 마찬가지다. 어떤 신은 긴장감이 부족해 보이고, 힘이 많이 들어가 보이는 신도 있다. 1년을 촬영하다 보면 감정이나 상황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폭발력이 나오지 못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감정 톤을 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기 /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배가본드'는 기획에만 4년, 제작에만 1년여가 걸린 초대형 프로젝트다. 여기에 모로코, 포르투갈을 오가는 해외 로케 촬영 등 250억 원 규모의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사람들의 기대는 곧 부담가므로 직결됐다. 최근 대작이 곧 시청률의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됐고, '250억'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배가본드'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매섭고, 날카롭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작에 대한 기대는 다행히 초반 시청률로 바로 반영됐고, '배가본드'는 큰 호평을 얻었다. 이승기는 "사실 방송 전부터 걱정을 많이 해다. 우리끼리는 '멋있다'면서 찍었는데 대중이 좋아해 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라며 "첫 방송 후에 호평이 많아서 기분이 좋았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많았을 텐데 그 분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켰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고 체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길거리를 다니면 많은 분들이 '차달건'이라는 인물 이름을 부르면서 재밌다고 해주셨다. 참 기분이 좋고 감사했다"고 웃었다.

이승기는 '배가본드'를 곧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배우 이승기가 멜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액션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 속 배우 맷 데이먼이 뛰어다녔던 장소에서 이승기는 와이어 액션, 차체이싱, 벽타기 등 어렵고 위험한 액션 장면을 모두 소화했다.

그는 "'배가본드'를 통해서 저라는 배우가 액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 같다. 그것만으로도 큰 선물"이라며 "처음에는 액션이 아니라 작품이 재밌으니까 선택했는데 수준 높은 액션들이 많이 나왔고, 저도 모르게 저의 재능을 발견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제가 갈 수 있는 방향이 더 넓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승기 /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듯 데뷔 15년 차가 된 이승기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넓혀가고 있었다. 배우부터 가수, 예능인까지 이미 '올라운더'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그인데도 말이다.

한 방송사에서 예능과 드라마로 일주일 내내 얼굴을 비춘 적도 있었다. 힘들 법도 하건만 이승기는 이제 그 어느 것도 놓을 수 없다. 그에게 '올라운더'라는 수식어는 곧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승기는 "필모그래피를 쌓다 보니 '올라운더'의 길로 걸어왔다. 배우, 예능인, 가수 세 분야를 다 하는 것이 저한테는 큰 원동력이다. 남들보다 더하는 만큼 치밀한 준비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영역에서 '뭐든 잘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승기는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늘 잘해야 하고 지치면 안 된다고 본인에게 세뇌시켰다. 몸이 지치고, 고장이 난 것이 느껴져도 오로지 열정으로 밀어붙인 지난 날이었다. 너무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달리기를 멈출 수도, 뒤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마치 에너지가 방전된 것처럼, 갑자기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상도 경험했다. 이승기는 "15년 차지만 업무량은 20년 차 이상처럼 스케줄을 했다. 번아웃이 상태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인정하면 패배한 느낌이 들어서 인정하지 않았다"며 "근데 요즘은 제가 무리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승기에게 필요한 건 버리고 채우는 연습이었다.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감을 버리고 에너지를 채우는 것. 이승기의 2020년 단 하나의 목표다. 엔터테이너로서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 그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잘 온 것 같아요. 제 능력이 아니라 운도 따라줬고, 주변 사람들도 잘 도와줬어요. 2019년은 데뷔 후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어요. 2020년은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일을 쉬겠다는 게 아니라, 남들이 하는 정도만 일을 하고 싶어요. 여러가지를 비워내고, 새로운 걸 채워넣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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