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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 '산소 같은 여자'를 지우고 남은 것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29일(금) 09:11

이영애 나를 찾아줘 /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CF 속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는 온데간데없다. 오로지 기적과 구원을 기다리는 한 어머니의 표상만이 남아 새로운 ‘인생 캐릭터’라는 수식어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제작 26컴퍼니)는 6년 전 실종된 아들과 생김새부터 흉터 자국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의문의 연락을 받은 정연(이영애)이 낯선 마을로 향하면서 겪는 이야기다. 이영애는 극 중 아들을 잃어버린 실의와 죄책감, 그리움으로 6년을 보내면서도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정연 역을 맡았다. 특히 ‘친절한 금자씨’ 이후 스크린 복귀를 알린 이영애에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이영애가 14년 만에 돌아왔다는 것도 놀랍지만 대규모의 상업작품이 아닌 신인감독의 독립영화로 돌아왔다는 점 역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먼저 이영애는 개봉을 앞두고 사뭇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모처럼 오랜만에 하는 작품 활동이라 낯선 것보다 기대가 된다. 힘든 것보다 즐겁고 더 좋았다”면서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주인공, 혹은 내가 ‘엄마라서’가 아니다. 첫 번째는 영화의 분위기가 따뜻하면서 감정 몰입이 잘 됐다. 나는 시나리오를 대할 때 아직까지도 첫 인상을 중요시한다. ‘대장금’ 역시 그랬던 작품이다. 제 감을 믿는 편이다. ‘나를 찾아줘’ 역시 감이 참 좋았다. 따스하면서도 현실의 부조리를 지적하는 메시지가 담겼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나를 찾아줘 이영애 / 사진=영화 나를 찾아줘 스틸컷


실종된 아이를 찾는 간절한 엄마의 마음을 대변한 이영애는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이며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전작의 화려한 이미지는 말끔히 잊어버린 채 오로지 고독한 엄마의 심리를 유연하게 소화한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이라는 미지의 감정이 이영애만의 무늬로 그려지며 작품은 슬픔과 울음을 과하지 않게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이영애는 “전체적인 대본 주제와 구성이 잘 짜여 한 편의 좋은 희곡 작품처럼 느껴졌다. 받자마자 쉬지 않고 읽었다. 여러 가지로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었다”면서 “감독님이 원석을 다듬듯 12년 간 고쳐 온 이야기다. 거기서 오는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신인답지 않은 신인이라 생각했다. 내공도 있으면서 신선함을 갖춘 감독”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실은 참 더 힘들고 잔인하다. 캐릭터를 통해 현실을 응축시켜서 보여줘야 했다. 관객들이 보기에 힘들 수 있지만 그만큼 더 여운이 길고 카타르시스가 남을 것 같다. 정연이라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힘들었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몰입이 잘 됐다. 액션은 재밌더라. 더 나이 들기 전에 액션을 더 해야겠다. 사실 액션 씬은 제가 한 것 이상으로 연출을 잘 해줬다. 관객들 중에서는 제가 호흡이 긴 액션을 했다는 것에 놀라는 분들도 있더라. 배우 입장에서 그 역시 재미있는 지점이다.”

아울러 이영애와 유재명, 박해준이 함께한 연기 시너지 또한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특히 이영애와 유재명은 극 중 초반부 치열한 신경전에 이어 격렬한 격투 씬까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감정의 최고조를 무한히 발산하는 두 배우의 거친 호흡은 ‘나를 찾아줘’만의 독창적인 매력 중 하나. 두 사람의 난투 장면을 두고 큰 ‘케미스트리’가 담겼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이영애는 “유재명, 박해준 모두 연기를 잘 하는 분들이다. 역할과 조화가 잘 맞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영화가 잘 되려나보다 싶을 정도였다. 특히 유재명은 처음에 과묵한 채로 많이 부끄러움을 탔다. 대본을 처음 읽고 촬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서로의 신뢰가 느껴졌다. 우리 둘은 서로를 믿고 가는 관계”라며 후배이자 동생인 유재명에 대한 굳은 믿음을 드러냈다.

긴 시간 속에 이름이 잊혀질 찰나에 돌아온 이영애. 그는 공백기 동안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노라고 토로했다. 연기를 하지 않는 기간에도 좋은 작품들을 보며 엄마가 아닌 배우로서 바라보게 됐다고. 그럼에도 이영애는 환경과 작품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고 마침내 ‘나를 찾아줘’를 만났다. 그는 “여러 가지로 ‘나를 찾아줘’는 운명같이 모든 게 다 잘 맞았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성애는 참 숭고한 감정이지만 우리 이야기는 모성애 그 이상의 사랑을 담았다. 보편적인 사람의 이야기, 연민, 모성애 그 이상의 거시적인 사랑”이라며 다시 한 번 작품에 대한 큰 애정을 과시했다.

이영애는 작품을 위해 배우로서의 욕심을 고스란히 접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일상을 다루는 만큼 절제된 연기가 필요했던 것. 이영애는 작품의 톤을 위해 감독과 상의 끝에 많은 장면들을 덜어냈다. 그는 자신의 절제된 연기가 참 아프고 고통스럽게 보인다면서 그 장면을 위해 준비했던 수많은 노력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를 엄마가 아닌 배우로 남게 해준 원동력은 무엇일까. 먼저 이영애는 동료 연기자들을 언급했다. 이에 “제가 신인 시절에 만났던 김희애, 김해숙는 지금까지도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본받고 싶다. 같이 오래도록 연기를 하다 보니 서로에게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 “사실 아직까지도 절 알아보는 분들이 있을까 하는 위축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많이 쉬었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제가 오랜만에 나왔는데도 환영해주고 응원해주는 이들을 보고 쌍둥이 엄마가 아닌 이영애로 봐주는 분들이 있구나 싶다. 멀리서의 작은 힘과 응원이 큰 파장이 되더라.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14년 만에 돌아온 이영애를 향해 대중의 환대가 이어졌다. 최근 이영애는 소통을 위해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 이후 뜨거운 반응에 화답하며 의외의 재미를 찾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어 이영애는 빠른 시일 내 차기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두고 “사실 저는 감독, 배우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 감독님도 신인이지만 오로지 작품을 본다. 어느 감독도 제게는 너무 감사하다”면서 “드라마 ‘대장금’은 평생 나올까 말까 한 작품이다. 엄마가 된 이후부터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심사숙고를 거치고 작품을 고른다.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품이 좋지 않을까 하는 기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영애의 뾰족함은 세월과 함께 둥글게 무뎌졌다. 작은 기회에도 감사할 줄 아는 여유가 생겼고, 특정 작품이나 인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아집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이는 모두 결혼 후 갖게 된 변화라고.

이영애가 가지고 있는 엄마로서의 책임감은 꽤 이상적이다. 한 시대 속 아이의 미래와 삶이 계속 되길 원한다면 어른들이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배우로서의 소명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가 이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영애의 말을 빌리자면 작품은 ‘껄끄러운 영화’지만 이야기가 던지는 화두는 너무나 중요하다. 이영애는 본인을 비롯한 이 세상이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믿음을 굳건하게 갖고 있었다. 부드러운 동시에 힘찬 어조를 포기하지 않는 이영애의 이야기 ‘나를 찾아줘’는 27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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