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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타’, 경쟁작들 속 빛나는 가치 [무비뷰]
작성 : 2019년 11월 26일(화) 09:00

영화 카센타 조은지 박용우 / 사진=영화 카센타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블랙 코미디 영화 '카센타'가 자신 만의 가치로 대형 상업 영화들 틈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카센타'(감독 하윤재·제작 88애비뉴)는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이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며,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용우는 극 중 다혈질의 국도변 카센타 사장 재구 역을 맡았다. 그는 우연히 국도변에 떨어진 금속 조각에 펑크 난 차량을 고치다가 계획적으로 도로에 날카로운 금속 조각을 뿌리며 펑크를 유도하는 인물이다. 이어 조은지는 극 중 남편 재구와 함께 기발한 생계형 범죄 영업에 동참하는 아내 순영 역을 맡아 생활밀착형 연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두 사람의 비극은 꽤 무난하게 시작된다. 지독하게 평범한 이 부부는 가난한 현실에서 옴싹달싹 못 하는 처지에 놓인 채 생활을 이어간다. 부부의 하루는 꽤 지독하다. 공사판 먼지를 고스란히 맞으며 식사를 하고 폭염 밑에서 인형 눈 붙이기 부업을 한다.

생활력이 다소 부족한 남편 재구와 돈 앞에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는 순영은 그렇게 궁핍한 더위에 찌들어간다. 보는 관객들도 숨통이 턱 하니 막힐 만큼 두 사람은 현실적인 악조건에서 발버둥친다. 밀린 전기세와 친지의 눈치 등, 서민의 본을 뜬 두 사람의 아둥거림은 제법 짠하게 다가온다.

영화 카센타 박용우 조은지 / 사진=영화 카센타 스틸컷


우연한 계기로 타이어 펑크 계획을 완성시키게 된 재구는 본격적으로 손님들을 유도했다. 순영 역시 가녀린 어깨를 떨며 이를 만류했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현금 다발 앞에서 오히려 합세하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 과정에서 서민을 대표하는 부부와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건설업체의 대표 간 갈등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아슬아슬한 동정이 선사하는 불쾌함에서 관객들은 한 때 사회를 흔들어놓았던 이른바 '갑질'을 간접적으로 느끼기도.

이윽고 순식간에 많은 돈을 벌게 된 재구와 선영은 상경을 목표로 범죄에 가속도를 낸다. 그들의 논리는 꽤 단순한 지점에서 시작한다. "우리를 힘들게 만든 관광지를 찾는 타 지역 사람에게 아주 적은 돈으로 받는 보상"이라는 것. 이는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귀여운 투정 정도로 전달된다.

특히 사소하게는 마을 청년회장, 거시적으로는 기업으로 설명되는 특권층의 비리와 횡포에 대항하는 재구의 울분 담긴 연기가 극의 완성도를 드높인다. 극 중 재구는 늘상 추리닝과 목 늘어난 티셔츠 바람이다. 초라한 재구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어떠한 의지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런 재구가 사사로운 문제에서 출발해 세상으로 가지를 뻗어가며 이야기를 강력하게 진행시킬 때 작품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전개가 진행될 수록 이들의 프로젝트는 심각성을 띈다. 부상자가 생겼고 은폐하기 위한 모종의 거래 역시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전하려던 인간 본연의 욕망들이 투명하게 전달된다. 작품 기저에 깔려 있던 물질만능주의와 도덕적 선, 혹은 계층 간의 갈등 등 유쾌하게만 넘길 수 없는 소재들이 관객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를 잡는 것. 보는 이들은 빠르게 흘러가는 장면들 속에서 말로 표현되지 않는 진실을 깨달으며 '찝찝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카센타'가 주는 묘한 매력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의 전환이 전혀 인위적이지 않다. 모든 과정이 너무나 쉽고 빠르게 이어진다. 극 전반부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발견해버린 부부를 질타하기보다는 응원하게 되는 지점이다.

아울러 관객이 등장인물과 주변의 본질을 눈에 담을 때 영화는 한 번 더 진한 얼룩을 아로새긴다. 평범한 서민에 불과한 두 인물의 욕망은 찐득한 기름때처럼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 좀처럼 지워질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재구의 행동들은 모두 바닥나고 막바지에 선 순간 관객들은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영리한 감독의 연출로 인해 인물들의 다음 행동은 예측될 수 없다. 앞서 다수의 영화제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이 신인 감독은 짧고 날카롭게 장면을 넘기며 점진적으로 갈등을 얽히고 설키게 만든다. 끝내 꼬인 실타래처럼 딜레마에 선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입을 통해 가장 근본적인 사람됨을 내세운다. 그리고 이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하여금 깊은 통찰을 전달할 예정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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