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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자 미쓰리' 이혜리, 세상의 '사회 초년생'에게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25일(월) 09:46

청일전자 미쓰리 이혜리 /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한 이혜리는 보통의 삶을 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청일전자 미쓰리'를 만났고, 사회 초년생의 삶을 이해하게 됐다. 이제는 진정 대중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넬 수 있는 배우 이혜리다.

이혜리는 16세의 나이에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했다. 걸스데이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무명시절을 겪은 후 곡 '기대해', '여자 대통령', '달링(Darling)' 등을 발매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그는 드라마 '맛있는 인생'에 출연하며 연기 영역으로 활동을 넓혔다. '선암여고 탐정단' '하이드 지킬, 나'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에 도전한 이혜리는 드디어 인생작 '응답하라 1988'을 만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배우로 우뚝 선 이혜리는 또 한번 인생작을 만났다. 이번에는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극본 박정화·연출 한동화)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위기의 중소기업 직원들이 삶을 버텨내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이혜리는 극 중 말단 경리에서 망하기 직전의 청일전자 대표이사가 되는 이선심 역을 맡았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이혜리가 타이틀을 맡은 드라마다. 작품에 대한 부담이 컸을 터. 이에 대해 이혜리는 "사실 오랜만에 한 작품이다. 거의 1년 8개월 만에 한 작품이다. 그래서 부담도 있었고, 걱정도 됐다. 내가 과연 이선심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무래도 제목에 '미쓰리'가 들어가니까 내가 이 극을 혼자 짊어져야 되나 싶었다. 그런데 대본을 받고, 선배들을 만나니까 그 생각이 바보 같았음을 깨달았다. 베테랑 선배들과 함께하는데 스스로 욕심을 냈던 것 같다. 선배들과 융화돼서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 드라만데 시작 전부터 부담을 가진 거다. 이런 것들은 캐릭터를 만들고,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현장에서 선배들을 만나며 풀었다. 부담은 많이 줄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배우 김상경은 '청일전자 미쓰리'를 두고 이혜리의 인생작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혜리는 감사하는 반응이다. 그는 "선배가 그렇다면 그런 거 아니겠냐"며 미소를 보였다.

이혜리는 "사실 시청자들의 의견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은 유독 일반 회사나 중소기업, 공장에 다니는 분들의 의견이 많았다. 그분들이 인생작이라고 표현한 댓글을 봤는데 기분이 좋고, 감사드렸다"고 전했다.

청일전자 미쓰리 이혜리 / 사진=크리에이티브그룹 ing 제공


이선심은 말단 경리에서 시작하는 만큼 이 시대의 사회 초년생들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이혜리의 삶과는 거리다 멀다. 이혜리는 "이선심은 나와는 조금 다른 인물이다. 나는 매사에 적극적인데 이선심은 연약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이선심이 조금씩 성장하고 누군가에게 힘이 돼주고, 힘을 받으며 나도 위로를 받았다. 그렇기에 이번 작품을 끝내며 느낀 감정은 위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선심을 생각하며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는 '평범'이었다. 이선심뿐만 아니라 '청일전자 미쓰리'에 나온 인물들이 모두 평범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이야기다. 이런 모든 것들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며 "외적인 부분에서는 내가 아이디어를 먼저 낸 것도 있다. 이선심의 의상이 그러하다. 옷을 몇 벌 정해서 돌려 입었다. 우리가 맨날 새 옷을 입는 건 아니지 않냐. 그런데 드라마를 하다 보면 매일 새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 이선심을 연기할 때는 옷 5벌, 가방 2~3개, 신발 2~3개만 정해서 그 안에서만 입었다"고 설명했다.

외적으로 의상이나 소품에 신경 썼다면, 내면은 일반 회사원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혜리다. 그는 "오피스물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에 맞닿은 오피스물은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주변의 조언을 많이 구했다. 회사원들에게 역경이 많더라. 그냥 하루하루 편하게 지나가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미디어를 통해 봤을 때는 판타지 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적인 이야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우선 주말과 휴가는 어떻게 쓰는지 물어봤다. '연차'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이 연차를 또 휴가 때 붙여서 못 쓰고, 주말에 붙여서 못 쓴다고 하더라"며 "나에게는 휴식과 쉼이 중요한데 그런 게 자유롭지 못한 게 직장인의 애환이구나 싶었다. 연차는 또 12월까지만 쓰고, 다 못 쓰면 1월에 리셋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12월은 바빠서 또 못 쓴다고 하더라. 내가 이선심 캐릭터를 연기하지 않았으면 안 궁금하고, 물어보지도 않았을 제도였다. 나는 드라마 촬영 6개월 동안 하루도 못 쉬고 일하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한 달 정도는 쉰다. 어떤 직업이든 힘든 게 있고, 또 다 다르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통해 이혜리는 사회 초년생과 직장인의 애환을 이해했다. 이를 통해 과거 자신의 데뷔 초를 회상할 수 있었다. 그는 "이선심을 연기하며 누군가 나한테 화를 내고, 내가 굳이 들어도 되지 않을 말들을 들어서 억울했다. 돌이켜 보니 데뷔 초의 내 모습도 그랬다. 화가 나도 그게 화가 난 건지 모르고 살았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알겠습니다'와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어떤 성격의 사람이라도 사회 초년생이면 다 그렇게 되겠구나 싶었다. 환경이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사회 초년생의 마음까지 이해한 이혜리는 미래를 꿈꾼다. 그는 "지금 주어진 거에 최선을 다하자가 모토다. 이전에 했던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아직 도전해보지 않은 악역도 자연스러운 타이밍이 생기면 도전해보고 싶다"며 "사실 데뷔 초에 걸스데이로 잘 안된 앨범이 많다. 이런 걸 겪으면서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게 노하우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혜리는 배우로서 목표를 밝혔다. 그는 "나는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다. 그 에너지를 작품 안에 녹이고 싶다"며 "물론 배우를 하면서 두려울 때도 있었고, 무섭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든 생각은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다. 돌이켜 보면 23살의 내 모습이 예쁘고, 지금의 내 모습도 예쁘다. 그 나이의 얼굴 중 하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통해, 10년 차가 되며 연예인 인생의 제2막으로 들어간 것 같다. 또 다른 시작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이혜리는 26세의 나이에 맞게 사회 초년생을 연기했다. 그의 바람대로 그 나이의 얼굴이 된 거다. 앞으로 이혜리가 30대, 40대에는 어떤 얼굴의 배우가 될지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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