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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이야기', 익숙한 공간 속 인생 이야기 [무비뷰]
작성 : 2019년 11월 22일(금) 14:00

집 이야기 / 사진=집 이야기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집'은 삶의 공간이자 시간의 흐름이며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가족이 됐다가 혼자가 되기도 한다. '집 이야기'는 가족의 해체와 결합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부녀의 시선에 따라 담담하게 보여준다. 익숙함이 주는 공감을 따뜻하게 그린 영화다.

영화 '집 이야기'(감독 박제범·제작 영화사지음)는 혼자 서울살이를 하던 신문사 편집기자 은서(이유영)가 정착할 집을 찾아 이사를 거듭하던 중 아버지 진철(강신일)이 있는 고향 집으로 잠시 돌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작품은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재혼 후 제주도에 정착한 엄마, 고향집을 홀로 지키는 아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언니, 그리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은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떨어진 가족들은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서로에게 무관심하다. 은서는 만삭인 언니의 임신 사실조차 몰랐고, 조카들은 은서에게 이모가 아닌 고모라고 부른다. 그중 가장 단절된 이는 아빠 진철이다. 그는 자신을 떠난 가족들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없는 처지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철의 직업은 열쇠공이다. 평생 잠긴 문은 열었으면서 정작 가족들의 마음의 문은 열지 못했다.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영화는 잠긴 문을 여는 진철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진철이 은서와 다시 연락하게 된 계기도 문을 열기 위해서였다. 은서는 열쇠를 잃어버린 후 진철에게 전화를 걸어 잠긴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진철은 순식간에 문을 열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작은 소통의 창구가 열린다.

집 이야기 / 사진=집 이야기 스틸컷


이렇게 작은 소통을 한 은서는 진철이 사는 집으로 들어간다. 은서는 이사를 가기 위해 수많은 서울의 화려한 집들을 봤지만 모두 "내가 원하는 집이 아니다"라고 거절한 후 진철이 살고 있는 인천의 작은 주택으로 돌아간다. 서울에 있는 직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막차 시간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불편한 곳. 은서는 세련된 아파트를 뒤로하고 이곳에 머문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고 은서가 고향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집'은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다양한 형태의 집이 등장한다. 은서의 언니는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편안한 아파트를, 엄마는 바다가 보이는 제주도의 그림 같은 집을, 진철은 한때 가족들이 모여 살았던 고향집을 욕망한다. 은서 역시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그리고 혼자 외롭게 사는 진철을 걱정하는 마음이 더해진 것이다.

오랜만에 한 집에 살게 된 두 사람은 어색함도 잠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한다. 특히 은서는 그동안 몰랐던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고, 묵묵히 가족을 지켜봤던 그의 모습을 보며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해체된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며 결합한 순간이었다.

가족 간의 소통과 단절을 '문'으로 보여줬다면, 인간의 내면은 '창문'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표현된다. 진철의 방은 창문 하나 없이 햇빛도 들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는 지구 반대편의 푸르른 바다 사진이 실린 오래된 달력만이 자리하고 있다. 은서는 왜 창문 하나 없는 방에서 지내냐고 진철을 타박하지만, 진철은 자신만의 창문인 달력을 통해 지구 반대편을 보고 있었다. 이는 그의 오랜 소망인 따뜻한 휴양지였다.

또 영화는 진철과 은서의 시선에 따라 각각 옛 것과 지금의 것을 보여주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줬다. 마치 가족이 모여살다가 각자의 길을 걷고, 다시 모인 것처럼 말이다. 열쇠공인 진철은 열쇠는 귀신처럼 따지만, 요즘 것인 도어록은 손도 대지 못한다. 또 '읍니다'처럼 옛 맞춤법을 사용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나이를 먹고 시대는 변한다. 누군가는 과거에 살고, 누군가는 현재를 산다. 아버지라고 과거에만 사는 건 아니다. 은서 역시 종이 신문을 편집하며 서서히 과거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박제범 감독은 이 모든 것을 담담한 어조로 표현한다. 불필요한 장면은 없고, 대사 역시 간결하다. 삶에 희로애락이 있지만 우리는 담담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배우 이유영과 강신일의 연기 역시 담백하기 이를 데 없다. 극적인 요소나 자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영화는 지루할 틈이 없다. 이는 누구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고, 딸을 떠올릴 수 있으며 가족 자체를 떠올릴 수 있다. 공감으로 꽉 찬 '집 이야기'는 11월 28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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