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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보스' 천정명, 변화에 대한 즐거움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20일(수) 15:41

영화 얼굴없는 보스 천정명 인터뷰/사진=좋은하늘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배우 천정명은 능동적이다. 새로운 이미지를 추구하고 두려움을 느끼기보다 그 변화 자체를 즐기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가는 중이다.

영화 '얼굴없는 보스'(감독 송창용·제작 좋은하늘)는 멋진 남자로 폼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보스가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천정명은 극 중 보스 상곤 역을 맡았다. 반듯하고 말끔한 이미지에 선한 눈빛을 지닌 그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건달 세계의 고독한 왕으로 자리할 때 낯설고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감상을 준 게 사실이다. 천정명은 이 '색다름'을 기꺼이, 그리고 감사히 받아들였다. "제가 기존에 했던 역할들과는 많이 달라서 색달랐다. 장르가 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는 그다.

사실 예전부터 누아르 장르와 액션물을 좋아했단 그는 "예전부터 이런 장르 영화는 촬영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궁금하고 호기심이 갔다"고 털어놨다. 애초 취미 생활이 운동일만큼 몸을 움직일 때 아드레날린이 샘솟는단다. 요즘 주로 즐겨보는 것들도 평범한 화학교사가 마약왕이 된 범죄 스릴러 '브레이킹 배드'와 영국 갱스터 범죄 조직 이야기를 그린 '피키 블라인더스' 등이라고. 극 중 인물들을 보면 저도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단 열망이 들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기존의 제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로맨스남 이미지를 탈피한 조직 보스 역할을 맡게 되니 유독 기뻤을 만도 하다. 액션 신을 위해 촬영 전부터 액션 연습에 그리 매진했다. 그는 "초반엔 액션 신이 힘들었는데 적응되니 정말 재밌었다. 그래도 너무 수위가 세면 안 되기에 조절하느라 제한적인 부분도 있었다"고 눈을 빛냈다.

액션 신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 천정명은 제가 맡은 상곤 캐릭터를 깊이 이해하려 노력했다. 상곤은 제 식구들을 끔찍이 아끼고 의리에 대한 낭만이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잔혹한 조직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큰 고뇌와 고난을 겪는 인물. 천정명은 "운동을 하던 친구가 친한 형의 권유를 받아 그 세계로 들어갔는데 이 친구는 함께 운동한 동생들과 같이 어울려서 멋지게 살고 싶단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계속 인물을 연구하다 보니 이 친구한테 동화가 된 것 같다. 건달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의리를 챙기고 동생들을 챙기다 보니 그쪽 세계에 빠진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이해하려 하니 상곤이 한편으론 사람 냄새나는 인간적인 인물로 여겨졌다. 상곤은 고집스러운 면이 있지만, 자신이 택한 일을 끝까지 책임지려 했다. 화려한 건달 세계에 대한 동경이 아닌,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아끼고 좋아했기에 그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려 하는 소소한 인간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천정명이 꿈꾸는 멋진 인생도 어찌 보면 일맥상통이다. 그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가족들과 화목하게 잘 지내는 것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는 인물이다. 그는 "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누나가 둘인데 누나가 결혼하며 아이가 태어나니까 분위기가 더 달라지고 밝아졌다. 그 전보다 더 화기애애해지고, 저도 조카를 정말 좋아해서 '이런 게 행복이구나'를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를 지키려 노력하는 인생이 멋진 삶 아니겠냐며.

영화 얼굴없는 보스 천정명 인터뷰/사진=영화 스틸


물론 천정명이 조직 세계로 빠진 상곤의 선택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잘못된 선택을 해서 안 좋은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고 최후를 맞이한다. 영화를 찍으며 '굳이 저런 선택을 안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부모님에 상처를 주면서까지 제 의리를 지키기 위해 고집을 피우는 면은 안타깝고 답답하기도 했단다. 그는 "정말 불효자식인 거다. 그렇게까지 해야 될 이유가 있었을까"라고 애석해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상곤이란 인물이 참 많이 순진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해서 사회생활도 모르고 너무 믿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일이 생기고 그 과정에서 흔들렸던 것 같다. 이 조직세계에서 살아남기엔 물러 터진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도 사람을 좋아하고 한없이 잘해주는 편이란다. 다만, 관계 속에서 부당한 경우가 생기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한 번 만나면 지속적으로 오랜 관계를 맺게 되는 유형의 사람이다. 물론 인관 관계에서 배신을 당해본 적이 그 또한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엔 기분이 안 좋았지만 지나다 보니 이것도 살아가는 데 있어 경험이 되더라. 지금은 오히려 사람이 보인다"고 웃어 보인다. 그래서 이젠 사람을 만날 때 상대의 언행을 보며 쉽게 판단하지 않고 그 입장과 심리 상태를 좀 더 고려하고 귀 기울이고 있다는 그는 세심하고 다정다감했다. 사랑도 우정도, 자신이 어떤 잘못이나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고 이해해주는 친구들을 만난다면 그 자체가 엄청난 행운일 것 같단 천정명이다.

천정명은 꽤 성실한 사람이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작품에 임할 때도 섣부르기보단 진중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편이다. 특히 그는 '얼굴없는 보스'를 통해 "관객 분들이 보실 때 천정명이 뭔가 색다른 시도를 했구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시도하는 모습이 보기 좋구나 판단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과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 배우는 없다. 저 또한 어떤 역할이든 비중을 떠나 제 범위 내에서 제가 가진 영향력을 발휘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이를 좋게 봐주셨으면 하지만, 때론 안 좋은 글들을 보게 됐을 때 사람인지라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주변의 격려와 응원에 대해 더 감사하는 마음과 원동력이 생기기도 한다며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더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준비해서 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천정명이다. 착실하게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천정명에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은 즐거움 그 이상의 것이다.

영화 얼굴없는 보스 천정명 인터뷰/사진=좋은하늘 제공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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