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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사우스클럽, 남태현이 편견을 깨는 법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20일(수) 15:00

사우스클럽 인터뷰 강민준 정회민 남태현 이동근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오해였다.

밴드 사우스클럽(남태현, 강민준, 이동근, 정회민)을 만나기 전 내심 걱정이 앞섰다. 어쩐지 차가울 것만 같은 남태현의 인상이, 그간 그가 음악으로 보여줬던 확고한 가치관들이 두터운 편견의 벽을 세웠다.

편견은 깨질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한다. 남태현은 예정 시간보다 일찍 와서는 살갑게 눈을 맞추며 허리 굽혀 인사했다. 밝은 머리 색만큼이나 천진하게도 웃었다. 지레 가졌던 모든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남태현이 새 얼굴들과 함께 돌아왔다. 1년 전 사우스클럽에 합류한 베이스 정회민에 이어 기타 강민준, 드럼 이동근을 영입해 네 번째 싱글 앨범 '두 번'을 만들었다.

남태현은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자유로운' 멤버를 찾고 있었다. 연주하는 데 있어서 강박 없이 열려 있으면서도 실력이 있고, 같이 잘 지낼 수 있는 성향을 우선시했다고. 그러다 그는 음악하는 친구들이 소개해준 어느 교수의 추천으로 강민준과 이동근을 알게 됐다.

남태현은 "처음에 동근이랑 다른 기타리스트를 만났는데 동근이 같은 경우는 바로 같이 하고 싶었다. 기타리스트는 본인 개성이 있었으면 해서 다시 민준이를 소개받았는데 좋았다"면서 "사실 경쟁률은 그닥 치열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사우스클럽 남태현 / 사진=DB


새 멤버들에게 유명 아이돌 출신인 남태현은 우상일 법했다. 정회민은 "처음에 되게 설렜다. 태현이에 대한 정보, 영상이나 음악을 다 찾아봤다. 근데 너무 좋은 거다. 우리나라에서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시도하려고 하고, 비주류인 블루스 음악을 대중화시키려고 노력하더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진짜 너무 좋아서 만족하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근은 첫 만남부터 음악에 대한 남태현의 진심을 느꼈다고 했다. 이동근은 "사실 안 될 수도 있어서 그렇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근데 딱 갔는데 '밥 먹었냐'면서 피자를 시켜주셨다. 그때 '꼭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연락은 나중에 주겠다' 하고 헤어졌다. 사실 개인 연락처도 안 물어보길래 '마음 비워야겠다' 했는데 연락이 와서 너무 좋았다"고 털어놨다.

강민준은 남태현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오롯이 음악으로 서로 통할 수 있었다. 강민준은 "낯을 많이 가려서 긴장했다. 근데 음악이 되게 좋았다. 대화할 때도 좋았다. 음악 합주를 하는데 꼭 같이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모이게 된 사우스클럽은 열정적인 앨범 작업을 이어갔다. 남태현에 따르면 '이것 좀 이렇게 해줘' 요청하면 당일에 바로 결과물이 왔다고. 보통은 일주일 정도 걸리던 것들이 하루 만에 이뤄지니 작업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남태현은 "속도가 빠른데 결과물이 좋아서 충격적이었다. 전에는 밴드 멤버들이 있었지만 같이 작업하진 않았다. 제가 다 하고 멤버들이 연주했는데 민준이 같은 경우는 본인이 작곡, 편곡을 해서 저도 영감을 많이 받았다. 동근도 의견을 많이 준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곡 만들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이 필요했는데 여러 아이디어가 합쳐져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사우스클럽 이동근 / 사진=DB


사우스클럽은 미니앨범을 완성시켰으나 일단 조금 더 아껴두기로 결정했다. 다소 어두운 색깔 때문이었다. 남태현은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 타이밍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겠다' 생각해서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밝은 곡을 내게 됐다. 나중에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을 때 우리의 색깔이 담긴 앨범을 선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고 전했다.

'두 번'은 대중적인 노래다. 남태현은 "누가 들어도 쉬운 노래"라고 했다. 기존에 했던 밴드적인 성향, 즉 내가 좋아하는 음악 말고 남들이 좋아할 곡을 쓰자 해서 만든 곡이란다. 작업 방식도 바꿨다. 편곡은 편곡자에게 직접 맡겼다. 변화의 계기가 되는 곡인 셈이다.

남태현은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은 블루스다. 블루스라 함은 즉흥적인 연주,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녹음을 받을 때도 옛날 방식을 고수했다. 이번 '두 번'은 예쁘게 포장되고 깎아서 보기 좋게 만든 곡이다. 그래서 러프함은 없지만 그만큼 정성스레 세밀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곡이다"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노선 변화에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깊게 작용했다. 남태현은 "고집을 버렸다"면서 "회사에서도 하고 싶은 음악은 조금 더 자리를 잡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하더라. 원래는 고집이 센 성격인데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싶더라. 고집이 없어졌다. 사실 저도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을 했지만 대중적인 음악을 좋아하고 듣는다. 그래서 작업하면서 너무 힘들진 않았다. 신선해서 재밌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사우스클럽은 밴드라는 포맷은 있지만 장르를 딱히 구분 짓지 않거든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밴드기 때문에 이것도 또 하나의 시도일 뿐이에요. 이거보다 더 대중적인 곡이 나올 수도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 음악이 나올 수도 있고. 종잡을 수 없는 밴드예요."(남태현)

사우스클럽 정회민 / 사진=DB


대중성을 가미한 만큼 대중의 반응도 꽤 기대되는 부분이다. 사우스클럽은 '인디음악 하는 애들인 줄 알았는데 이런 것도 할 줄 아는구나' 친근하게 받아들여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남태현은 "사우스클럽으로 활동하면서 사실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없다.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희가 들어도 좋은 곡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겁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목표라고 하면 길거리 돌아다니다가 매장에서 흘러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중성을 입은 건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남태현 역시 요즘 부쩍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는 "음악 때문인가"라고 웃으며 "사실 그렇게 어둡고 우울한 사람은 아니다. 보여지는 이미지가 차가운 면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그렇게 보시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서 '쟤 되게 밝은 애였구나' 긍정적인 모습이 많이 비쳐질 것 같다. 곡 자체가 밝기 때문에 무대도 밝을 거고 실제 최근 들어서 많이 밝아진 것도 맞다. 혼자 법인하면서 좋은 것도 있지만 힘들었다. 지금은 회사라는 곳이 지원해주니까 마음 놓고 음악에 전념할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서 밝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편견이 많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머리도 밝게 염색했거든요. 웃고 다녀야겠네요."(남태현)

인터뷰 말미, 새 멤버들의 멘트가 적은 것 같아 내심 마음이 쓰였다. 악기를 다루는 이들이니 각자만의 특이한 악기 연주 스타일이 있는지 물었다. 강민준은 "저는 좀 감정적인 편이라 연주도 그렇다. 평소에 차분한데 연주로 푼다"면서 "전형적인 걸 피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전형적이지 않으려고 한동안 기타를 놓고 안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정회민은 "무대에 빠져 있는 느낌으로 연주한다. 무대할 때 메소드로 몰입한다"고 설명했다.

사우스클럽 강민준 / 사진=DB


이동근은 "음식 맛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다소 독특한 표현법을 설파했다. 예컨대 '이건 좀 쫄깃하게 쳐야 돼' '시원시원하게 쳐봐' '이 부분은 매콤하게 쳐야 하냐' 이런 식이란다. 그는 "먹었을 때의 느낌으로 연주를 한다"고 했고, 남태현은 "저희는 그게 뭔지 안다. '더 맵게 쳐줘' '매운데 짜증나게 매운 느낌으로 쳐줘' '바싹하게 해봐' 그런 식이다"면서 "저는 색깔로 표현한다. '약간 주황색같이 쳐줘' 이렇게 한다. 이런 방식이 더 직접적이어서 좋다"고 작업실에서의 모습을 재연했다.

미식가 이동근의 비유가 흥미를 자극했다. 그에게 신곡 '두 번'과 사우스클럽 음악의 맛이 어떤 건지 비유해달라고 하자 이동근은 '두 번'은 생연어 같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접하기 쉽지만 먹으면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사우스클럽만의 날 것의 색깔이 가미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 전 사우스클럽의 느낌은 '겉바속촉'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바삭하고 날이 서 있는데 맛보고 나면 한없이 부드러움도 있고 씹다 보면 바삭한 느낌도 있었다"고 음악 미식평을 했다.

색다르게 시작된 맛 비유는 남태현이 즐긴다는 색깔 비유로 이어졌다. 남태현은 "'두 번'은 사실 제가 의도하고 쓴 건 주황색이었는데 편곡이 되면서 약간 노란색이 됐다. 통통 튀고 귀엽고 밝은 밀도가 달라졌다. 많이 밝은 레몬색"이라고 했다. 기존 곡은 보라색, 적색, 진한 바다의 파란색에 가까웠다고.

사우스클럽의 음악은 무채색 계열이 떠오른다고 했다. 자꾸만 색깔을 입히고 싶단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남태현이다.

"우리는 자유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혔다가 뺐다가 할 수 있는 흰색 같아요. 미래를 그려보면 저도 기대돼요. 어떤 새로운 곡이 나올지 모르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항상 설레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미래는 웸블리 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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