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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왜 '우승 주역' 라건아·이대성과 결별했을까? [ST스페셜]
작성 : 2019년 11월 11일(월) 15:08

이대성 / 사진=KBL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이런 트레이드가 한국에서 일어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울산 현대모비스가 팀의 기둥을 2개나 뽑았다. 새로운 묘목을 받아 왔지만, 이들이 팀을 떠받쳐줄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현대모비스는 11일 "라건아와 이대성을 내주고 전주 KCC의 리온 윌리엄스, 박지훈, 김국찬, 김세창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현대모비스는 불과 6개월 여 만에 '우승의 주역' 라건아와 이대성을 떠나보내게 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트레이드다. 현대모비스는 바로 직전 시즌 통합우승팀이다. 현재 6승7패로 6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언제든 도약할 만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시즌이 1/4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극단적인 리빌딩을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물론 미국프로농구(NBA)나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우승권에서 멀어진 팀들이 유망주 수집을 위해 간판 스타를 트레이드하고 그 대가로 드래프트픽이나 유망주를 받는 '탱킹'이 매년 벌어진다.

다만 국내 리그에서는 탱킹을 시도하는 팀들이 그리 많지 않다. 미국과 달리 판이 좁아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간판 스타들과 트레이드할 만한 대형 유망주들이 적고, 유망주들의 성공 확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KBL에서는 탱킹을 시도하더라도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멀어진 팀들이 다음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더 높은 픽을 얻기 위해 시도하는 수준이었다.

현대모비스가 받아온 선수들의 면면을 봐도 이대성, 라건아와 견주기에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리온 윌리엄스는 평범한 수준의 외국인 선수며, 박지훈은 1989년생으로 이제는 유망주라고 할 수 없다. 김국찬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 김세창은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8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해 무난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지명 순위부터 알 수 있듯 특급 유망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현대모비스가 이번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은 그만큼 새로운 피의 수혈이 절실했다고 뜻이다. 지난 몇 년간 늘 상위권에 있었던 현대모비스는 수준급 신인을 선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베테랑들의 경험으로 견뎌왔지만, 이제는 한계가 찾아왔다. 2년, 3년 뒤를 책임져 줄 선수들이 필요했다. 현대모비스가 KCC로부터 영입한 박지훈, 김국찬, 김세창에게 얼마나 큰 잠재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이들이 KCC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맞다.

이대성과 라건아를 보유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다는 점도 트레이드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만약 이대성과 라건아가 2, 3년 뒤에도 현대모비스에 남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현대모비스는 이들을 트레이드하기보다 리빌딩의 중심으로 삼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성은 올 시즌 후, 라건아는 다음 시즌 후 FA가 된다. 1, 2년 내 우승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면 아무 대가 없이 FA로 풀어주느니, 빨리 트레이드를 해 유망주들이라도 얻는 것이 팀에는 더 도움이 될수 있다.

현대모비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트레이드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트레이드의 가장 큰 수혜자는 KCC가 됐다. 이정현, 이대성, 송교창 등 국가대표 토종 라인업에 귀화 선수 라건아, 찰스 로드까지 합류했다. 지난 시즌 '모벤저스' 못지않은 초호화 라인업이다. 반대로 서울 SK, 인천 전자랜드, 원주 DB 등 이번 시즌 대권을 꿈꿨던 팀들에게는 KCC의 전력 보강을 보며 속이 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즌 초반부터 벌어진 대형 트레이드가 2019-2020 프로농구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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