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박병호가 국가대표 4번 타자의 위용을 되찾았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8일 오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예선 C조 서울 라운드 쿠바와의 3차전에서 7-0으로 승리했다.

이미 경기 전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었던 한국은, 서울 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조 1위로 슈퍼라운드에 올랐다.

투타 모두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친 가운데, 가장 큰 소득은 박병호의 부활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박병호는 쿠바전에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그동안 승리를 하면서도 타선의 파괴력 부족으로 고민했던 한국은 박병호의 부활 덕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사실 박병호의 부진은 예상 밖이었다. 박병호는 포스트시즌 당시만 해도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까지 이끌었다.

그러나 가을무대에서 너무 많은 힘을 쏟았을까. 김경문호에 합류한 박병호는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푸에르토리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프리미어 12에 돌입한 이후에도 호주전에서 5타수 무안타, 캐나다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이날 경기도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1회말 1사 1,2루 찬스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지만 1루수 파울플라이에 그치며 해결사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행히 박병호는 쿠바전 두 번째 타석에서 무안타의 사슬을 끊었다. 박병호는 2-0으로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두 번째 타석에 등장해 쿠바의 두 번째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번 대회 11번째 타석 만에 나온 안타였다.

타격감을 찾은 박병호는 2-0으로 앞선 5회말 해결사로 나섰다. 김하성의 볼넷과 이정후의 몸에 맞는 공으로 만든 1사 1,2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 쿠바의 두 번째 투수 야리엘 로드리게스를 상대로 중전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대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하고 타점까지 신고한 순간이었다.

박병호는 6회말 다시 한 번 타석에 들어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아쉽게 담장을 넘기지 못해 첫 홈런 신고는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그동안 김재환을 제외한 중심 타선의 부진으로 고민했던 김경문호에게 박병호의 부활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슈퍼라운드에서는 보다 강한 상대들과 만나는 만큼, 확실한 해결사의 존재는 팀에 큰 힘이 된다.

정교함을 되찾은 박병호가 파워까지 재장착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국은 이번 대회 3경기에서 15점을 뽑으며 수준급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박병호의 홈런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타선은 그야말로 완전체가 될 수 있다.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쏜 박병호가 슈퍼라운드에서는 대형 홈런으로 완전한 부활을 선언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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