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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로 완성된 이야기 ‘신의 한 수: 귀수편’ [무비뷰]
작성 : 2019년 11월 07일(목) 09:25

신의 한 수 귀수편 / 사진=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공식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신의 한 수' 속 찰나지만 관객들의 뇌리에 박혔던 한 장면이 있다. 극 중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태석(정우성)에게 "한 수 두겠습니까"라는 쪽지가 전달되고 벽을 상대로 태석은 이름 모를 한 남자와 바둑 수십 판을 둔다. 이름을 물어도 답하지 않던 의문의 남자.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이 무명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고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간다.

전편 '신의 한 수'의 인기를 이어갈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권상우)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 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내기 바둑이라는 소재를 이어가면서도 범죄 액션이라는 큰 틀을 놓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작품의 설정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귀수편'은 비극적인 가족사에서 출발해 원초적이면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복수로 끝난다. 그야말로 '액션 판타지'다. 상처 많은 소년이 굴곡을 견디고 귀수가 된 과정을 화려하고 세련되게 완성시켰다.

먼저 그동안 줄곧 가볍고 코믹스러운 액션을 선보였던 권상우가 정통 액션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이 크다. 현실적인 공간에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으로 악인들과 대립하는 귀수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또한 전작보다 한 층 더 세련된 연출 기법이 스피디한 전개와 만나면서 '신의 한 수' 만의 관전포인트가 된다.

이는 극 중 대역 없이 모든 액션 씬을 소화한 권상우라는 배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지점. 충무로에서 권상우 만큼 맨 몸 액션에 탁월한 배우가 있을까. 작품을 위해 음식뿐만 아니라 물까지 끊었다던 권상우의 열정이 극 모든 장면에서 느껴지기도. 또 많은 대사 없이 서정적인 눈빛으로 연기하는 권상우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 때때로 독기에 이글거리고, 때로는 상처 받은 눈망울로 극을 이끌어가는 권상우는 충무로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스스로 입증한다.

신의 한 수 귀수편 / 사진=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영화적 쾌감은 곳곳에서 솟구친다. 특히 귀수와 갈고리눈 일행이 맞붙는 이른바 화장실 격투 장면은 명암 대비를 선명하게 사용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플래시를 이용해 암전 상태를 오가는 가운데 싸우는 두 사람의 실루엣은 리건 감독 만의 독창적 색깔이 한껏 두드러진다.

그간 여러 단편 영화를 연출해 온 리건 감독은 그의 스토리적 기법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한 인물의 서사를 에피소드별로 촘촘하게 묶어냈다. 특히 캐릭터마다 각각의 대국 스타일, 대국 장소, 내기 도구의 다양화 등 각기 다른 개성을 통해 관객들은 이야기 속으로 더욱 더 빠져들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한 수를 놓치지 않는 바둑을 액션으로 승화시켰다. 극 중 귀수의 모든 액션은 상대방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 격렬한 내기 바둑의 세계를 고스란히 액션으로 담아내며 명장면을 완성시킨다. 권상우의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환호성을 지를 법 하다.

액션과 더불어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 역시 작품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만나 시너지 효과를 자아낸다. 세상을 향한 마지막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 귀수의 서사부터 특유의 화법으로 극의 숨 쉬는 창구 역할을 맡은 똥선생(김희원), 귀수의 스승이자 아버지 허일도(김성균), 영화 속 입체적인 악인 부산잡초(허성태)까지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관객들이 주목할 만한 인물들은 이들만이 아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외톨이(우도환)과 악인의 역사를 새로이 쓸 법한 장성무당(원현준)까지 전에 없던 신선한 악인 캐릭터들의 행렬이 줄를 잇는다.

작품은 전세계 최초 바둑을 소재로 한 오락 액션 영화를 표방한다. 바둑판을 외워 수를 두는 맹기 바둑부터 정해진 시간 내에 수를 둬야 하는 초속기 바둑, 하나의 돌로만 대국을 펼치는 일색 바둑, 1대 다수의 대국을 펼치는 다면기 바둑 등 전편보다 더욱 다채로워진 대국 스타일을 자랑하지만 바둑을 잘 알지 못하는 관객들이 보기에 불편함이 없다.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던 전작의 우악스러움은 한층 더 간결해졌고 정제됐다. 시리즈의 명성을 새롭게 쓸 '신의 한 수: 귀수편'는 7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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