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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태,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07일(목) 09:00

신의 한 수 귀수편 허성태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긴 무명 배우 시절, 얼굴 모르는 이가 던진 독설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연기 인생을 전환시킨 배우가 있다. 바로 허성태의 이야기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권상우)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 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범죄액션 영화. 허성태는 극 중 이길 때까지 끈질기게 판돈을 걸고 초속기 바둑을 두는 부산잡초 역으로 분했다.

허성태는 여느 배우들보다 특이한 이력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돌연 대기업을 그만두고 35살의 나이에 SBS ‘기적의 오디션’에 도전하면서 배우로 전향한 것. 이후 허성태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하이힐’ ‘해무’, 드라마 ‘무신’ ‘신의 퀴즈3’ ‘돈의 화신’ ‘구가의 서’ 등 단역으로 차근 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윽고 영화 ‘밀정’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허성태는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왓쳐’에서 활약, 최근 개봉한 ‘열두 번째 용의자’까지 열일 행보 중이다. 그런 그가 이제 ‘신의 한 수: 귀수편’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허성태은 ‘신의 한 수: 귀수편’이 더욱 남다르게 남는 작품이라며 출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7~8년 전 리건 감독님을 우연히 뵙고 인사를 하게 됐다. 당시 감독님은 나더러 ‘지금 얼굴과 상태를 봤을 때 배우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때는 단역을 한 달에 2~3개 하면서 엄청 힘든 시기였다. 정해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억장이 무너졌다. 상처를 받고 집에 가면서 사무실 계단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하지만 그때 오기가 올라서 스스로 관리를 시작했다. 운동도 하고 나름대로 관리를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무명생활에 날아든 독설, 자칫 큰 상처를 입고 극복하지 못할 법도 한데 허성태는 상처를 기회로 승화시키기에 성공했다. 이에 그는 “어떤 감독님이 ‘신의 한 수 2’를 찍는데 저를 보고 싶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갔다. 그때 리건 감독님이 나오더라. 그래서 그때 ‘과거의 자극이 고마웠다. 덕분에 독한 마음을 품고 했다’고 말씀 드렸다. 알고 보니 리건 감독님이 ‘크로스’ 등 제 활동들을 이미 보고 ‘그때 그 배우구나’면서 유심히 보고 계셨더라. 그 때 그 독설이 없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후 리건 감독은 망설임 없이 허성태를 부산 잡초 역에 캐스팅했다. 이를 두고 허성태는 “부산 잡초는 그런 독기가 필요한 역할이었다. 이에 리건 감독님은 집착 아닌 집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말이 안 되는 신기한 인연이다. 나 때문에 그 캐릭터를 만든 것도 아닌데 나를 캐스팅해줬다. 감독님이 캐스팅을 할 때 모든 배우들의 살아온 과거를 보더라. 그런 만큼 배우들도 더 열심히 연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긴 무명 생활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프로필 들고 무작정 돌아다녔지만 일이 들어오지 않았다. 완구 포장 알바와 야간 방범 아르바이트도 하곤 했다”면서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을 이기적인 선택이라 표현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힘들어 죽겠다고 생각은 해도 어머니가 계신 부산으로 못 돌아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주변 가족들에게 이기적이게 군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힘든 시간을 견딘 후 만난 작품이기 때문일까. 허성태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모든 사활을 걸었고 극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특히 귀수와 대립하는 기찻길 위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해당 바둑을 두는 장면은 두 배우가 모든 수를 외워서 임했다는 비하인드가 함께 전해졌다. 또 똥선생(김희원)과의 남다른 코믹 호흡 역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숨을 쉴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허성태는 ‘신의 한 수: 귀수편’의 첫 인상에 대해 “시나리오가 참 슬펐다. 왜 귀수가 이렇게까지 행동해야 하는 이유들이 와닿았다. 배우였기 때문에 그의 결말이 참 인상 깊었다. 또 잡초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악인들의 이야기고 허세가 가득하면서도 다혈질의 인물”이라면서 “악역은 맞지만 그렇게 심한 악인은 아니다. 감독님의 부탁으로 내가 대사 워딩을 많이 써갔다. 내가 바라봤을 때 부산잡초는 모든 것을 도박에 걸 수 있는 인물이다. 캐릭터를 재밌게 만들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에 허성태는 명장면으로 꼽히는 기찻길 장면을 두고 “그 장면이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다. 다리 위를 와이어를 달고 7번을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다. 육교도 무서워 한다. 결국 3번 정도 구토를 했다”면서 “원래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곤 한다. 기찻길에서 대본에 없던 대사들을 많이 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회상했다.

이어 작품을 두고 “관객들이 흥미진진한 한 편의 만화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바둑판 안에 인생이 있다고 하는데 만화적 요소도 많고 거기서 오는 통쾌함이 있기 때문에 한 편의 잘 짜인 영화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덧붙였다.

신의 한 수 귀수편 / 사진=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그런가 하면 무명 생활과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의 허성태. 끊임없이 주조연을 넘나들며 작품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이처럼 변화된 삶에 대해 그는 어떤 심정일까. 허성태는 “가장 먼저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더라”면서 “어머니가 아직도 부산 시장에서 이불 장사를 하시는데 주변 분들에게 자랑을 하신다. 다만 가게에 내 싸인은 없다. 어머님이 너무 기뻐하실 때마다 오히려 제가 침착하라고 한다. 그저 ‘천만다행’인 셈”이라며 제법 겸손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허성태는 처음 오디션 프로그램에 합격된 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합격 발표를 두고 스스로의 재능을 엿봤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성태는 “합격을 듣자마자 회사를 가서 덜컥 사표를 냈다. 연기를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연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아내 덕이다. 아내는 내 ‘신의 한 수’다. 아내와 결혼을 안 했으면 연기를 못했을 것이다. 사실 부인이 걱정을 많이 하며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 성격 덕분일까. 내게 ‘그냥 해보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이처럼 허성태는 ‘밀정’ 이후 꾸준히 한 계단 씩 발돋움하며 지금의 위치에 다다랐다. 인터뷰 말미 초심을 잃고 싶지 않다는 목표를 드러낸 그는 “내가 단역부터 주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끈기’ 덕분이다. 사실 주연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다. 지금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만 연기했으면 좋겠다. 죽을 때까지 배우로 살고 싶다”고 단순하지만 너무나 선명한 미래를 그렸다.

이처럼 허성태는 그의 힘들었던 과거까지도 자양분 삼아 앞으로 도약하는 중이다. 그는 한 템포 쉬어갈 여유가 없었다. 지금처럼 연기하고 싶다는 허성태의 말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열일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욕심이 엿보이기도 했다. 물 흐르듯 작품을 만나고 또 늘 그래왔듯 연기자로 활약할 허성태를 응원하는 까닭이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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