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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캐릭터에 색을 입히는 배우 [인터뷰]
작성 : 2019년 11월 10일(일) 10:00

신의 한 수 귀수편 김희원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김희원은 캐릭터에게 목소리를 건네는 배우다. 목소리 위에 의미를 얹고 고유한 색채로 입혀낸다. 호흡과 울림, 감정 등으로 작가가 그려낸 인물 그 이상의 것을 완성시키고야 만다. 김희원의 새 작품 ‘신의 한 수: 귀수편’이 주목을 받는 까닭이다.

‘신의 한 수: 귀수 편’은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귀수(권상우)가 냉혹한 내기 바둑판의 세계에서 귀신 같은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치는 영화다. 작품은 내기 바둑이라는 색다른 소재로 2014년 개봉해 356만 관객을 동원하며 호평을 받았던 정우성 주연의 '신의 한 수'의 15년 전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다.

김희원은 극 중 성인이 된 귀수와 함께 할 동료 바둑 브로커 ‘똥선생’ 역할을 맡았다. 똥선생은 실력보다는 입으로, 한 발 앞선 정보력으로 버텨온 관전바둑의 대가다. 실력은 부족해도 특유의 넉살을 내세우며 귀수와 함께 바둑의 고수를 찾아다닌다.

스크린,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선보였던 김희원은 이번 작품에서 ‘숨통을 트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특유의 툭툭 내뱉는 화법과 적재적소에서 유려한 애드리브를 구사하며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먼저 김희원은 작품을 본 소감에 대해 “항상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다. 항상 배우로써 느끼는 마음이다. 자기 연기에 만족하기 힘들다. 감독님에게도 이야기했지만 과장되지 않으면서 심심하지 않는 수위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었다. 물론 아직도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연기했지만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할 것이다. 제가 할 일은 끝났다. 조금 어색하더라도 좋게 바라시길 바랄 뿐”이라며 겸손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김희원은 ‘신의 한 수 : 귀수편’을 두고 하기 싫었노라며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처음 대본에서 똥선생은 이른바 감초 역할에 불과했고 가볍고 코믹스러운 대사로 일관했다고. 김희원이 걱정하는 대목은 너무 가벼운 캐릭터의 설정이 그 역시 그런 사람으로 비쳐질까 였다.

이를 본 김희원은 “대본은 재미있었지만 감독님에게 설정이 싫다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진지하게 임해 달라 했다. 막상 촬영에 임하다보니 나마저 진지하게 한다면 마치 ‘배트맨’처럼 무거울 것 같았다. 그간 감초 설정들과 무조건 다르게 하자, 기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웃긴 사람은 하지 말자가 목표였다. 그러다 보니 의문점이 생겼다. 유치한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괜히 닭살이다. 많은 작품들이 끈끈한 브로맨스를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브로맨스’ 있게 사냐. 각자 먹고 살기 바쁘지 않냐”며 캐릭터에 대해 제법 심도 깊은 고민을 밝혔다.

그럼에도 김희원은 작품을 선택했고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듯 캐릭터를 완벽 그 이상으로 소화했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그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갔을까.

“처음에는 가벼운 만화 같은 영화라서 끌렸다. 게임하고 다를 바가 없었다. 만화처럼 화려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에게도 그렇게 말했다. 이것만은 내가 못 하겠다는 장면이 있었다. 제가 볼 때는 시원한 복수극이다. 아주 다큐멘터리처럼 갈 수 없다. 어차피 가볍게 즐기는 영화다. 너무 과격하게, 폭력적으로 가지 말자는 소신이 있었다. 영화 ‘300’을 아무도 징그럽게 생각하지 않듯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현실성 없는 만화처럼 보셨으면 한다.”

김희원 신의 한 수 귀수편 / 사진=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 스틸컷


김희원은 작품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를 두고 배우 유선과의 멜로를 꼽기도 했다. 그는 “러브라인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뻔한 감초 역할을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는데 멜로가 있다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멜로가 너무 분량이 적어서 아주 많이 아쉽다. 심지어 많이 덜어냈다. 키스신이 있었지만 없어졌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캐릭터의 전사는 멜로가 맞다. 귀수의 복수극은 사실 상관없다”면서 소탈하게 웃어보였다.

사실 김희원은 2015년 개봉한 영화 ‘뷰티인사이드’를 통해 로맨스에 도전한 바 있다. 당시 과격하면서도 마초적인 이미지였던 김희원은 극 중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모습을 짧고 굵게 담아내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날 역시 김희원은 멜로 장르에 대한 욕심을 슬쩍 드러냈다. 거듭 멜로 연기에 자신이 있다고 강조한 그는 “‘거품 키스’ 같은 가짜 멜로 말고 현실적인 진짜 멜로를 하고 싶다. 요즘은 현실에서 사랑이 아름답지 않은 경우가 많다. 사랑에 대한 희망을 주고 싶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라 말했다.

이어 김희원은 자신 만의 작품관을 뚜렷하게 제시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영화는 반드시 신파와 유치함을 겸비해야 한다고. 다만 앞서의 감정들이 지나치게 투영되면 관객들은 결국 영화에 이입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그래서 김희원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지만 확고했다.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그런 지점에서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시원한 매력으로 관객들을 기쁘게 만들 준비가 됐다.

지난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데뷔한 김희원은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연기력을 드러냈고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영화 ‘아저씨’를 만났다. 당시 투박하면서도 압도적인 포스의 악당 만석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뇌리에 김희원이라는 이름을 단단히 새겼다.

이에 김희원은“제가 표현하는 악역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악역들은 진짜 인간적으로 보이는 것이 좋다. ‘아저씨’에서도 그랬다. 더욱 인간적으로 보일 때 가장 무섭게 보이지 않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김희원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하다. ‘미생’ ‘송곳’ 등 사회를 담은 장르부터 코미디부터 액션까지 어느덧 다작의 아이콘이 됐다. 폭 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도전해온 김희원은 매 작품마다 어느 하나도 쉽게 스쳐가지 않는다. 평범하리만큼 익숙한 감초 역할도 그를 만나면 하나의 생동감 넘치는 인물로 완성된다.

이번 ‘신의 한 수: 귀수편’ 역시 마찬가지다. 본명 없이 똥선생이라는 별칭으로만 남을 뻔 한 인물에 김희원은 숨을 불어넣었고 이제 채색을 마쳤다. 김희원의 ‘신의 한수 : 귀수편’은 7일 개봉한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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