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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옆 일제 로고, 국민들은 받아들일까 [ST스페셜]
작성 : 2019년 10월 31일(목) 06:00

2015년 프리미어12 한일전 당시 박병호 / 사진=Gettyimages 제공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김호진 기자]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가 오는 11월 막을 올린다. 이번 대회에는 오는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도 걸려 있어, 한국은 2연속 우승과 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역시 한일전 성사 여부다. 한국은 4년 전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적지에서 거둔 승리였기에 더욱 통쾌했다. 최근 한일 관계를 고려할 때, 이번 대회에서 한일전이 성사된다면 4년 전보다 더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꺼림직한 부분이 있다.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아닌 유니폼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제출받은 '회원종목단체별 대표팀 유니폼 업체 선정결과'에 따르면, 야구대표팀은 일본 브랜드 데상트의 유니폼을 입는다.

글로벌 시대에 특정국가 기업의 유니폼을 사용한다는 것이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야구 대표팀은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 한일전에서도 데상트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거뒀다. 문제는 지금의 한일관계가 일반적이지 않고 특수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사,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뒤 지금까지도 이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가해자인 일본이 피해자인 한국에 도리어 경제보복을 가하는 것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한일 간의 갈등이 커지면서 한국에서도 민간으로부터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시작됐다. 이러한 상황이니 국가대표팀이 일본 기업 유니폼을 입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난감한 것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야구 대표팀이 후원 공백 상태에 있었을 때 손을 내밀었던 파트너가 데상트다. 지난 2018년 계약을 연장해 2021년까지 계약이 남아 있다. 또한 2018년 계약 연장 당시에는 소프트볼 대표팀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만약 데상트와의 계약을 일방 파기한다면 당장 야구 대표팀의 후원사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는 "계약 당시에는 사회 분위기가 지금과 달랐다. 국가대표에 제공되는 피복, 장비가 개인 당 40가지 이상인데 토탈 패키지로 제공해주는 회사가 거의 없다. 계약 당시 국내 브랜드는 그런 것을 제공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계약을 파기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약기간을 준수하되, 그 이후에라도 더 좋은 조건의 의류, 장비를 제공해줄 수 있는 회사가 있으면 열린 자세로 새로운 협상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정서에 대한 질문에 "앞서 부산에서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그때 일본 대표팀도 왔지만, 우리 국민들은 야유 없이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물론 언론이나 팬들로부터 지적 받은 바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계약 관계를 깰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이 계약을 깰 경우 법률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큰 논란과 문제가 된다면 그때 가서 면밀히 검토하겠다. 현재 상황에서는 검토한 바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의 대표이자, 국민의 대표다. 프로팀이라면 경제적인 문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국가대표팀 만큼은 그보다 더 큰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데상트 유니폼을 주문 제작해 입었던 바둑 국가대표팀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국내 브랜드의 유니폼을 후원받아 사용하고 있다. 한국기원은 "일본 불매 운동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일본 제품을 입고 국제대회에 나갈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야구 대표팀은 올해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 이후에도, 2020년 도쿄 올림픽, 2021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굵직한 국제 대회를 앞두고 있다. 한일 관계가 개선된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정세가 이어질 경우 야구 대표팀 유니폼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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