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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내나'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성장담 [무비뷰]
작성 : 2019년 10월 30일(수) 15:02

영화 니나 내나 리뷰 / 사진=영화 니나내나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가족이 있다.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특별한 순간과 이야기가 있다. 이를 담담하게 담아낸 영화 '니나 내나'는 소소하지만 작은 충만감을 주는 가족 성장담이다.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 한 장이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이야기 '니나 내나'(감독 이동은·제작 명필름). 식물인간이 된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 '환절기', 죽은 남편의 16세 아들을 맡게 된 아내의 이야기 '당신의 부탁'에 이은 이동은 감독의 가족 3부작이다.

앞서 혈연관계가 아닌 가족의 관계를 그리며 가족의 확장성을 다룬 감독은, 이번엔 혈연으로 묶인 삼 남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달라도 너무 다른 삼 남매다.

홀로 중학생 외동딸을 키우며 사는 장녀 미정은 어린 시절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상처와 원망을 지닌 채 산다. 동생들에 엄마 같은 누나로 살아왔고 가족을 끔찍이 여기며 가족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성격이다. 오죽하면 가족을 위해 신내림이라도 받고자 하는 인물.

반면 그런 누나를 질색하는 막내이자 SF 작가 재윤은 예민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제 삶에 시시콜콜 참견하는 누나 미정과 자주 부딪히고 가족들에 무언가 숨기는 듯 거리감을 둔다.

두 사람 가운데서 중심을 잡는 인물이 둘째 경환이다. 사려 깊고 차분한 성격으로 가족을 잘 챙기는 실질적인 장남이다.

세 사람은 엄마의 행방을 찾아 길을 떠난다. 로드무비 형태로 진행되는 흐름에서 이들의 여정은 그리 특별할 게 없다. 대신 공간의 역할과 의미가 크다. 이들 남매에게 아픔으로 남은 스키장,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칼국수 집, 장례식장에 이어 금강휴게소까지 진주에서 파주를 거슬렀다 돌아오는 여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족이라서 당연하지만, 다시 가족이어서 어렵고 힘든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프고 힘들어도 내색 않는 철부지 첫째의 속내, 가족들에게 숨겨야만 했던 진짜 자신을 꺼내 보이며 감정을 드러내는 막내, 그리고 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제 중심을 잡는 둘째까지. 평범한 가족의 특별한 하루 속에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각각의 성장을 이루는 모습이 담긴다.

특히 가족을 향한 복합된 감정이 묘하게 작용된다. 밉고 원망스럽고 질릴 때도 있는 애증에 가까운 감정의 널뛰기가 쉼 없이 반복되지만,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고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토록 원망했던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 미정, 가족들에게 받아들여진 자신의 진실에 내색은 안 해도 안도와 고마움을 느끼는 재윤, 더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고자 노력하는 경환의 모습 등은 일상과 맞닿은 변화다. 그렇기에 이들 삼 남매의 평범하지만 소중한 성장담이 따스한 충만감을 전한다.

영화 니나 내나 리뷰 / 사진=영화 니나내나 포스터


꾸준히 가족의 의미를 그려온 감독의 한결같은 기조는 이번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이들의 일상을 침범하는 일련의 사건들을 부여한 뒤 이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는 식이다. 이를 통해 보편적인 시선을 비틀고 가족의 의미를 확장시키거나 되새기는 감독이다. 다만 '니나 내나'는 좀 더 시끌벅적하고 잔잔한 유머가 깃들여진 점이 포인트다.

무엇보다 전작에선 지난 상처를 바라보고 보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면, 이번엔 가족 3부작의 마지막 챕터답게 힘든 과거를 딛고 다시 한걸음 내디뎌 오늘을 사는 가족의 모습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이들 모두에게 아픔이 있는 공간을 다시 찾아 완성한 영화의 아름다운 엔딩 신은 더욱 따뜻하고 뭉클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는 아픔을 지닌 가족들이 그 상처 위에 좋은 기억을 덧대고, 언제나 이를 기억하며 건강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디테일한 현실 삼 남매를 완성한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의 연기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이들의 리얼하고 섬세한 호흡이 돋보이는 영화다. 10월 30일 개봉.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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