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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 운명처럼 만난 두산서 화려한 피날레 [ST스페셜]
작성 : 2019년 10월 29일(화) 10:40

배영수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두산 베어스)가 정들었던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두산 관계자는 29일 스포츠투데이에 "배영수 선수가 김태형 감독님께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배영수 선수가 코치를 할지 연수를 갈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조만간 구단이 배영수 선수를 만나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1년 5월4일생인 배영수는 경북고를 졸업한 뒤 2000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150km가 넘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스플리터 등을 주무기로 앞세워 2001년 13승(8패) 평균자책점 3.77의 성적을 올렸다. 이어 2004년 17승(2패)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특히 그해에 10월 열린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10이닝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지만, 비공식 기록으로 남았다. 당시 연장 12회까지 두 팀이 점수를 내지 못해 0-0으로 끝났지만 KBO 리그 역사상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과 2005-2006년에 이어 2011년부터 20014년까지 총 7번의 우승을 거두며 삼성의 왕조를 이룩할 당시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푸른 피의 에이스'로 우뚝 선 배영수는 부상이라는 시련이 다가오고 있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배영수는 2006년 3월 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에서 스즈키 이치로의 엉덩이에 공을 던저 '배열사'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팔꿈치 부상임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한 그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2경기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했다.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의 팔은 예전과 같지 않았다. 2008년에 복귀한 그는 더 이상 강속구 투수가 아니었다. 시속 150km를 넘나들었던 패스트볼은 10km 이상 줄어 예전의 위력을 찾지 못했다. 현실을 받아들인 배영수는 광속구 피처가 아닌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는 현실이라는 큰 벽과 마주했다. 2009년 1승(12패) 평균자책점 7.26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냈다. 그럼에도 배영수는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부상 복귀 이후 4년 만에 12승(8패)을 거두며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고, 다음 해인 2013년에는 14승(4패)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며 완벽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4시즌 후 두 번째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배영수는 삼성의 '원클럽맨'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삼성으로부터 계약을 제시 받지 못했고, 결국 팀을 떠나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게 됐다.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배영수는 점차 은퇴를 고려할 시기가 찾아오고 있었다.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2018시즌 후 한화 은퇴 제의를 받았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팀을 떠났고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배영수는 올 시즌 구원으로만 등판해 37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4.57의 성적을 거뒀다.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지만 후배들을 이끌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 배영수는 떠나는 모습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배영수는 지난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에 11-9로 앞선 연장 10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깜짝 등판했다.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 허용 방문 횟수(2회)를 넘어 어쩔 수 없이 투수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영수를 선택했다.

운명처럼 이끌리듯 마운드에 서게 된 배영수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제리 샌즈를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더불어 개인 통산 11번째 맞는 한국시리즈에서 25경기 출장의 신기록을 세웠고, KBO 리그 최고령 세이브 기록도 달성했다.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그였다.

프로 통산 499경기 출장해 2167.2이닝 138승(122패) 1436탈삼진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이닝과 다승 부문은 현역 1위이자 역대 5위에 올랐다.

배영수는 경기 후 "신이 주신 기회였다. 다행히 내가 막아 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룰 수 있는 것을 다 이룬 느낌"이라고 감격을 표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호진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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