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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아 부탁해' 이채영, 소신으로 그린 미래 [인터뷰]
작성 : 2019년 10월 30일(수) 15:44

이채영 / 사진=싸이더스HQ 제공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이채영에게 배우란 작가가 쓴 대본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자신을 지우고 오롯이 역할로만 남는 것. 이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 과거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미래를 꿈꾸는 배우 이채영이다.

이채영의 배우로서 소신은 뚜렷하다. 그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그 안에 온전히 스며들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한다. 이렇게 만난 캐릭터에 자신의 색깔을 불어넣고, 끝내 자신의 존재를 지운다는 설명이다. 그렇기에 이채영은 소위 '막장 드라마'를 선택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이채영은 최근 종영한 KBS1 일일드라마 '여름아 부탁해'(극본 구지원·연출 성준해)에서 주상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불륜, 유산, 거짓말, 불치병까지 '여름아 부탁해'는 막장 요소로 똘똘 뭉쳐있다. 특히 주상미는 친구의 남자를 뺏는 불륜의 주인공이자 유산의 아픔을 겪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이채영은 작품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채영은 "드라마 하기 전에 이미 시놉시스를 봤다. 불륜 설정이 있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드라마는 주인공인 황금희(이영은)의 서사를 따라간다. 다시 말해 황금희의 희로애락이 그려져야 한다. 상실이 있어야 하고, 거기서 고통을 받고 또 치유를 얻어야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황금희는 한준호(김사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그렇기에 황금희에게 가장 큰 상실은 한준호다. 주상미가 한준호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은 황금희에게 상실을 주는 장치일 뿐"이라며 "사회적으로는 불륜이 당연히 안 좋지만 작품의 서사에 있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불륜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만약 이런 요소를 부담스러워했다면 어떤 드라마도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본에 나온 대로 충실히 연기하는 게 내 몫이다. 배우 스스로 어떤 스토리를 만들고 이렇게 하겠다 저렇게 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는 작가의 몫이고, 나는 그냥 광대일 뿐이다. 보는 분들이 재밌어할 텍스트를 입고 최대한 진짜처럼 몰입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역할"이라며 "드라마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는다. 우리의 일상이다. 다들 살면서 한 번쯤 겪거나 주변에서 본 일이다. 단지 3개월~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담다 보니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다.

희로애락을 전달하는 게 배우의 1차 목표라면, 2차 목표는 보는 사람의 즐거움이라고 이채영은 정의내렸다. 그는 "발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작년에는 이랬는데, 올해는 또 다른 연기를 하네'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한마디로 호기심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계속해서 나에게 호기심을 가져서 '이걸 못 할 줄 알았는데, 이걸 이렇게 연기하네' 싶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채영은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익히 아는 조커라는 캐릭터는 어떤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걸 관심 있게 보는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채영은 그런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다.

이채영 / 사진=싸이더스HQ 제공


이채영의 발전은 끊임없는 공부에서 온다. 그는 "혼자 발버둥 치면서 캐릭터를 공부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며 "마인드 맵을 통해 캐릭터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꽤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은 2014년 방송된 드라마 '뻐꾸기 둥지'부터 빛을 발했다고 자평했다. 이채영은 "'뻐꾸기 둥지'에서는 피해 의식에 휩싸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사회에 치이고 불우한 가정사로 인해 고통받았는지 연구했다. 우울함을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하녀들'에서는 성공 욕구가 있는 기생을 연기하기 위해 똑똑한 사람들의 '밀당'에 대해 생각했다. '군주'에서는 선역인지 악역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기생 매창 역을 맡았다. '하녀들'과 같은 기생이었지만 나라를 세운다는 업적을 지닌 만큼 좀 더 비장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는 현실적인 30대 연기를 했다. 돈은 없지만 옷은 사야 되고, 상처받는데 아닌 척해야 하난 전형적인 우리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처럼 이채영은 매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판단은 시청자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달리기를 좋아해서 열심히 연습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서는 1등을 못 할 수도 있지 않냐. 역할을 맡을 때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보시는 분들은 안 와닿을 수도 있다. 판단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무르익어서 '찰떡'같이 연기한다면 그렇게 봐 주시지 않을까"라고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번 작품을 할 때는 좋은 평을 받은 것 같다. 댓글에 이채영이라는 이름 대신 주상미라는 이름으로 도배됐다. 악플도 이채영으로 달리는 게 아니라 주상미로 달리더라. 나를 지우고 캐릭터 자체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열심히 달려온 이채영은 이제 미래를 꿈꾼다. 그는 "다음 작품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악역을 연기해보고 싶다. 그동안 악역을 많이 했지만 가족 드라마에서 한지라 한계가 있었다. 정말 늦은 밤 시간대 하는 악역을 하고 싶다. 정말 소름 끼치게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라며 "선역을 한다면 정말 웃긴 역할을 해보고 싶다. '어머 저렇게 웃긴 게 이채영이래'라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이채영은 로맨스를 꿈꾼다. 그는 "생각해 보니 로맨스를 한 적이 거의 없다. 정말 현실적은 로맨스, 사람들의 마음을 후벼팔 수 있는 로맨스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채영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논했다. 과거의 노력으로 현재가 있을 수 있었고, 나아가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이채영이 멀지 않은 미래, '찰떡' 캐릭터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아오길 바란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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