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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내나' 이가섭, 고요한 듯 강렬하다 [인터뷰]
작성 : 2019년 10월 29일(화) 09:03

영화 니나 내나 이가섭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다. 고요한 듯 강렬하다. 그 삶에 내재된 여러 이야기를 엿보고 싶은 묘한 끌림이 있다. 배우 이가섭이다.

이가섭의 작품엔 의외로 연계성이 있다. '양치기들'에서 누명을 쓰고 살인사건 용의자가 된 인물을 연기한 그의 선악이 모호한 얼굴은 '폭력의 씨앗' 속 주용이 됐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에서 폭력의 굴레에 갇혀버린 주용의 모습은 다시 이동은 감독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니나 내나' 속 삼남매 중 막내 재윤이 된 이가섭이다. 단 몇 작품만으로도 충무로를 들썩이는 존재감을 떨치고, 실제 작품 활동도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가섭은 들뜨는 법 없이 "너무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차분한 소감을 전했다.

이동은 감독의 전작 '환절기' '당신의 부탁'을 모두 봤던 그였고, 항간엔 감독의 가족 3부작이라고도 일컫는 이번 작품에 함께 하게 돼 의미도 컸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결과는 다른 가족 이야기라 좋았단 이가섭이다.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그는 영화가 담아낸 가족의 모습에 특히 공감했다. 고향이 부산이고 저 역시도 서울에서 혼자 산 지 10년 차가 되어간다. 그는 "가족 서사에 치중이 많이 돼 있었고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사람 사는 얘기가 다 비슷하고 똑같지 않나. 그래서 뭔가 더 하려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가섭이 맡은 재윤은 삼 남매의 막내이자 SF작가로 진주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부산에 살고 있다. 성격은 예민하고 차갑다. 자신의 삶에 시시콜콜 참견하는 누나와 자주 부딪히고 무언가를 숨기는 듯 가족들과 거리감을 두는 인물이다. 이가섭은 "제게 주어진 설정들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나오는 호흡들을 신경 썼다. 다 선배님들이 도와주신 것"이라고 겸손했다.

영화 니나 내나 이가섭 인터뷰 / 사진=스틸


하지만 그는 까칠한 듯해도 섬세하고, 퉁명스럽지만 다정한 막내의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이를테면 담배를 태우다 중학생 조카가 걸어오자 황급히 끄는 신만 봐도 그렇다. 이는 대본에도 없던 즉흥적 연기란다. 이가섭은 "그 친구가 걸어오는데 그냥 끄고 싶었다. 보여주면 안 될 것 같더라. 실제로 그 친구가 중3이기도 했고, 그 장면 보면 참 어정쩡하고 어색하게 끈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런 재윤의 모습에는 표현은 못해도 조카를 향한 애정과 배려가 절로 묻어났다. 그는 "재윤은 표현하는데 서툰 친구다. 하지만 저는 재윤이가 가족을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또 형이나 누나보단 조카에게 좀 더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누나 손에 이끌려 바이킹을 탈 때 손을 드는 신도 배우가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이라니 흥미롭다. 이 또한 퉁명하고 시큰둥한 표정이지만, 손을 드는 행위만으로도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준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과 이로 인해 소속감과 안정감을 찾은 재윤의 심리를 드러냈기 때문. 괜히 충무로를 사로잡은 배우가 아니다. 이처럼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연기를 하는 이가섭이다. "바이킹 탈 땐 너무 무서웠다. 바이킹 빼고 놀이기구는 다 잘 탄다"고 덧붙이는 모습은 퍽 귀엽다.

제 고향인 부산 사투리로 연기한 것도 재밌었단다. 특히 삼남매로 함께 호흡을 맞춘 장혜진, 태인호 배우들도 동향인 데다 사투리로 얘기한 탓에 자동적으로 사투리가 나왔고, 촬영에 돌입해도 현장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었단다. 그는 "제가 원래 조금은 내성적인 것 같기도 한데 선배님들을 만나면 애교를 부리고 있더라"고 웃어 보이며 "선배님들이 너무 잘 받아주셨고, 그래서 더 편하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같은 현장 분위기는 실제 리얼한 삼남매의 호흡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이들 삼남매는 원망했던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성장한다. 이가섭은 그런 따스한 온도가 좋았다며 "서로가 서로를 받아주고 보듬었던 느낌이었다. 시나리오에도 좋은 대사가 많았다. 대사 속에 함축된 의미가 아니라 대사 자체로 좋았다. 서로한테 미안하다, 고맙다 얘기할 수 있었던 게 좋더라"고 했다. '니나 내나'라는 제목부터 의미를 솔직하게 전달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며. 그는 가족을 떠올릴 땐 "그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되게 많이 든다"며 "소중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부모님께도 '가족이란 뭘까' 물어보고 싶어 지는 영화"라고 했다.

그는 "가족들이 늘 묵묵히 응원해주신다. '잘해라' '열심히 해라'라는 말보다 같이 영화를 보고 느껴주시는 게 힘이 많이 된다"고 했다. 최근 영화 채널에서 전작 '도어락'이 많이 방송되는데 그때마다 아들이 나온다며 영화를 보시는 부모님과, 그런 부모님의 옆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는 누나다. 표현이 서툴러 "한 번만 보면 되지. 그걸 계속 보냐"라고 하면서도 속으론 늘 이렇게 응원해주고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단다.

침착하고 차분하면서도 은근히 개구진 면모도 숨어있고, 온화한 온기를 지닌 이가섭이다. 평소의 그의 일상은 카페도 자주 가고 커피 마시며 노트북도 하고, 오늘 뭐 할지 밑줄을 그으며 다이어리를 쓰기도 한단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걷기도 하고, 친한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이런 평범한 일상들도 그에겐 소소하고 즐거운 행복이다. 또 이처럼 사소한 순간들도 그의 삶엔 시시각각 영향을 주고 있다. 이가섭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보다 반 발자국 정도는 살짝 걷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느껴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선배 배우들, 많은 스태프와 감독님들과 함께 하는 순간의 경험들은 늘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고.

그는 자신을 정의하기도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심심한 답변일 수 있어도 그 안에는 그가 느끼는 기쁨과 설렘, 열망과 순수 등 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가섭은 좋은 사람이자 배우이길 꿈꿨다. 눈이 좋은 배우가 되길 희망한단 그의 선한 눈빛은 이미 무수히 많은 우주가 담겨 있었다.

영화 니나 내나 이가섭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영화 니나 내나 이가섭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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