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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내나' 태인호, 마음을 나눈다는 것 [인터뷰]
작성 : 2019년 10월 29일(화) 08:58

영화 니나 내나 태인호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태인호는 마음을 나누고, 마음으로 연기하는 것의 가치를 안다. 그렇기에 그의 연기는 요란하지 않아도 묵직한 진심을 전달한다. 연기의 본질을 아는, 배우 태인호다.

태인호가 가족 영화 '니나 내나'(감독 이동은·제작 명필름) 출연 제안을 받고, "보자마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작품의 정서 때문이다. 평범하고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 가족의 이야기. 이는 제 어린 시절 학교와 극단에서 공연할 때의 감성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게 했다.

엄청난 팬덤을 일으킨 케이블 드라마 '미생'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현재 지상파 드라마 주연까지 꿰찰 만큼 제 영역을 확장시킨 태인호지만, 그 천성은 소탈하기 이를 데 없다. "장르적인 작품보다 좋은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소박한 이야기 속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를 공감하고 애정 하는 타입의 사람이다. 사실 예전의 그는 저가 이렇게 슈트를 입고 딱딱한 연기, 쉽게 말해 검사나 변호사 등의 역할들을 연기할 줄은 몰랐단다.

오랜만에 만난 작지만 큰 감동이 있는 영화의 정서가 태인호를 매료시킨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니나 내나'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 이야기다. 태인호는 삼남매 중 신중하고 차분한 성격의 둘째 경환 역을 맡았다. 만삭 아내, 치매 걸린 아버지, 철부지 누나, 가족과 거리를 두는 예민하고 섬세한 막내 사이에서 실질적인 가장은 경환이다. 경환은 말수도 적고 감정을 크게 내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다정하고 진중하며 책임감 있는 그의 본성이 충분히 엿보이는 건 태인호의 세밀한 연기 덕분이다.

그는 오히려 경환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했다. 누나와 동생 사이에서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만 고민했다. 쓸데없이 행동하다 보면 둘의 분위기를 깰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주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 연기하는 것을 택했다고. 그런 의미에서 삼남매로 등장한 장혜진, 이가섭과의 앙상블은 태인호에게 충만한 행복감을 줬다. 태인호는 "제 연기는 절대 혼자서 나올 수 없었다. 상대의 눈을 보고 대사를 받았을 때 자연스레 튀어나오는 거다. 억지로 연기하면 부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혜진 누나랑 가섭이 모두 상대에게 주는 연기를 했고 그만큼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리얼한 부부 일상을 완성한 아내 역할의 이상희는 특히 칭찬을 꼭 언급해달란다. 그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상희가 잘해줬기 때문에 그런 호흡이 나왔다. 던져주면 제가 받았다. 처음 기술 시사를 보고 상희에게 전화해서 "네가 잘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했더니, "그래, 내가 잘해줬지"라 하더라"며 웃었다. 이처럼 경환은 주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반응을 주기보다 받아야 했고 상대 배우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것이라며 "오랜만에 이런 호흡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났구나 싶었다"는 태인호다.

이렇게 자신을 낮춘 태인호지만, 감독의 얘기는 다르다. 태인호의 캐릭터 해석 능력에 감탄했다. 경환은 크게 감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누나와 동생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춰주는 사람이다. 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물이라 자신이 더 드러나면 안 됐다. 대신 터미널에서 가족들과 잠깐 헤어질 때 쭈그리고 앉았던 누나에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고 "넋 놓고 다니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도 철없는 누나를 보듬고 걱정하는 경환의 성격을 보여주는 신이다. 대본에도 없던 이같은 신을 자연스레 담아낸 태인호라고. 감독은 저조차 생각지 못했던 경환의 감정과 순간들을 이미 태인호는 꿰고 있었더란다.

이에 멋쩍어하면서도 "경환은 묵묵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시나리오에서 보여지지 않지만 뭔가를 많이 노력했을 사람 같았다. 그리고 이 가족을 지키고 싶고 더 이상 가족이 깨지는 걸 바라지 않는 사람 같았다. 이들의 아픔이 들춰질 때 더 예민하고 조심스러워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제 해석을 설명했다. 이미 극 중 경환의 다정하고 깊은 눈빛만으로도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가득했다.

영화 니나 내나 태인호 인터뷰 / 사진=스틸


실제 태인호는 촬영 후 가족에 대한 애착과 소중함을 다시 강하게 느꼈다. 부모님께 살갑게 대하던 두 살 아래 남동생이 결혼 후 분가해서 이젠 자신이 조금씩 동생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며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게 정말 중요하단 걸 다시금 깨달았단다. 특히 그는 "'미생' 전에는 늘 불안했다. 거의 6년 동안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마음이 늘 불안정하고 불안했다. '미생' 후 1~2년간은 정말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좀 여유가 생기고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중요한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잊어선 안 될 것에 집중하게 된다. 받아들일 마음이 생기고 소소한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겠단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음'이다. 얼마나 마음을 나누기 위해 노력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오래전 연기 선생님이 "너와 내가 진짜 마음을 나누지 못했는데 무대에 올라가서 어떻게 관객과 마음을 나눌 수 있겠냐"고 그러더란다. 배우들은 마음을 건네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란 태인호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그는 특히 저는 낯을 심하게 가려 더 힘든 일이란다. 하지만 잘하고 싶고 노력하고 싶다고 제 속을 털어놨다. 참 꾸밈없이 솔직하고, 성실한 사람이구나 싶다. 스스로는 저가 "너무나 무난하고, 너무나 평범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란다. 그러면서도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는 텐션이 올라 제가 봐도 스스로가 '다중이' 같기도 하다고 은근히 웃겼다.

이토록 차분하고 점잖은 그가 연기할 땐 그토록 많고 다양한 감정과 인물들을 소화한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그는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다"고 열망한다. 캐릭터가 해야 할 몫을 분명히 해내고, 진짜처럼 해낼 수 있도록 애쓰고 고민한다. 그는 "저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진짜 연습해야 되는 사람"이라고 계속 저를 낮춘다. 특히 자신은 생각해낼 수 조차 없던 뉘앙스로 연기하는 선배들을 보면 흥분되고 자극이 된단다. 하도 타고난 겸손이기에 셀프 칭찬을 해보랬더니 민망함에 멋쩍어하는 그다. 고민 끝에 "대사나 행동보다는 정서를 전달하는 연기가 다른 것보단 자신 있는 것 같다"고 겨우 한마디다. 그렇다. 유난 떨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진득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 태인호다.

영화 니나 내나 태인호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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