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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내나' 장혜진의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 [인터뷰]
작성 : 2019년 10월 29일(화) 08:47

영화 니나 내나 장혜진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강렬했던 한꺼풀을 벗기면 무수히 많은 표정과 감정이 있다.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을 지닌 배우 장혜진, 그가 내뿜는 온기는 따뜻하고 아름답다.

충격적이고 강렬하기 이를 데 없는 가족희비극 '기생충' 이후 장혜진이 선택한 건 전혀 다른 결의 가족을 그린 영화 '니나 내나'(감독 이동은·제작 명필름)다. 너무도 평범한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서 장혜진은 마치 실제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은 인물 미정을 연기했다. 장혜진은 "제 이야기 같기도, 친구 이야기 같기도 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진짜 평범한 가족 이야기라 끌렸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큰 일이 일어나는 것 같고 특별한 것 같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큰 일은 아니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 담긴, 작은 것들이 소중하게 다가온 영화라 선택했다. "영화기에 극적인 장면은 몇몇 있겠지만,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더라. 그렇게 쭉 흘러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하는 시나리오가 좋았다."

영화는 오래전 집을 떠난 엄마에게서 편지가 도착하고,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온 삼 남매가 엄마를 만나기 위해 여정을 떠나며 벌어지는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그린다. 장혜진이 연기한 미정은 가족을 끔찍히 아낀다. 집나간 엄마를 미워하고 자신이 동생들에게 엄마 역할을 대신하며 살아왔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건 미정에겐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의 결핍 현상이나 철부지 면모는 때론 동생과 딸을 질색하게 하기도 한다. 장혜진은 그런 미정을 공감하고 연민하며 애정했다. "미정이 그런다. 어릴 때 자기 이름이 너무 싫었다고. '미정이만 없었다면 헤어졌다'는 부모의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 마음이 어땠을까. 그 마음의 상처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아이"라며 안타까워한 장혜진은 "미정이를 보듬어 줄 사람이 없었다. 미정은 어른이 되어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게 됐지만 마음은 계속 아이의 모습으로 남아있고 그런 면이 철없어 보이는 미정의 모습으로 나온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래서 미정에게 스스로도 벽이 없었다. 그 마음이 너무 이해가 됐다. "누구나 어렸을 때 상처가 있다. 굳이 외면하든, 계속 상처를 갖고 있든. 하지만 그 상처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하는 게 아닐까"란 그는 "우리도 다 살면서 그러지 않나. 힘들 때 괜찮은 척 하고 혼자 울고. 그래도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서 삶의 현장에 복귀해야 되고. 힘들지 않은 척, 애써 노력하는 척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소소하고, 화려하게 치장되지 않은 모습들이 오히려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고. 그러면서 "영화가 참 독특한 지점이 있다. 사람의 기억과 생각들을 연결시키게 되고 내 삶과 처지를 비춰볼 수 있게 하지 않나. 부족함이 있고 완벽하지 않은 가족이라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이고,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미정의 아픔과 외로움은 이미 그가 등장하는 첫 신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된다. 예식 진행 도우미 일을 하는 미정. 그는 새 출발을 하는 사람들의 시작을 도와준다. 밝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한 그 곳에서 신부의 웨딩 드레스 매무새를 만져주지만 그 눈빛은 공허하다. 장혜진은 "손은 드레스를 잡고 있지만 허공을 잡는 느낌"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 앞에선 밝다. 귀걸이 예쁘단 말에 제 귀걸이를 후배에게 내어줄 정도로 베풀고 산다. 장혜진은 그런 미정을 보며 "상처가 많은데도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밝은 척 하고, 그러면서 자신을 보호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가 말하길 사람들은 밝은 사람일수록 힘들거란 생각을 안 하고 마냥 행복할거라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더 깊은 상처가 있다고. "저도 밝은 편이지만 상처가 없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힘들다고 내색하면 주변 사람들이 더 힘들어하니까 오히려 '나 괜찮아' 하면서 그들을 안심시키고 그러면서 나를 안심시키기도 하는 것 같다"는 그다.

이토록 세심하게 한 인물을 생각하며 공감하고 연민하는 장혜진의 감성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고 섬세하다. 그렇기에 그의 감정선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발산된 것일테다.

영화 니나 내나 장혜진 인터뷰 / 사진=스틸


그는 평소 객관적이고 칭찬에 인색한 친정 엄마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음 괜찮게 하더라. 잘하더라" 한마디 해서 굉장히 뿌듯했단다.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도 자신은 어떤 딸이었는지 묻고 싶었단다. 그는 "어렸을 땐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가족 덕분에 내가 있구나 싶다. 가족이란 게 그렇지 않나. 징글징글하다가도 사랑스럽고, 멀어지고 싶다가도 멀어지면 서운하고. 참으료 묘하다. 그런 마음을 영화가 잘 표현해줘서 더 끌렸던 것 같다"고 전했다. 남동생 생각도 많이 났다. 어렸을 땐 자주 싸우고 자랐는데, 이제는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란다. 특히 제 기사 모니터링을 꼼꼼히 해주고 날카로운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며 동생 얘기를 할 때 기특함과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누나다. 그래도 저는 미정처럼 동생 집에 함부로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는 누나는 아니라며 "동생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준다"고 너스레다.

무엇보다 딸로서, 엄마로서 극 중 미정이 그렇게도 미워하고 원망했던 그러면서도 그리워했던 엄마와 엄마의 삶을 이해하는 모습이 그토록 좋았단 장혜진이다. 그는 "엄마가 춤추는 모습이 정말 예뻤다. 미정의 기억 속 엄마는 늘 화가 나 있고 도망간 나쁜 모습이었고 그래서 치를 떨었지만 엄마를 이해해며, 그렇게 아름답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미정의 마음도 풀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정이 딸 규림에게 더 잘하고 싶은데, 상처주고 싶지 않았는데 상처를 주게 될 때도 마찬가지다. 가족 때문에 힘들었고 상처가 있었다면, 다시 가족으로 치유받는 이야기. 결국 가족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서로 다른 자아들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더 단단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고. 그는 "이렇게 세월이 흘러가나보다. 이렇게 늙어가고 있고. 그런 이야기가 차분히 담겨서 좋았다"고 했다.

'니나 내나'는 그에게도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그는 "저는 정말 가족이 없으면 안 된다. 제가 다시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가족 때문이다.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많은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제 연기의 근본이 되는 것 같다. 가족 관계 속에서 생긴 많은 이야기들은 제가 연기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엄마가 배우라는 건 몰라도 대충 인지는 하는 것 같단다. 자신이 나온 영화 OST만 나와도 "엄마건데?"라고 하고, 최근 '니나 내나' 시사회에 쫓아와서는 포스터 속 제 얼굴에 뽀뽀를 하더란다. 그런 소소한 행복감이 장혜진을 충만하게 했다.

앞으로 그는 계획이 많단다. JTBC 드라마가 12월 방송을 앞두고 있고, 찍어놓은 독립영화가 곧 개봉될 예정이다. '기생충' 이후 확실히 작품이 많아졌다지만 그는 "뿌듯하고 감사하지만 여기에 매몰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저 하루를, 지금을 충실하게 만끽하며 사는 중이다. 삶의 여유와 위안을 아는 배우 장혜진이다.

영화 니나 내나 장혜진 인터뷰 / 사진=팽현준 기자



[스포츠투데이 한예지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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